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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먼저 문을 여는 자가 앞선다


사람들은 외부로부터 예기치 않은 위기가 닥치면 대부분 움츠러들고 문을 걸어 잠그는 경향이 있다. '폐쇄본능'은 모든 동물들이 위기시 보여주는 보편적 특징이다.

그런데 멸종한 동물도 그렇지만 인류역사를 돌아봐도 위기시 폐쇄본능에 따라 문을 걸어 잠근 민족은 잠시 위기를 모면한 듯하지만 결국은 먼저 문을 연 나라에 굴욕을 당하고 쇠망했던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멀리 동로마와 서로마, 중국 당나라와 청나라의 예를 들지 않더라도 지난 500년간 조선과 일본의 관계만 되돌아봐도 쉽게 알 수 있다.

조선과 일본은 거의 비슷한 시기에 두 번의 양이 세력을 맞게 된다. 일본은 16세기 중반 규슈의 다네마시마에 표류한 포르투갈 상선에서 화승총 제조법을 배웠고 이어 1571년 나가사키항을 열어 서양문물을 받아들여 힘을 쌓은 후 20여년 뒤인 임진년에 서양문물에 문을 굳게 닫고 있던 조선을 침공하여 구태를 벗지 못한 조선강역을 7년 동안 유린했다.

두 번째로 1854년 미국의 페리 함대를 맞아 문을 열고 화친조약을 체결한 일본은 이후 메이지유신과 서양문물의 적극적인 도입을 통해 근대적 발전을 이뤘고 신미양요의 승전(?)에 기세 등등해 더욱 강력한 쇄국정책을 펴던 조선을 정치한 외교책략으로 무장하고 1905년 을사늑약을 시발로 그 이후 무려 40년간이나 조선을 유린했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서 유럽 재정위기로 연결되는 경제위기가 지루하게 이연되고 있다. 위기가 생각보다 길어지자 조금이라도 더 살아남기 위해 더욱 굳게 문을 닫는 개인ㆍ기업ㆍ국가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동서양사를 막론하고 위기시 문을 닫은 나라는 잠시 위기를 피할 수는 있었지만 위기 이후 변화하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결국은 사멸의 길을 가게 될 수밖에 없었다는 교훈은 자명하다.

잦은 위기의 시대에 먼저 문을 열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과감히 도전하는 자만이 위기 이후의 번영을 누릴 수 있다는 점을 가르쳐 주는 것이다.

도덕이라는 명분으로 인터넷 정보유통을 억누르려는 제도권, 삼성의 혁신에 열린 경쟁보다는 발목 잡기에 매달리는 애플, 나만 살려고 중소기업의 하청단가를 후려치는 일부 대기업, 국민의 어려움을 외면하고 영역 지키기에 골몰하는 공공, 정파이익을 앞세운 영토 문제로 주변국가 대부분을 적으로 만들고 있는 일본, 나 살기에 급급해 국제협력과 공조를 외면하는 위기 당사국들은 위기의 시대에 문을 걸어 잠그면서 앞서고 성공할 수 없다는 점을 깊이 새겼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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