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이 긴 여자 만나 눈이 큰 아이 낳고·그들에게도 송곳니를 박았지/어차피 난 사람도 아니야/일도 안 하고 생활비도 모른 체했지/내 관심은 오직 내 한 몸 배 불릴 영생을 얻는 것.'(흡혈귀 中)
시인 남편이 쓴 시 산문집으로 '세상에 내 편인 오직 한사람'이자 '마녀 아내'에게 바치는 따뜻한 고백이다. 그동안 출간된 저자의 시집에서 아내를 위해 쓴 시 53편을 모아 각 작품에 남편으로서 느끼는 애틋함을 덧붙였다. 오로지 한 여인을 위한 글은 아니다. 생활비와 집세 벌이에 빠듯하게 보내는 하루하루, 남편만큼이나 수십 번 사직서를 던지고 싶었을 아내, 지친 하루를 따뜻하게 위로해준 아내의 선물, 자식 문제로 티격태격하는 남편과 아내 등 저자가 정리한 시 작품에는 이 세상 평범한 아내와 남편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담백한 단어로 표현한 한 남자의 진심은 그 어떤 미사여구보다 깊은 울림을 준다. 책 서두의 '작가의 말'은 책을 읽는 많은 아내 독자들의 가슴을 뜨겁게 적실 듯하다. "요즘 내가 좋아하는 구절이 '사랑은 이별함으로써 완성된다'는 말인데, 고로 아내와 나는 아직 진행 중이고 발전 중인 사랑을 하는 셈이다. 같이 누워 연속극을 보다가 하나는 등 돌리고 자고 하나는 불면의 밤을 지새우는 요즘도 우리는 틀림없는 연인이다." 시에 곁들인 산문을 통해 저자 부부의 연애 스토리부터 소소한 일상을 엿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1만 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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