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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붙은 자원전쟁] <2부-6> 석유산업 메카 美휴스턴

제2부: 프런티어를 가다<br>인프라 노후화 심각… "석유위기 부추긴다"<br>20년 저유가 →투자·관리 소홀 →생산량 감소 '악순환'<br>'피크오일' 이론가 시몬스회장 "자원고갈보다 더 우려" <br>고유가·자원개발 붐에 낡은 시추선까지 다시 등장도

요즈음 석유개발 붐이 고조되면서 30~40년 된 석유시추선도 빌리려면 2~3년을 기다리기 일쑤다. 미국 휴스턴 항구의 시추선 수리공장에서 이미 은퇴했어야 할 낡은 석유시추선을 수리하고 있다. /휴스턴=안의식기자



세계 석유산업의 메카 휴스턴. 휴스턴은 텍사스 석유 개발부터 시작해 현재 인근 멕시코만의 원유 개발ㆍ탐사의 중심지다. BPㆍ셸ㆍ셰브런 등 메이저 기업들을 포함해 머피ㆍ데본 등 독립계 석유회사, 유전 탐사ㆍ개발, 경제성 평가 등을 담당하는 각종 서비스 회사, 유전거래를 중개하고 자금을 제공하는 투자은행 등 수많은 석유 관련 기업들이 이곳에 둥지를 틀고 있다. 휴스턴은 또 전세계 유전정보가 모이고 생산유전의 거래와 석유기업의 인수합병(M&A)이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는 곳이다. 이에 따라 수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세계 각지의 유전 관련 최신 정보를 좇아 대박의 꿈을 키우며 오늘도 하루를 살고 있다. 휴스턴에서 각종 석유 관련 기업에서 일하거나 자기 회사를 경영하며 성공을 꿈꾸는 한국인들 역시 200여명에 이르고 있다. 지난 5월5일, 휴스턴 교외의 릴라이언트파크에서는 심해유전개발 장비전시회(2008’OFFSHORE TECHNOLOGY CONFERENCE)가 개막됐다. 첫날 세미나의 주제 발표자는 피크오일(peak oil) 분야의 세계적 이론가이자 휴스턴에 있는 투자은행(Simmons&Company International) 최고경영자(CEO)인 맷 시몬스 회장. 그러나 그의 이날 발표의 핵심은 피크오일이 아니었다. 세계적으로 원유가 고갈되고 있는 것보다 더 심각한 문제가 있다. 바로 석유생산장비, 수송 파이프라인 등 석유산업의 인프라가 심각하게 노후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세계적으로 해양 원유생산장비들은 평균 20년 이상 됐고 바다 밑에서 퍼올린 석유ㆍ가스를 육지로 수송하는 파이프라인은 그보다 더 낡았다”고 말했다. 시몬스 회장은 “만일 이 같은 시설들을 교체하지 않는다면 세계는 매일 1억배럴의 원유 수요가 있지만 실제 원유 생산능력은 6,000만배럴에 그치고 더욱이 원유 수송능력은 3,000만배럴에 불과한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석유산업 인프라의 노후화가 원유 생산량 감소를 부추기면서 현재의 석유위기를 장기화하는 주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피크오일이란 세계적으로 원유 생산량이 정점(peak)을 향해 치닫고 있으며 곧 감소추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이론이다. 시몬스 회장은 그동안 피크오일과 관련된 여러 책을 쓰면서 이 분야의 세계적 이론가로 인정받고 있다. 영국 북해유전은 현재 40년이 넘는 생산역사를 갖고 있다. 이에 따라 북해유전의 인프라를 유지ㆍ보수하는 일이 가장 우선적으로 해야 할 과제로 등장하고 있다고 영국가스의 한 관계자는 말했다. 특히 북해유전 부근에서 다른 유전이 발견되지 않음에 따라 이 같은 관리의 필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세계 최대 유전인 사우디아라비아 가와르(Ghawar) 유전은 1948년 발견됐다. 생산이 장기화되면서 원유 생산량이 피크를 지난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는 가와르 유전은 현재 매일 700만배럴의 바닷물을 주입해 생산량을 유지하고 있다. 세계 제2의 유전인 쿠웨이트 부루간(Burugan) 유전은 1920년대 발견된 것으로 이미 피크오일을 지난 상태다. 휴스턴에 있는 메릴린치에서 전세계 유전거래와 석유기업 M&A를 주선하고 있는 숀 뮬러 이사도 “중동 지역 원유 생산량의 80%가 20년 이상 된 오래된 유전에서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석유 인프라가 노후화된 것은 지난 20여년간 이어진 저유가 때문이다. 국제유가가 급등하기 시작한 2003년 이전에는 20여년간 국제유가가 10~30달러선에서 거래됐다. 따라서 당시 원유 생산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비용절약이 최대 과제였으며 이는 결국 석유산업 인프라에 대한 투자와 관리소홀로 이어져 오늘에 이르고 있다. 최근의 고유가와 석유개발 붐은 이미 고철로 변했어야 할 이들 석유산업 인프라의 목숨을 연장시켜주고 있다고 다른 한 전문가는 말했다. 그는 “최근의 석유개발 붐에 따라 은퇴해 고철로 변해버린 석유개발 장비들이 다시 등장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전탐사·개발사업 성공 관건은 사람" 관련 한인들 "전문가 키워라" 조언 지난 5월8일 저녁. 미국 휴스턴에 있는 셰러턴호텔에 한국인들이 모여들었다. 휴스턴에 있는 유전 탐사ㆍ개발 관련 한국 기업인, 엔지니어, 과학자들의 모임인 '재미 유전탐사 엔지니어협회( KOEAㆍKorean-American Offshore Engineers Association)' 6차 연례포럼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날 포럼의 주제는 '기술의 새로운 흐름'. 현재의 에너지 위기, 기후변화 등을 극복할 수 있는 에너지 분야의 해결책을 모색했다. 또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과 해양 LNG 시추장비에 대해 대우조선해양이, 해양구조물에 적합한 철강의 특성과 생산에 대해 포스코에서 각각 발표했다. SK는 자신들의 글로벌 에너지 비즈니스 전략을 소개했다. 이날 모임에는 동해가스전, 북한 서한만 유전개발 등에 참여한 우리나라 유전개발의 1세대인 명인성 박사를 비롯해 유전평가 분야의 전문가인 조삼제 박사, 셸의 김동섭 박사, BHP빌리턴의 백호열 기술고문, 석유공사 미국 현지 법인장인 이준범 박사, BP의 이경진 박사, 엑손모빌의 폴 J 리 박사, 테크닙(technip)의 최석주 박사 등 100여명의 유전 탐사ㆍ개발 분야 전문가들이 참석했다. 이들은 한목소리로 "유전 탐사ㆍ개발사업 성공의 관건은 결국 사람을 어떻게 키우느냐의 문제"라며 "한국도 전문가를 키우는 데 정부와 기업이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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