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커뮤니티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 확인되지 않은 괴담이 퍼지면서 일상적 외출마저 꺼리는 국민이 늘고 있다. 사정이 이렇게 된 데는 보건당국의 비밀주의와 무능 탓이 크다. 첫 감염자 이후 보건당국이 보여준 위기대처 능력은 총체적 부실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보통제에만 급급한 채 검사에서 격리·치료까지 무엇 하나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다. 처음 환자가 나왔을 때나 3차 감염자가 확인됐을 때도 "지역사회로의 전파는 없다"고 앵무새처럼 되뇐 게 전부였다. 감염자가 외국에 나가는 것을 방치해 국제적 망신을 산 것도 모자라 첫 사망자는 숨지기 전날까지 소재파악조차 못했다니 제대로 된 방역체계가 있는지 의문이 들 정도다.
무엇보다 문제는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조짐이 보인다는 점이다. 하나투어에 따르면 이번주 우리나라를 방문할 예정이었던 유커(중국인 관광객) 300여명이 여행계획을 취소했다. 다른 여행사의 사정도 비슷하다고 하니 메르스로 유커 특수가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막연한 불안감에 국민들의 소비심리까지 얼어붙는 게 아니냐는 걱정도 나온다. 이제라도 국가적 보건역량을 총동원해 메르스 공포 확산을 막는 노력을 펼쳐야 한다. 대응책을 전면 재검토하는 한편 국민의 협조도 요청하기 바란다. 이럴 때일수록 괴담에 휩쓸리지 않는 시민의 차분한 대응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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