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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와 전망] 3년 산고 끝 첫 FTA
입력2002-10-24 00:00:00
수정
2002.10.24 00:00:00
오랜 숙원이었던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이우여곡절 끝에 타결됨에 따라 우리나라도 FTA 체결국가의 대열에 들어서게 됐다.지난 99년 9월 양국 정상의 합의로 시작된 FTA 협상은 한국이 공산품, 칠레가 농산물 분야에서 한발씩 양보, 상품양허안 문제가 해소되면서 무난한 타결이 예상됐으나 막판에 금융서비스 시장개방 문제로 결렬 위기로 몰리기도 했다.
◆ 3년 산고 끝 첫 FTA
한.칠레 FTA는 경제적 실익보다는 한국이 맺은 첫 FTA로서 협상 노하우 습득을 통한 여타 국가와의 FTA 협상을 가속화하는 전기를 마련한데 더 큰 의미가 있다.
또한 다자주의와 함께 세계 경제질서의 한 축인 지역주의라는 추세에 우리도 가담, 지역무역협정의 국제적 외톨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고 우리나라가 대외적으로한 약속은 지킨다는 사실을 통해 신뢰도 제고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한국과의 FTA 추진이 검토됐던 나라는 일본, 중국, 멕시코, 미국, 싱가포르, 동남아국가연합(ASEAN), 이스라엘, 태국, 뉴질랜드 등이지만 한.일 FTA 논의를제외하면 별다른 실질적인 진전이 없는 상태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칠레와의 협상을 3년 넘게 끌면서 다른 국가와 적극적으로 FTA를 추진하지 못한 측면도 있었다"면서 "지역협정이라는 블록화를 통해 역외국차별이 심해지고 있는 만큼 적극적 대응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연내에 양국 외교장관급 이상이 참석하는 정식 서명식을 갖고 국회비준을 거쳐 내년 상반기 안에 FTA를 정식 발효한다는 계획이지만 농민들의 반발에다 한나라당의 유보적 태도까지 고려하면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는 시각도 있다.
◆ 한국 공산품, 칠레 농산물서 양보
이번 한.칠레 FTA는 내용면에서 협상 타결을 우선 목표로 한발씩 양보를 통해 '주고받기식 전략'을 택한 FTA라는 평가다.
칠레는 쌀.사과.배를 양허 예외품목으로 인정해 주는 대신 세탁기.냉장고를 예외품목으로, 일부 공산품에 대해 최장 13년까지 관세자유화 유예기간을 인정받았다.
한국무역협회 정재화 FTA 연구팀장은 "공산품의 경우 즉시 무관세화 품목이 60-70% 전후, 늦어도 5년내 90% 이상이 무관세화되는 게 일반적인 전례"라며 "이에 비춰 한.칠레 FTA는 공산품 유예기간이 다소 긴 편"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불완전하나마 양국이 지지부진하던 협상을 지난 8월 이후 본격화한 것은연말까지 FTA를 타결하겠다는 정부 의지와 한국에 아시아권의 교두보를 마련한뒤 다른 국가와 FTA 협상을 서둘러야 하는 칠레측 사정이 일치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 경제적 효과 당초보다 미흡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에 따르면 한.칠레 FTA가 체결될 경우 제조업 전체의 대칠레 수출은 6억3천600만달러, 수입은 2억500만달러 각각 증가, 4억3천100만달러의 무역수지가 개선되는 것으로 추정됐다.
하지만 이러한 분석은 전품목이 즉시 무관세화되는 상황을 가정한 결과라는 점을 고려할 때 주요 품목이 양허 예외품목으로 지정되고 공산품의 단계적 무관세화기간이 다소 길어짐에 따라 실제 효과는 당초 기대에 못미칠 전망이다.
주요 수출품목인 무선전화기와 컬러TV, 승용차.화물차 등이 즉시 무관세화 품목에 속한 것은 잘된 일이지만 타이어, 철강, 섬유같은 공산품은 최고 13년에 걸친 무세화를 추진키로 해 이들 품목의 경우 당장 가시적인 효과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정부는 또 이번 FTA에 포함된 정부조달협정에 따라 칠레가 추진중인 연간 20억-30억달러 규모의 사회간접자본 프로젝트에 우리 기업의 참여가 활성화된다는 점도이번 협상의 수확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한편 한국은행은 최근 내놓은 자료에서 칠레와 FTA 체결시 수출은 연 3천만달러,수입은 1천만달러 증가해 연 2천만달러의 무역수지 흑자가 발생할 것이라고 발표, KIEP 추정치와 큰 차이를 보여 경제적 효과에 대해 다소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 협상타결 득실
한.칠레 FTA에서 다소 아쉬운 점은 비교열위 상품인 농산물을 보호하기 위해 비교우위 상품인 공산품에서의 이득을 극대화하지 못했다는 것.
연내 FTA 체결을 목표로 한 상황에서 시간에 쫓겼고 국내 농가의 피해와 반발을최소화하기 위해 고심하다보니 공산품 분야에서 우리나라가 얻어낼 수 있는 이득을일정부분 포기해야 했기 때문이다.
물론 최대 관심사였던 쌀.사과.배를 양허안에서 제외시킨 것은 협상의 쾌거라고볼 수 있지만 향후 농산물에 관심이 많은 나라와 협상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이 부분이 걸림돌로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계속 안고가야 할 숙제로 남은 셈이다.
하지만 FTA 체결로 국내 농가가 일정부분 피해를 감수할 수 밖에 없다는 점을감안할 때 후속대책은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주요 과일을 완전 무관세화할 경우 연간 2천800억원의 농가 피해를 예상했지만 사과.배가 양허품목에서 제외되고 나머지 농산물로 상당한 유예기간을 인정받아 10년후 연간 450억원 가량의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KIEP 정인교 팀장은 "다자간 무역자유화와 달리 FTA는 정부 스스로 선택한 정책인 만큼 농민의 피해는 재정으로 보상돼야 한다"면서 "합리적 보상책을 강구하고 FTA 구조조정지원법 등을 통해 농업의 체질을 개선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류지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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