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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이 만난 사람]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연내 하나·외환 공동 상품 출시… 아시아 대형 은행과 제휴할 것<br>중국 소비자 금융부문 강화… 필리핀 등 해외 지점 확대… 2015년 자산 400조 목표<br>보험, 자체 성장동력 마련… 증권사업은 CIB 집중 육성<br>투뱅크 하반기부터 시너지… 저축은행 인수는 검토 안해



"올해는 글로벌 시장에서 큰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합니다. 가까이는 중국 시장에서 본격적인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 아시아 지역 대형은행과 전략적 제휴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특히 연내에는 글로벌 시장에서 하나금융이 추진 중인 추가 인수합병(M&A)의 큰 그림을 공개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김정태(60ㆍ사진)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22일 서울 을지로 본사 집무실에서 회장 취임 이후 처음으로 서울경제신문과 공식 인터뷰를 갖고 글로벌 전략, 사업부별 목표 등 오는 2015년 글로벌 톱 50이라는 비전 달성을 위한 구체적인 복안을 밝혔다.

김 회장은 "하나금융이 이제 생존에 매달렸던 유소년기를 벗어나 '성년 은행'이 돼가고 있다"면서 리딩뱅크로 올라서는 초석을 다지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은행ㆍ증권ㆍ보험ㆍ카드ㆍ캐피털 등 각 사업부별로 미래 비전을 조목조목 제시하는 모습에서는 366조원의 국내 2위 금융회사 수장이라는 무거운 짐을 거뜬히 짊어질 수 있다는 자신감이 묻어났다. 김 회장은 특히 "2015년까지 '자산규모 400조원, 자기자본 규모 30조원'을 달성해 명실상부한 리딩뱅크로 올라서겠다"는 약속을 반드시 지키겠다고 했다.

2015년 자산 400조, 자기자본 30조

김 회장은 해외 시장에서 미래 텃밭을 일궈야 된다는 소신을 피력했다.

특히 거대 시장인 중국에 대한 강한 애착을 드러냈다.

"중국에서 리테일(소매금융) 부문을 강화하기 위해 아시아 지역 대형 은행과 손을 잡을 계획입니다. 하나은행이 국내 은행 가운데서는 중국에서 가장 탁월한 실적을 올리고 있지만 소비자금융(Consumer Banking)으로 사업을 확장하려면 혼자 힘으로는 어려워요. 아시아계 대형 은행과 전략적 제휴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하나금융의 글로벌 진출은 2015년 그룹 목표로 제시된 글로벌 톱 50 달성을 위한 필수조건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해외 금융사의 M&A가 됐든, 해외 현지에 지점 설립이 됐든 해외 시장의 개척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입니다. 연말이면 해외 시장에서 M&A의 청사진이 나올 수 있을 것입니다."

실제로 하나금융에서 해외 개척의 첨병 역할을 맡고 있는 외환은행의 경우 필리핀 지점을 현재의 1개에서 6개까지 늘리고 중국에서도 톈진ㆍ다롄 쪽에 지점을 추가로 낼 계획이다. 특히 아시아벨트 구축을 위해 필리핀 현지은행을 인수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무엇보다 해외 영업력이 강점인 외환은행과의 협력을 통해 필리핀을 공략해 중국ㆍ베트남ㆍ인도네시아 등을 잇는 아시아벨트를 완성한다는 복안이다.

김 회장은 특히 이런 성과를 통해 2015년까지 자산 400조원, 자기자본 30조원을 이루겠다는 각오를 피력했다. 현재 하나금융의 자산규모와 자기자본 규모는 각각 366조원, 23조원 수준임을 감안하면 만만치 않은 목표다.

김 회장은 "글로벌 톱 50이라는 비전을 쟁취하려면 그 정도는 돼야 한다"며 "리스크 관리에 주의를 기울이면서 성장을 일궈나가면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보험회사, M&A보단 자체 성장

하나금융은 은행에 비해 비은행 부문이 약한 게 사실이다.

김 회장도 이를 인정하면서 카드ㆍ캐피털부터 순차적으로 성장을 꾀한다는 복안을 밝혔다.

특히 보험 사업의 경우 하나HSBC생명을 통한 자체적인 성장에 무게중심을 두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동양생명ㆍING생명 등 시장에 M&A 매물이 적지 않지만 중심을 잡고 내실 지향으로 가겠다는 선언인 셈이다. 여기에는 보험 사업이 자금 운용면에서 생각보다 리스크가 적지 않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보험 사업에서도 M&A에도 관심을 갖고 있고 좋은 기회가 있다면 고려하겠지만 당분간은 자체 성장에 초점을 맞출 계획입니다. 하나HSBC생명은 자체적으로 2020년까지 톱5에 이르겠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증권 사업에 대한 비전도 제시했다.

"기업투자금융(CIBㆍCorporate investment bank)를 집중적으로 키울 참입니다. 그간 하나대투증권이 자산관리(Asset Management), 투자은행(IB) 부문에서 고전한 측면이 있지만 기업투자금융 부문에서는 하나금융 내 은행의 노하우 등을 잘 활용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습니다. CIB 성장을 위해 IB 분야에서 우수 인력을 선발하고 업계에서 전문가 영입에도 나서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외환·하나, 시너지 하반기 본격화

하나금융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투-뱅크 체제라는 점이다. 올해부터 향후 5년간 외환은행의 독립경영이 보장돼 두 은행의 화학적 결합이 더딜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외환은행 채널을 통한 하나HSBC생명 방카슈랑스 상품 판매, 하나SK카드의 외환카드 가맹점망 이용 등이 현실화되고 있지만 시중의 반응은 아직 미흡하다는 평가가 많다.

하지만 김 회장의 생각은 달랐다. 기다려달라는 것이다. 그리고 머지않은 시간 안에 결과물이 나올 것이라는 얘기다.

"지금은 서로의 조직에 대해 이해의 폭을 넓히고 있는 단계로 3ㆍ4분기부터 성과가 눈에 띄게 나타날 것입니다. 외환과 하나은행이 같이 개발한 상품도 연내에는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예컨대 외환은행의 경우 외환과 송금 서비스가 강한데 이런 것을 하나은행에 가져오고 하나은행의 PB상품도 외환은행에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입니다."

저축은행 인수는 생각하지 않아

금융 당국은 금융지주가 솔로몬ㆍ미래ㆍ한국 등 대형 저축은행의 인수에 나서줄 것을 기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김 회장은 조직 안정화에 방점을 찍었다.

"외환은행 자회사 편입 이후 조직을 추슬러야 하는 입장입니다. 특히 기존에 제일2 및 에이스저축을 인수한 하나저축은행의 정상화에 주력할 생각입니다."



하나금융의 수익성 제고에 만전을 기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고객 기반을 확충하고 외환은행의 영업력 강화 등을 통해 다소 부족한 순이자마진(NIM) 개선에 힘쓰겠습니다. 다른 지주사에 비해 우위를 보이고 있는 자산건전성ㆍ연체율 등을 더욱 개선하면 그룹의 경쟁력을 배가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

유소년 은행에서 '성인 은행'으로

김 회장은 현재의 하나금융을 '유소년을 지나 성인이 돼가는 과정'으로 봤다. 색깔로 치면 연초록 새싹에서 짙은 초록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하나금융의 현 상황을 인생 주기라는 관점에서 비유하며 "성인이 돼가고 있는 만큼 건강한 성인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제껏 하나금융은 생존이 중요했습니다. 조그마한 회사가 커가려다 보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고 어렵사리 이만큼 성장했습니다. 이제는 유기체로 치면 성인이 돼가고 있는 만큼 건강한 은행이 되는 게 중요합니다. 금융의 본체는 사람 아닙니까. 조직이 커 갈수록 직원들도 함께 성장하는 조직을 만들 것입니다."

김 회장은 성년이 돼 가는 마지막 진통을 투-뱅크 체제라고 봤다.

"앞으로 우리가 갖고 있는 역량을 이익을 실현시키는 방향으로 결집할 수 있느냐가 중요합니다. 투-뱅크 체제 아래에서 성장을 구가해나갈 수 있어야 진정한 리딩뱅크가 될 수 있습니다."

김 회장은 요즘에 GWP(Great Work Place)라는 책을 다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책의 핵심 내용은 결국 위대한 직장이 되려면 직원과 신뢰를 쌓을 수 있고 그래서 그들이 재미를 느끼며 일에서 자부심을 갖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것. 그는 "조직이 성장해도 직원들이 '우리는 뭐냐'라는 생각을 하게끔 만들어서는 안 된다"며 "직원들이 조직과 함께 성장해나갈 수 있는 그룹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펀 경영… 은행장실 개방… 소통 잘하는 최고 영업맨

■ 김회장은

'소통 잘하는 최고의 영업맨'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을 두고 은행 업계는 한마디로 이렇게 요약한다.

김 회장은 손가락이 굵다. 초년병 시절 은행원의 경쟁력이었던 주판알을 잘 다루지 못해 계산 틀리기가 일쑤였다. 안쓰러웠던지 여직원들이 퇴근 후에도 남아 일을 도와줬다. 김 회장이 회사 행사에 머슴 복장을 하고 직원들과 어울리고 소통하는 것은 도움을 받았던 옛날의 추억 때문이다.

영업 활동을 하던 행원 시절 김정태 행원은 아파트 수위실 문지방을 뻔질나게 드나들었다.

아파트를 가가호호 방문하는 경쟁사 직원들과 달리 술과 담배를 사 들고 수위아저씨를 찾았다. '이상한 녀석이 왔다'며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던 수위 아저씨들이 매일 찾아오는 그의 성실성과 겸손함에 두 손을 들었다. 아파트 주민들의 세세한 정보들이 쏟아져나왔다.

그가 영업왕으로 불렸던 이유다. 그는 지금 합병한 외환은행 직원들과 새로운 스킨십에 나서고 있다. 그의 천성이다.

김 회장과 대화를 해본 사람이라면 그의 화통하고 솔직한 성격에 매료된다.

김 회장이 지난 3월 공식 취임했을 때 내세운 리더십의 핵심도 팔로어십(Followership)이다. 권위를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직원들이 자부심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곁에서 지원하는 '헬퍼(helper)'가 되겠다는 의미다. 2008년 은행장 취임 이후에는 '펀(Fun)경영'을 화두로 내걸고 직원들과 격의 없는 소통을 위해 '조이투게더(Joy Together, 김정태의 영문약자)'라고 명명한 은행장실을 개방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사실 김승유 전 회장의 바통을 이어 김 회장이 하나금융의 수장 자리에 올랐을 때 일각에서는 적잖은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김 회장이 타고난 영업통에 추진력과 뚝심을 겸비했지만 전략가로는 다소 부족하지 않느냐는 것.

그러나 김 회장을 잘 아는 주변 인사들은 김 회장이 "지장(智將)이자, 덕장(德將)"이라고 말한다. 그를 단순히 영업통이라는 단어로 가두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외환은행 편입으로 더욱 짜임새 있는 포트폴리오를 갖추게 된 하나금융을 더욱 발전시켜나가는 구심점 역할을 하기에는 그가 더 없는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 회장은 은행원 생활 32년의 대부분을 영업 현장에서 뛰었다. 하나대투증권에서는 강력한 영업 드라이브를 걸어 '제2의 도약'을 이끌어냈다.

1952년 부산 출생으로 경남고와 성균관대 행정학과를 졸업한 김 회장은 1981년 서울은행에서 뱅커 생활을 시작해 신한은행을 거쳐 1992년 하나금융과 연을 맺었다. 이후 하나금융지주 부사장과 하나대투증권 사장을 거쳐 2008년부터 하나은행장으로 일해왔다.

◇약력

▦1952년 부산 ▦1971년 경남고 졸업 ▦1980년 성균관대 행정학과 졸업 ▦1981년 서울은행 입행 ▦2000년 하나은행 가계영업점 총괄 본부장 ▦2005년 하나은행 가계금융그룹 대표 ▦2005년 하나금융지주 부사장 ▦2006년 하나대투증권 사장 ▦2008년 하나은행 행장 ▦2012년 하나금융지주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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