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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영 기자의 1일1식(識)] <166> 조직 통합 ‘들어주는 사람’이 필요하다


바야흐로 합병의 계절입니다.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등 기업 간 대규모 통합 사례가 다수 예고되어 있습니다. 얼마 전 기자가 인수합병 이후 문화 통합에 대해 쓴 적이 있습니다. 물리적으로 기업을 합쳤지만, 화학적으로는 온전히 화합이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에 문화적인 통합 전략을 활용하게 됩니다. 서로 다른 산업 조직이 합쳐졌을 경우에는 문화 통합 과정에서 각기 다른 업무 방식, 관행 등에 대해 포괄적으로 정보를 공유합니다. 만약 같은 산업 안에 있던 기업끼리 결합했을 경우에는 서로의 강, 약점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 일이 시급하겠죠. 부서 개편에서부터 예산 할당에 이르기까지 한 몸이 되어가는 과정이 필요하기에 전략적 우위와 열위에 놓여 있는 사안들을 파악하는 것이 절실합니다.

그러나 합병을 주관하는 작업에 참여해 본 투자은행이나 로펌의 전문가들에게 이야기를 들어 보면, 여전히 서로 다른 기업끼리 ‘결혼’하는 작업은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상대방에 대한 불신입니다. 우선 인수합병 이후 대규모 구조조정이 예상되기에 두려움에 떨고 있는 조직 구성원이 많습니다. 그 경우에는 각자 자신의 존재 가치를 입증하기 위해 다양한 처세술을 활용하게 됩니다. 그리고 때에 따라서는 조직의 업무에 협조하지만, 제대로 자료를 공유하지 않거나 필요한 정보를 알려주지 않는 일들도 빈번하게 일어납니다. 자신의 마음을 얻으려면 ‘시간이 꽤나 걸릴 것’이라며 예고하듯 말입니다. 회사 입장에서도 서로 다른 조직 출신 직원들끼리 갈등을 일으키거나 문제가 대두되었을 때에는 ‘같이 자르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합니다. 이슈가 불거지기 전에 사전 차단하려는 의도인 셈이죠. 너무 빨리 두 조직을 합쳤다가 시너지가 나지 않을까 우려하는 기업들은 일단 각자의 독립성을 유지한 뒤 서서히 결합하는 방식을 취하기도 합니다. 몇몇 IT 기업들이 그런 방식으로 인수합병을 단행했습니다. 그러나 내부적으로 기업 안에서 유기적인 소통을 이뤄내기가 쉽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들려 옵니다. 각자의 정체성을 존중하기 위해 자율성을 인정해 줘도 문제요, 너무 강압적으로 통합을 단행해도 문제라는 것입니다.

아직까지 우리 산업계에서 인수합병은 다소 생소한 경영 행위입니다. 어쩌면 다양한 M&A 과정을 폭넓게 겪어 본 글로벌 기업 경험자의 역할이 필요한 것은 아닌지 고민해 봐야겠습니다. 서로 다른 기업 간에, 또는 비슷한 산업에 속해 있던 조직 간의 통합 케이스를 잘 알고, 그 과정을 적극 통역해 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또 업무의 이질감뿐만 아니라 인간적 이질감을 해소해 줄 만한 여유가 있는 사람도 요구될 것입니다. 정부는 기업 간 합병을 적극 권장하면서, 우리 경제에서 기업 인수시장이 전체 산업에 새로운 활력을 제공할 수 있는 혁신 요소가 될 것이라 기대감을 표현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그 과정이 순탄해지려면, 경험 많은 사람들이 M&A시장에 참여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솔루션을 개발해야 하지 않을까요.



/iluvny23@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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