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7일(현지시간) 끝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 조기인상 가능성을 일축한 것은 연준 내 다수인 비둘기파의 승리로 평가된다.
하지만 금리 조기인상의 불씨는 여전히 살아 있다. 비둘기파인 재닛 옐런 연준 의장조차 "기준금리 인상 시기와 속도는 노동시장·경기 등 앞으로 나올 추가 경제지표에 달렸다"고 재확인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FOMC 위원들의 금리 예상치가 지난 6월보다 올라간 것으로 나타나 연준이 일단 금리 인상을 시작하면 속도가 현재 예상보다 빠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단 연준이 이번 FOMC에서 '양적완화 종료 뒤에도 '상당 기간(for a considerable time)' 초저금리를 유지한다'는 포워드가이던스(선제안내)에서 '상당 기간'이라는 문구를 유지한 것은 미 경기 회복세가 여전히 지지부진하기 때문이다. 옐런 의장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고용 시장이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다"고 재차 강조했다. 기준금리 조기인상을 시사하기는 이르다는 얘기다.
오히려 연준은 올 1·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9%로 확정 발표된 것을 반영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연준은 내년 예상치도 기존의 3.0∼3.2%에서 2.6∼3.0%로 내렸다. 아울러 물가상승률도 목표치인 2%를 밑돌면서 연준의 초저금리 유지에 대한 부담감을 덜어주고 있다. 미국의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달보다 0.2% 하락하며 1년여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소시에테제네랄의 브라이언 존스 선임 미국 이코노미스트는 "저인플레이션이 (연준) 비둘기파의 입지를 넓혀줬다"며 "연준이 상당 기간 금리에 손을 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금리 조기인상 가능성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옐런 의장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상당 기간이라는 말이 마치 어느 정도 정해진 일정이 있는 것처럼 들리지만 기계적인 해석은 없다"며 "이는 상당히 조건적이며 FOMC도 기준금리를 인상할 때 특정 자료에만 의존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아가 그는 "경제회복이 예상보다 빠르면 기준금리 인상 시기도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다"고 못 박았다.
더구나 연준 내 매파의 목소리도 갈수록 커지는 추세다. 실제 이날 FOMC 결정에는 리처드 피셔 댈러스연방준비은행 총재 등 FOMC 위원 두 명이 '상당 기간'이라는 선제안내 유지에 반대표를 던졌다. 옐런 의장 취임 이후 반대표 2표가 나오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이번 FOMC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위원들의 기준금리 전망치가 높아졌다는 점이다. FOMC 위원들이 점치는 예상 금리의 중간값을 보면 내년 말 금리는 1.375%로 올 6월 전망치보다 0.25%포인트, 오는 2016년 말 금리는 2.875%로 이전 전망보다 0.325%포인트 높아졌다. 새로 공개된 2017년 말 금리는 3.75%로 정상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RBC글로벌애셋매니지먼트의 에릭 라스셀레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2017년 말 금리 전망치는 충격적"이라며 "금리가 정상화되려면 몇 년이 더 필요할 것이라는 기존의 예상과 크게 다르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상당 기간 초저금리를 유지하겠다'면서도 내년 금리 전망치를 높인 연준의 신호가 혼란스럽다는 불만도 나온다. 스탠다드차타스의 토머스 코스터그 이코노미스트는 "옐런 의장이 외줄 위에서 위태롭게 곡예를 하고 있다"며 "시장을 경시하는 태도가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처럼 옐런 의장이 엇갈린 신호를 내놓으면서 시장은 벌써 연준이 양적완화 프로그램 종료를 선언할 10월 FOMC 회의에 주목하고 있다. 다만 이 회의 때는 옐런 의장의 기자회견이나 경제전망 발표가 없다는 점에서 구체적인 힌트는 12월 회의에서 나올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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