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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펀드업계의 針小棒大


"연초 후 수익률로 기사 좀 쓰지 마세요."

최근 기자와 만난 한 운용사 관계자는 연일 쏟아지는 언론의 '연초 후 펀드 수익률'기사에 불만을 쏟아냈다. 펀드는 장기 투자로 접근해야 하는 투자상품인데 언론에서 연초 후 수익률로 줄 세우기를 하다 보니 60일도 안 된 기간 동안의 수익률이 마치 장기 성적인양 오해될 수 있다는 불만이었다.

이 관계자는 "반짝 인기나 시황으로 몇 달 간 수익률이 좋은 펀드를 마치 유망 상품인양 포장하다 보면 정작 장기간 꾸준히 성과를 낸 펀드들이 부각되지 못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비단 언론만의 문제일까. 최근 운용사들은 앞다퉈 "OOO펀드 연초 후 수익률 1위"자료를 내놓고 있다. 코스피지수 상승으로 연초 후 펀드 환매가 이어지자 단기 수익률을 앞세워 투자자 잡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이다. 상품 판매가 뜸할 때면 약방의 감초처럼 나오는 것도 최근 몇 개월 수익률을 자랑하는 내용의 홍보자료다.



실제로 모 운용사는 최근 자사의 한 펀드가 연초 후 22%의 수익률을 내 동일 테마 펀드 중 1위를 차지했다고 보도자료를 냈다. 그런데 이 펀드의 1년 수익률은 마이너스로 19위에 머물렀고, 1위 펀드와의 수익률 격차도 13%포인트나 됐다. 최근 2년, 3년, 설정 후 수익률도 각각 17위, 15위, 21위로 중ㆍ하위권에 머물렀다. 새해 뛰어난 성적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은 좋은 일이지만, 장기 성적이 부진한 상황에서 단기 성적만으로 펀드 간 줄을 세워 마케팅에 나서는 것은 모양새가 곱지 않다.

물론 단기간 수익률이라고 해서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짧은 기간이지만 펀드가 시황ㆍ업황과 맞물려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운용 전략이나 매니저의 변경으로 단기간 수익률이 오르거나 내리는 것도 의미 있는 지표가 될 수 있다. 그러나 한달, 1년의 수익률은 장기 수익률을 구성하는 일부일 뿐, '우리 펀드가 잘 나간다'는 인증서는 결코 아니다.

작은 바늘(小針)을 큰 방망이(大棒)로 부풀려 내세우면 당장은 투자자의 관심과 언론의 조명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단기 조명에 투자자가 과연 장기 투자로 화답할 수 있을지는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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