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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통일 '대박' 꿈꾸는 박 대통령께

이병관 문화레저부장 yhlee@sed.co.kr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에 이어 '통일 대박론', 드레스덴 선언, 그리고 통일준비위 구성까지 남북 통일을 향한 여정에 얼마나 고생이 많으십니까. 하지만 정작 함께 통일을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할 파트너인 북한은 당신의 한반도 비핵화를 통한 통일 구상을 '망발' '핵전쟁의 하수인' 등 악담을 퍼부으며 쓰레기통에 넣어버렸습니다. 더 나아가 4차 핵실험 등 그 이상의 것을 각오하라고 합니다.

우리네 국방부 대변인은 공식 브리핑에서 "북한은 없어져야 할 나라"라고 감정적 언사를 씁니다. 집권 2년 차지만 남북 화해 분위기는 고사하고 대결 양상으로 치닫고 있네요. 통일은 혼자가 아니라 상호 인정과 신뢰 속에 한발 한발 나아가야 할진대 통준위 출범도 전에 첫 단추가 잘못 꿰지고 있는 게 아닌지 걱정이 앞섭니다.

당신이 강조한 '인문학'의 프리즘으로 남북관계를 생각해봅니다. 인문학은 역사, 인간에 대한 탐구를 합니다. 현상과 표피를 넘어 진지한 본질적 접근이 전제돼야 합니다. 북한 핵문제는 어느 일방의 선언이나 '핵 포기'를 촉구한다고 단박에 해결될 문제가 아닙니다. 핵문제의 본질은 핵개발을 둘러싸고 대척점에 있는 북한과 미국이 협상과 대결을 반복하며 서로에 대한 불신이 지난 20년간 켜켜이 누적됐다는 것입니다. 미국은 북한을 아예 못 믿을 나라로 생각해 대화를 중단하고 제재를 확대하고 북한은 그럴수록 체제 보장을 위해 핵개발에 몰두하는 악순환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 악순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남북 간, 북미 간 협상이든, 6자회담이 됐든 다시 만나 소통의 물길을 여는 것입니다. 북한 핵문제는 미중의 안보역학 등 복잡한 국제변수까지 겹쳐 인내를 갖고 긴 호흡으로 해결해야 합니다. 특히 남북이 대화 분위기를 만들려면 조건 없이 서로를 인정하는 진정성 있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통준위를 만들어 경제·사회 등 각 부분의 아무리 좋은 통일 플랜을 내놓더라도 여기에 통일의 파트너인 북한과의 대화·협력이 빠져 있다면 무용지물입니다.

통일 대박이라는 거창한 구호에 함몰되지 말고 먼저 남북이 할 수 있는 경제·문화·스포츠 교류부터 하나하나 확대해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매일 아침 7시30분이면 서울 광화문에서 개성공단으로 출근 버스가 출발합니다. 북한의 핵실험 때도, 연평도 포격 사건 때도 개성공단으로 가는 버스는 멈추지 않습니다. 이들 남한 근로자들과 북한 근로자들이 매일 개성에서 만나 자녀들의 안부를 묻고 건강을 염려하는 모습 그 자체가 작은 통일이 아닐까요. 이런 작은 통일이 모여 시나브로 서로를 이해하는 폭이 확대되다 보면 어느덧 통일이 다가오지 않을까요.



인공위성으로 찍은 한반도 야경을 보면 북한과 바다는 구분이 되지 않습니다. 전력난으로 전기가 없기 때문에 북한은 평양을 제외하고 칠흙으로 나타납니다. 반면 남한과 중국의 동북 3성은 휘황찬란한 불빛으로 번쩍입니다.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벌어진 남북의 국제·경제적 지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진입니다. 2000년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이 소떼 방북의 장관을 연출하며 2008년을 목표로 김정일 위원장과 함께 구상했던 개성공단 면적은 2,000만평으로 창원공업도시와 맞먹는 규모였습니다. 정 회장이 이에 필요한 근로자 수십만명을 어디서 구할 거냐가 김 위원장에게 물었더니 그때 가면 남북관계가 좋아질 터이나 개성 군인들을 전역시켜 근로자로 전환시키면 된다고 했답니다.

제1, 제2의 개성공단을 만들고 북한 곳곳에 남북이 만드는 경제산업기지가 생겨나 남한을 넘어 한반도 야경 전체가 빛나면 이것이 통일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중국의 존경받는 저우언라이 전 총리가 외교정책으로 사용해 유명해진 구존동이(求存同異)란 말이 있습니다. 양국 간 풀기 힘든 문제는 장기적 과제로 남겨놓고 할 수 있는 것부터 협력해 신뢰를 쌓아가자는 얘기입니다. 중국의 양안관계가 대표적 사례입니다. 정치·군사 부문을 빼놓고 양안은 전폭적으로 경제·문화 교류를 통해 실질적인 '하나의 중국'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남한이 피땀 흘려 이룩한 자유와 민주, 시장경제의 가치는 남북교류를 통해 시나브로 북한을 동화시킬 것입니다. 선친인 박정희 대통령은 1972년 남북공동성명을 통해 하나의 민족으로 대단결해 외세의 간섭 없이 자주적으로 통일을 실현하자는 통일 3대 원칙을 선포했습니다. 이제 그 빛바랜 성명서를 다시 끄집어내 행동에 옮길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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