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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 피카소' 낙서예술 7년 만에 재회

국제갤러리 '바스키아'전<br>미국 사회 인종 차별 등 거침없는 화법으로 비판<br>마약중독으로 28세 요절… 작품가격 수백억원 호가<br>대표 작품 18점 선봬

장-미셸 바스키아의'데스몬드(DESMOND)' /ⓒ The Estate of Jean-Michel Basquiat-ADAGP, Paris-ARS, New York, 사진제공=국제갤러리

1960년 미국 뉴욕주의 브루클린. 아이티 이민자로 회계사였던 아버지와 푸에르토리코계 미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까만 피부의 남자아이가 태어났다. 그의 부모는 아이가 7세 되던 해에 이혼했다. 이듬해 아이는 불의의 교통사고로 장기손상을 입어 비장(脾臟) 제거 수술을 받았다. 병원에 입원해 있는 아이에게 어머니는 해부학 책인 '그레이의 해부학'을 쥐어 줬다. 사람의 신체를 적나라하게 해부한 그림은 소년에게 적지 않은 충격이었다. 어린 시절 만화가와 시인을 꿈꿨던 아이는 15세에 집을 나와 진보적인 대안학교에 다녔다. 그는 그곳에서 만난 친구들과 뉴욕 소호 거리의 벽면에 저항의 이미지와 메시지를 그렸다. '세이모(SAMOㆍSame Old Shitㆍ흔해 빠진 쓰레기란 뜻의 속어)'라는 사인과 함께 남긴 낙서화의 주인공인 장-미셸 바스키아(1960~1988)다.

그는 28세에 마약 중독으로 요절하기 전까지 8년간의 짧은 활동으로 세계 미술계의 스타덤에 오르며 '검은 피카소'라는 칭호까지 얻는다. 높은 인기를 반영하듯 그의 작품값은 경매에서 수백억원을 호가하면서 컬렉터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지난 2006년 바스키아 회고전을 열었던 서울 소격동 국제갤러리가 3월말까지 '장-미셸 바스키아'전에서 그의 대표작 18점을 선보인다. 정규미술교육을 받지 못했지만 당시 비주류의 정서를 대표하는 수단이었던 '그라피티(Graffitiㆍ낙서)'를 현대미술의 반열에 올려 놓는데 크게 기여한 작가다. 이번 전시는 1980년대 팝 아트로 대변되는 미국 대중문화 부흥의 이면에 놓인 사회상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특히 바스키아 개인의 경험이나 흑인으로서 미국 사회의 인종 차별에 대한 비판 의식이 강하게 반영된 작품들이 눈길을 끈다. 대표적으로 다양한 해부학 도상이 그려진 작품에는 7세때 교통사고로 비장을 제거한 뒤 읽은 해부학 책에서 받은 영감이 고스란히 반영됐다. 또 흑인으로 미국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으나 인종 차별을 받았던 야구 선수 행크 애런, 재즈뮤지션 찰리 파커 같은 영웅적 아이콘을 강렬한 터치로 그린 그림도 다수 포함됐다. 금전적 가치, 삶과 죽음 등의 주제는 그만의 시적 문구로 형상화했다. 의미가 불분명한 기호를 나열한 모호함과 자유로운 터치감, 그리고 강렬한 색감 표현은 바스키아 만의 개성적인 색채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국제갤러리 K2관에서는 1980년대 초반 그래피티(낙서그림) 기법을 캔버스에 옮긴 작품들을, K3관은 1980년대 중후반 인기를 얻기 시작한 후 그린 작품들을 선보였다. 그의 미술 인생의 변화상을 감안하면서 감상하면 좋다. 특히 1980년대 중후반 작품들은 피카소 후기 작품에서 만날 수 있는 거친 붓질이나 앤디 워홀의 트레이드 마크인 화려한 색감 등을 연상시킨다. (02) 735~8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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