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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 산책] 문화, 경제 보완재다

정상철 한국전통문화대 문화재관리학과 교수


1990년대 초반 '아들과 딸'이라는 대박난 드라마가 있다. 귀남이와 후남이는 이란성 쌍둥이지만 귀남이는 단지 아들이라는 이유로 넉넉지 못한 살림에도 불구하고 부모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면서 성장한다. 반면 후남이는 작명에서도 알 수 있듯이 먼저 태어났는데도 불구하고 딸이라는 이유로 엄마로부터 온갖 구박을 받으면서 모질게 자란다.

먹고사는 문제로 우선순위서 밀려

드라마 속 이야기이지만 귀남과 후남이의 관계가 딱 현재의 경제와 문화의 관계다. 문화 활동에 대한 관심은 높지만 경제적 이유와 시간적 여유에서 우선순위에서 밀린다. 이는 경제사정이 좋아져야 문화에 눈 돌릴 수 있는 전형적인 낙수효과(트리클다운) 관점이다.

지금의 창조경제와 문화융성의 화두는 이와 같은 관점의 뒤집기에서만 가능하다. 2010년대판 '아들과 딸'은 분명 이전과 달라야 한다. 그 출발은 경제와 문화를 대체적 관계가 아니라 보완적 관계로 보는 것이다.

최근 대체 휴무제와 관련해 논쟁이 많았다. 경제계의 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설·추석과 어린이날이 토요일과 일요일에 겹치는 경우에 한해 대체휴무를 올해부터 실시하기로 했다. 버트런드 러셀은 생산성이 증가하는 데에도 불구하고 증가한 생산성을 활용하지 않고 근로 지상주의에 빠진 사회의 해악을 경고했었다. 그래서 그는 역설적으로 게으름을 찬양하면서 행복과 번영으로 이르는 길은 조직적으로 일을 줄여가는 것이라고 설파했었다. 창조경제라는 문지방의 아래에 서서 보면 한국의 경제상황에서 더 많은 휴무는 사치로 볼 수도 있지만 창조경제의 문지방을 넘어서서 보면 휴식은 단순한 낭비가 아니라 생산적 게으름이 된다. 그리고 그렇게 되도록 사회 시스템을 구축하는 관점이 창조경제와 문화융성의 화두에는 녹아 있어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문화를 만병통치약이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또 다른 '귀남이'를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문화 그 자체가 스스로 빛을 발하는 것이 아니라 당면한 현실 문제를 극복하고자 하는 간절한 시선으로 문화를 활용할 때 문화는 우리에게 자원이 된다. 세계 각국은 문화를 특별한 자원, 전략적 자원으로 인식하고 활용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예술가가 일반 기업의 혁신 프로그램에 참여해 경제의 문화화를 시도하는 창조적 연계(creative alliances)를 시도하고 있다.

IT와 연계 창조적 활용 나설 때

최근 영국정부는 제조업 등 일반 기업 20∼30곳을 선정해 개당 약 5,000유로(약 700만원) 상당의 창조적 서비스 컨설팅을 받을 수 있는 바우처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다른 산업의 중간재로 문화적 요소를 활용해 부가가치를 높이고 혁신적 제품을 만들어내는 전략이다. 문화를 통한 우회생산(roundabout production)을 높이는 접근측면에서 한국은 기존 높은 정보기술(IT)과 인프라로 다른 나라보다 유리한 상황이다. 한국이 문화를 경제적으로 활용하는 데에 비교우위가 있다.

대한민국의 선진화로 가는 길은 다양하게 열려 있겠지만 그중 하나는 경제와 문화의 보완적 관계로 사회 전반적인 시스템을 재조정하는 것일 거다.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는 소프트한 정책에서부터 최근 박근혜 대통령이 발표한 경제혁신3개년계획까지 경제와 문화의 보완적 관점이 담기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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