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계열사의 Q(45)부장에게 요즘 신문에 연일 나오는 노동개혁은 달나라 얘기다.
그도 스스로를 노동자라고 생각하는데 이른바 '노동계'가 참여한 노사정이라는 곳은 그가 아는 대부분의 직장인과는 아무 상관없는 얘기를 한다. 그런데도 언론은 그게 뭐가 그렇게 중요한지 매일 시끄럽게 보도한다.
중요한 쟁점 두 가지 중 먼저 임금피크제. 이건 내년 1월 시행되는 정년 연장에 대한 반대급부라고 들었다. 정년이 60세로 늘어나면 기업들의 인건비 부담이 늘겠기에 정년을 앞둔 몇 년은 임금을 덜 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해는 된다.
그런데 법이야 그렇든 말든 60세까지 다닐 수 있는 직장인이 과연 전국에 몇 명이나 된단 말인가. 적당한 시기에 남들만큼 승진하지 못하면 떠나야 하는 것은 직장인의 불문율이다. 개인은 조직의 관행을 결코 이겨낼 수 없다.
두 번째는 해고 완화. 정말로 한국 사회에서 해고가 어렵다고 생각하는가.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은 상시화됐다. 기업들은 업황이 좋지 않으면 명예퇴직·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목표 인원보다 신청자가 적으면 정리해고를 한다. '경영상의 이유로 정당한 기준에 따라' 단행한 정리해고는 합법이다.
굳이 정리해고가 아니더라도 저성과자를 내보내는 방법은 무궁무진하다. 갑자기 경력과 무관한 부서로 발령이 난다든가 어느 날 출근했는데 책상이 없다든가 하는 것은 TV드라마에도 수천 번 나온 얘기다. 문자 메시지로도 해고 통보를 하는 세상이다.
그러고 보니 임피제와 해고 완화 모두 일부 대기업의 초대형 노조를 겨냥한 것이라는 것이 Q부장의 결론이다. 중소기업 다니는 사람, 도시 사무직 근로자들과는 별 상관없는 것으로 여야가 시끄럽게 싸우고 있는 것이다.
Q부장의 생각이 맞는지 틀렸는지는 노동개혁을 주도하는 새누리당 사람들 얘기를 들어보면 알 수 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한국의 노조 가입률은 10.3%에 불과한데 이들 때문에 나머지 90%의 아픔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아픔이 커진 90%, 즉 Q부장 같은 사람도 살펴야지 왜 10%를 상대로 싸우는 데만 열중하는가.
같은 당 민현주 의원에 따르면 최근 5년여간 육아휴직과 출산휴가 때 해고된 사람이 2만5,000명이 넘는다. '경영상 이유'와 '기타 회사 사정'에 의해 해고됐는데 현행법상 육아휴직 기간과 출산휴가 후 30일까지는 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해고가 불법이다. 이런데도 정부·여당·경영계는 한국 사회의 해고가 그렇게 어렵다고 주장하고 싶은가.
지금 이 시간에도 전국의 수많은 월급쟁이들이 수당은 바라지도 못하고 형광등 불빛 아래 야근하고 있다. 이들이 한국 경제를 묵묵히 떠받치고 있다. 진정한 노동개혁은 묵묵히 일하는 사람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방향이어야 한다. /맹준호 정치부 차장 next@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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