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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한국인들의 '비이성적 과열'

지난 90년대 일본 경제가 어두운 터널을 지나고 있을 때 미국 경제는 호황을 누리고 있었고 주식시장도 투자 열기로 후끈 달아올랐다. 주식시장에 돈을 넣어두면 더 큰 돈을 만질 수 있다는 투자심리까지 가세하면서 객장으로 향하는 투자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96년 앨런 그린스펀 당시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이를 ‘비이성적 과열(irrational exuberance)’이라고 정의했다. 시장경제 원리를 무시하고 한동안 기세를 부렸던 ‘비이성적 과열’은 결국 2000년 들어 주식시장이 붕괴하면서 종말을 고했다. 지금 또 하나의 ‘비이성적 과열’이 나타나고 있다. 무대가 주식시장에서 부동산시장으로 바뀌었고 주인공은 미국인이 아니라 한국 부자들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을 뿐이다. 한국 부동산시장에서 단맛을 다 빨아들인 투자자들이 미국을 새로운 벌통으로 인식하고 뭉칫돈을 들고 날아오고 있다. 한국 기업 주재원들과 교민들이 많이 모여사는 뉴저지의 버겐카운티와 뉴욕 롱아일랜드만 보더라도 주택과 부동산을 사들이기 위해 몰려드는 한국인들의 발걸음을 쉽게 느낄 수 있다. 맨해튼과 가까운 지리적 이점과 좋은 생활 환경, 무엇보다 한국 ‘아줌마’들이 중시하는 학군이 좋고 교육열이 높다는 이유 등으로 투자용뿐 아니라 주거용으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유력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뉴욕의 부동산회사 코코란그룹이 뉴저지에 분양 중인 총 344가구의 아파트 ‘허드슨클럽’의 매입자 가운데 절반 이상이 한국인이라는 기사를 비중 있게 다룬 것도 이러한 시대 흐름을 그대로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문이 남는 곳에 투자가 뒤따르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권장할 만한 일이지만 문제는 미국 주택시장이 한풀 꺾였고 일부에서는 급격한 침체를 경고하는 상황에서 과연 철저한 시장 분석을 하고 뛰어드는가 하는 점이다. 뉴저지 버겐카운티의 경우 월 평균 매물 건수는 지난해 1,587채에서 올해 1,944채로 크게 증가한 반면 월 평균 판매 건수는 1,137채에서 945채로 떨어졌다. 이러한 주택경기 둔화 신호는 뉴욕과 LAㆍ보스턴ㆍ필라델피아ㆍ올랜도ㆍ워싱턴D.C. 등 미국 주요 대도시에서 공통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 정부의 외환자유화조치 확대로 한국인들의 미국 주택시장 투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지만 섣부른 투자 수익 기대감으로 달려들었다가는 낭패를 보기 쉽다. 정확한 시장 분석과 이성을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 80년대 일본 사람들이 ‘비이성적 과열’로 미국 주택시장에 덤벼들었다가 90년대 본전도 챙기지 못하고 헐값에 되팔았던 뼈아픈 해프닝을 한국 사람들은 재현하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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