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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 조흥은행 우선협상자로] 매각 가격 산정등 넘어야할 산 많아
입력2003-01-23 00:00:00
수정
2003.01.23 00:00:00
이진우 기자
신한금융지주회사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조흥은행 매각작업이 종착역에 접근했지만 아직 넘어야 할 산은 여전히 높다. 공자위는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으로 현 정부가 조흥은행 매각을 매듭짓는 모양을 갖췄지만 제3자에 의한 기업가치평가를 통해 매각가격을 올리기로 하는 등 만만치 않은 `조건`을 달아 불씨를 남겼다. 이에 따라 조흥은행 매각은 앞으로 이뤄질 추가 실사에서 조흥은행의 가치가 어떻게 산정될 것인지, 그 결과가 세부협상 과정에서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지 등이 최종 관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왜 신한지주로 낙점했나= 공자위는 이날 예상보다 빨리 신한지주사를 우선협상대상자로 낙점했다. 당초 일부 민간위원들이 매각가격 등 조건에 이의를 제기하거나 제3자에 의한 실사 등을 요구하면서 진통을 겪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공자위측도 의사결정이 길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도시락까지 주문하는 등 사전준비를 철저히 했다.
표결을 거치기는 했지만 이처럼 예상보다 쉽게 신한측의 손을 들어 주는 것으로 결론을 내린 것은 차기 정부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정치적 고려`가 어느 정도 작용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아울러 매각가격 등 논란이 될 만한 부분에 대해서는 사전에 조건을 달아 책임을 모면할 수 있는 장치까지 마련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매각조건과 시기가 문제일 뿐 이제 와서 신한지주 외에 다른 대안을 모색하기 어렵다는 점도 함께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자산 2위` 거대은행 출현 임박=신한은행이 조흥은행을 인수하면 국민은행에 이어 자산규모 2위인 대형은행이 탄생한다. 이로써 신한은 국민, 우리, 하나은행과 함께 은행권의 4강구도를 형성하면서 금융권의 대형화바람에 불을 붙였다. 때문에 외환, 한미, 제일 등 대형화 경쟁에서 한 발 뒤진 나머지 은행들의 행보도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한미은행 대주주인 칼라일그룹은 여전히 매각 또는 합병에 적극적이고 외환은행 역시 제일이나 한미 등 어느 은행이든 여건이 된다면 합병 등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금융권에서는 아울러 조흥은행의 폭 넓은 영업망과 자금조달 능력이 신한의 신속한 의사결정 및 자산운용 능력이 합쳐지면서 적지 않은 상승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넘어야 할 과제도 만만치 않아=신한은 앞으로 예보와 세부협상을 벌인 뒤 공자위에 다시 보고해 승인을 받은 뒤 본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남은 과제중 가장 큰 변수는 역시 매각가격이다. 특히 제3자에게 의뢰한 기업가치 평가가 예상보다 높게 나올 경우 매각협상에 큰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과거 서울은행 역시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했다 가격이 안맞아 최종 협상이 무산됐던 적이 있다. 통상 3~4주 정도 걸리는 실사기간이 예상보다 길어져 차기정부가 출발한 후에 본계약을 체결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민주당측은 이미 “제값을 받고 매각절차가 투명해야 한다는 두가지 원칙이 지켜지지 않으면 당에서 관여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이밖에 이번 매각에 강력 반발하고 있는 조흥은행 노조와 노동계의 반발을 무마할 수 있는 카드를 만들어 내야 하는 것도 부담이다.
◇두 은행의 반응은= 신한금융지주사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사실상 인수가 확정되자 기쁨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향후 세부협상을 의식한 듯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라응찬 회장은 “좋은 결과를 얻어 기쁘지만 오늘 결정은 본계약 협상을 위한 자격을 얻은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반면 조흥은행 노조는 정부가 정치적 고려에 의해 신한을 선정했다며 여전히 반발하고 있다. 노조측은 특히 “기업가치 평가에서는 다른 은행과 비교한 경쟁력도 검토할 것”이라며 “이 결과에 따라 독자생존 판정 가능성도 있어 조흥은행 민영화가 원점에서 다시 출발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진우기자 rai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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