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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지역 박물관 소장 유물로 읽는 우리역사

■여행길에 만난 국립박물관 (윤민용 지음, 풀빛 펴냄)


파리에 가면 루브르, 런던에 가면 내셔널갤러리, 뉴욕에 가면 메트로폴리탄과 모마(MoMA)에 들러야 하는 것처럼 박물관과 미술관은 여행의 필수코스다. 반만년 역사를 지닌 우리나라에는 국공립과 사립을 모두 합쳐 1,000개에 육박하는 박물관이 있다. 그 중 으뜸은 서울 용산에 위치한 국립중앙박물관이며 전국 각지에 11개의 지방 국립박물관이 각 지역의 명물로 꼽힌다.

일간지 문화부 기자 출신으로 미술사학자인 저자는 지난 3년간 전국 12개의 국립박물관을 꼼꼼하게 답사한 다음 박물관 안내서인 동시에 박물관과 인근 유적에서 찾아낸 '우리 역사 다시 알기'테마를 연결해 이 책을 썼다.

방대한 유물과 문화적 자산을 보유한 국립중앙박물관에 비해 지방의 국립박물관들은 규모가 작으나 각자의 고유색을 갖고 있다. 신라의 옛 수도에 자리잡은 국립 경주박물관과 백제의 옛 수도에 위치한 국립 공주박물관, 부여박물관은 각기 신라와 백제의 고대 유물을 중심으로 그 역사를 다룬다.



김해박물관은 가야의 철기 문화를 중심으로 특화했으며, 청주박물관은 한반도의 중원에서 벌어진 삼국 각축전의 흔적을 비롯해 고려 시대의 불교가 꽃피운 찬란한 유물을 전시하고 있다. 대구에 자리한 대구박물관은 영남 지역의 유물 뿐 아니라 패션도시임을 반영해 복식사에 초점을 맞췄고, 진주성 안에 들어선 진주박물관은 임진왜란을 전문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춘천박물관은 선사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강원도의 역사와 문화를 품고 있으며, 제주박물관은 화산섬이라는 지리적 특수성이 반영된 유물과 바닷길 교류의 산물을 전시 중이다. 또한 예향 전주박물관과 광주박물관은 고대 유물과 더불어 다른 박물관에서는 만나기 어려운 도자기와 회화들을 보유하고 있다.

이번 추석에 고향을 방문하면서 인근 국립박물관으로 가족여행을 준비하는 사람이 있다면 매우 유익한 책이다. 1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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