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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수필] 스타경영인 대망
입력1999-02-02 00:00:00
수정
1999.02.02 00:00:00
IMF사태 훨씬 전의 일이다. 재벌그룹의 어느 대기업사장은 자기회사 제품 광고에 인기 탤런트를 쓰자는 광고대행사의 제안서를 읽어가다가 한 대목에 이르러 굳어져 버렸다.30초짜리 TV 광고를 만드는데, 인기 탤런트의 출연료가 자그마치 몇억원으로 계상되어 있었던 것이다. 단순한 출연료가 아니라, 이름과 얼굴을 1년동안 광고에 빌려주는 값이겠지만, 『대단하다』는 말을 몇번이고 했다.
「꼭 인기탤런트를 써야 하나, 그만큼 효과가 있겠는가, 경쟁사들은 어떻게 하고 있는가, 좀 출연료를 깍을 수는 없을까 등등」을 짚어가다가 문득 사장자신이 받고 있는 월급액수가 떠올랐다. 이것저것 아무리 합쳐봐도 인기 탤런트 출연료의 반에도 못미치는 것이었다.
나이로 본다면 딸 같은 인기 탤런트의 광고출연료와 평생을 한 직장에서 충직하게 일하여 사장자리에 올라있는 자기 자신의 월급봉투가 번갈아 오버랩되면서 참 허탈한 심정이 들더라고 친구들과 함께하는 술자리에서 털어놓았다. 수입이 전부는 아니겠지만, 그동안 헛 살아온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노라고 했다.
인기 탤런트만이 그런 것은 아니다. 박세리·박찬호·선동열선수까지는 안간다하더라도, 요즘은 왠만한 운동선수들의 연봉이 억대로 올라섰다. 얼마전 김태동(金泰東)청와대 정책기획수석은 어떤 포럼에서『기업인들 중에서도 박찬호선수와 같은 고액을 받는 스타가 나와야 한다』는 말을 했다.
『우리나라 전문경영인들과 신입 사원들의 연봉차이가 매우 적다. 전문경영인들의 보수가 현실화해야 한다』 『경영을 제대로 못한 경영인이 경영을 제대로 잘한 경영인과 같은 보수를 받게 한다면 박세리·박찬호선수와 같이 고액을 받는 스타 경영인은 나올 수 없다』『고급인력에 대해 정확한 가치를 부여하고 시장가격이 형성될 수 있는 토양을 마련해야 한다. 고급경영인 인력시장을 활성화해야 스타경영인이 나올 수 있다』고 金수석은 설명했다.
정부가 스타경영인을 만들어 줄 수는 없는 것이지만, 막강한 청와대의 실력자중 한 사람이 전문경영인을 향해 갑자기「스타경영인 대망론」을 폈다는 것은 무언가 변화의 예고가 될 수도 있다는 추측을 하게 한다. 그렇지 않아도 기업인의 기(氣)를 살려주자는 얘기가 요즘 부쩍 많이 나온다.
기업인이라면 재벌총수와 회사 오너일수도 있지만 그들보다는 전문경영인, 간부사원, 일선에서 일하는 평사원과 공장근로자들에게 더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어떤 신문은 「기를 살리는데는 뭐니뭐니해도 머니」라는 제목을 달기도 했다. 쫓겨나는 사람, 월급쟁이들이 너무 풀이 죽어 있으니까, 무언가「인센티브 바람」으로 일을 시켜먹어야 겠다는 뜻일 것 같다. 「누가」「무엇을」「어떻게」해주면 다시 신들이 나게 될까.
金容元(도서출판 삶과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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