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수와 관계없이 임대수입이 연 2,000만원 이하일 경우 분리과세가 적용되고 과세 유예 기간도 기존 2년에서 오는 2016년 말까지 3년으로 늘어났다. 다만 2주택자 전세 과세는 당정 간 이견을 좁히지 못해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당정은 13일 오전 국회에서 '주택시장 정상화 대책' 관련 당정협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부동산 임대소득 과세 방안을 확정했다. 이는 지난 '2·26 주택 임대차 시장 선진화 방안'과 '3·5 보완조치'에 이어 3번째 수정 방안이다.
◇주택 수 관계없이 2,000만원 이하 분리과세=일단 분리과세 적용 대상을 완화하기로 했다. 3주택 이상 보유자와 시가 9억원을 초과하는 고가주택 보유자이더라도 임대수입 2,000만원 이하면 14%의 단일세율이 적용된다. 과세 시점도 3년으로 연장돼 오는 2017년 소득부터 세금이 부과된다.
김낙회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은 "분리과세로 기존에 세금을 정상적으로 내던 8만3,000명 정도의 납세자들이 세금을 경감 받게 되는 상황이 될 것"이라면서도 "전체적으로 보면 세수가 늘어나거나 줄어들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라고 말했다.
다만 2주택자의 전세보증금 과세에 대해서는 3주택부터 과세해야 한다는 새누리당과 2주택 전세 과세를 내세운 기재부 간 의견 차이로 인해 소득세법 개정안 발의 전 추가로 논의하기로 했다. 기재부는 과세 원칙은 유지하되 공제율을 높이는 등 추가 세부담 경감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임대소득 1,920만원 다주택자, 분리과세로 200만원 절감=당정의 이번 보완조치로 연간 임대소득 2,000만원 이하 다주택자들은 많게는 200만원 안팎의 임대소득세를 아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3주택자면서 연간 1,920만원의 임대수익을 올리는 A씨의 경우 기존 2·26대책 안에 따르면 종합과세 대상이어서 임대소득세만 253만원을 내야 했다. 임대소득 1,920만원에서 필요경비 864만원(45%)을 뺀 뒤 24%의 종합소득세율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리과세로 바뀌면 임대소득에 대한 세금은 200만원 가까이 줄어든다. 연간임대소득은 같지만 필요경비율이 60%로 높아져 1,152만원에 대해서는 아예 비용으로 처리된다. 임대소득공제도 400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 이 경우 실제 인정되는 소득은 360만여원으로 줄어드는데다 세율도 종합세율보다 훨씬 낮은 14%의 단일세율이 적용돼 51만원 정도만 내면 된다.
9억원 초과 1주택자 역시 종합과세 대상이었지만 이번 보완 조치로 연 임대소득이 2,000만원을 넘지 않으면 3주택자와 같은 필요경비요율·소득공제·세율이 적용돼 세 부담이 한결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보증금 높이고 월세 낮추는 집주인 늘듯=이처럼 보유 주택 수에 관계없이 임대소득 기준으로 분리·종합과세 여부를 결정하기로 한 만큼 보증금과 월세를 조정해 임대소득을 줄이려는 집주인들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즉 보증금 없이 월세만 받아 연간 임대소득이 2,040만원을 받는 3주택자의 경우 각각의 보증금을 1,000만원가량 올리면 종합과세 대상에서 분리과세 대상으로 바뀌어 세부담이 크게 줄어든다. 보증금 없이 2,040만원을 월세로 받게 되면 임대소득에 대한 세금은 269만원에 달하지만 보증금을 받아 월세를 2,000만원 이하로 조정하면 보증금에 대한 간주임대료를 포함하더라도 분리과세에 따라 세부담은 50만원대로 크게 줄기 때문이다.
김규정 우리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분리과세를 적용하면 적지 않은 세부담을 줄일 수 있는 만큼 다양한 세테크 방법을 고민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차가운 시장 반응에 우왕좌왕…넉달 새 보완책만 3번=이날 공개된 주택 임대차 시장 보완 대책은 지난 2월26일 임대차시장 선진화 방안 이후 두 번에 걸쳐 수정한 결과물이다.
당초 정부는 임대소득 과세 방침을 담은 방안을 발표했지만 살아나고 있는 부동산 경기를 정부가 나서서 꺼뜨렸다는 비판을 받고 일주일 만에 '3·5 보완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과세 방안 발표 이후 100여일 동안 주택 거래 감소와 가격 하락 등 시장이 차갑게 식자 다시 한 번 '6·13 추가 보완책'을 제시했다. 소득세법 개정안 발의 전 추가로 논의할 예정인 전세 과세 방안까지 합하면 3번의 수정 과정으로 4개의 임대소득 과세 대책이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임대소득 2,000만원 이하일 경우 무조건 분리과세하겠다는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의 발언에 기재부가 정면으로 반박하며 수정할 계획이 없다고 맞받아치는 등 부처 간 엇박자까지 드러났다. 설익은 임대소득 과세 방침이 시장에 혼란을 초래한 것은 물론 정부 내 주택정책의 컨트롤타워 부재를 다시 한 번 드러낸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시장에 명확한 방향성을 제시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면서 결국 정책에 대한 신뢰만 잃게 됐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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