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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에 선 물가관리] <상> 물가의 정치경제학

물가 오름세 빈부격차 확대로 이어져 사회갈등 유발 할수도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상관 없음

근로자 가계 소득 늘어도 물가상승 못따라가 적자 허덕
소득→소비→고용 잇단 감소… 양극화 심화등 악순환 불러 "인플레 심리 확산 막기위해 물가안정 대책 신뢰회복 시급"
#대형마트를 찾은 주부 김경희(37)씨. 두 아이의 등쌀에 밀려 이것저것 고르다 보면 20만원을 훌쩍 넘긴다. 배추고 마늘이고 안 오른 게 없다. 삼겹살을 좋아하는 아이에게 미안하지만 오늘은 삽겹살 대신 뒷다리 살을 샀다. #올 들어 지난 27일까지 롯데백화점의 해외명품 판매액은 전년 동기보다 36.4%나 늘었다. 고가인 시계ㆍ보석류는 45.5% 증가했다. 루이비통과 샤넬 등 명품도 40% 더 팔렸다. 명품의류도 3월까지 26.2%나 매출이 늘었다. 물가는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되고 이에 맞춰 경제활동이 이뤄진다. 이 때문에 경제학을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들 가운데 비교적 순수한 산물(産物)로 인식되기 쉽다. 하지만 과도한 물가 오름세가 가져오는 파장은 단순히 경제적 범주에 국한되지 않는다. 사회적 갈등의 고리로 연결된다는 뜻이다. 이것이 바로 물가의 '정치경제학'이다. 후진국일수록 물가는 사회적 갈등의 요인이 된다. 물론 우리의 현재 물가 상황이 아프리카와 같은 후진국의 물가 오름세와 비교되지는 않는다. 아무리 올랐다지만 물가 수준은 여전히 4%대다. 하지만 경제성장률과 비교한 물가상승 수준은 과도하다. 더욱이 정부가 정상적인 경제정책으로 통제할 수 없는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물가 불안은 당장 바닥 민심을 흔들고 있다. 가계의 소득이 아무리 늘어도 물가 오름세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비상경제대책회의를 부활한 것도 이 때문이다. 물가가 정치ㆍ사회적 갈등으로 번지자 국정의 뿌리마저 흔들 수 있다는 위기감이 깃든 것이다. 이는 지표로도 확인된다. 물가상승은 빈부격차 확대로 나타난다. 지난해 근로자 가구 평균 소득은 16만원(전년 대비 4%) 늘어나는 데 그쳤지만 이미 물가상승률은 5%에 육박하고 있다. 소득이 늘어난 것보다 물가상승률이 더 큰 셈이다. 적자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지난해 연간 가계동향을 보면 전국 가구(2인 이상)의 월평균 실질소득은 312만9,000원으로 2009년보다 2.8% 늘어난 반면 실질지출은 257만2,000원으로 3.9% 증가했다. 적자가구 비율도 26.0%로 1년 전보다 증가했다. 특히 소득 하위 20% 계층에 속하는 1분위의 적자가구 비율은 2009년 52.9%에서 지난해 53.7%로 늘어났다. 반면에 소득 상위 20% 계층인 5분위 적자가구 비율은 9.1%로 2009년(10.4%)보다 줄었다. 물가상승에 늘어난 지출은 고소득계층에는 전혀 피해를 주지 않은 반면 하위 소득 계층의 적자 확대로 이어졌다. 반면 상위계층에 물가상승은 무조건 나쁜 것만은 아니다. 기름값이 오르니 시내 차가 없어 좋다는 식의 말과 함께 국내 백화점의 명품은 없어서 못 팔 정도다. 백화점업계 관계자는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샤넬쥬얼리와 까르띠에ㆍ쇼메 등의 하이주얼리 매출이 전명품 부문 가운데 가장 높은 매출 신장률을 기록하는 등 고가 제품 쪽으로 수요가 몰리는 추세"라고 말했다. 물가는 고용에도 영향을 미치며 양극화의 골을 깊어지게 할 수 있다. 2008년의 경우에도 물가상승은 당시 1ㆍ4분기 실질 국민총소득(GNI)의 -1.2% 성장으로 나타났고 그에 따른 소비위축은 고용감소로 이어졌다. 경기회복의 강도가 조금이라고 꺾일 경우 물가상승은 소득→소비→고용의 3중 감소를 연쇄적으로 만들어내는 악순환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성장과 물가를 동시에 잡겠다는 정부의 욕심은 빈부격차 확대의 촉매가 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 8개월 사이 기준금리를 네 차례 올렸지만 물가를 안정시킬 만한 수준까지는 올리지 못했다. 가계부채 문제에다 수출기업의 경상수지가 줄어들며 성장률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더 컸기 때문이다. 환율도 고공행진하고 있다. 우제창 민주당 의원은 "정부가 수출대기업을 위해 고환율 정책을 유지하며 지난 3년간 수출대기업이 141조원의 막대한 이득을 챙겼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정부가 고환율ㆍ저금리 정책을 유지하는 동안 내수기업과 중소기업ㆍ서민들은 수입 물가 상승에 따른 희생을 감내해야 했던 셈이다. 전문가들은 물가 오름세가 2차적 상승 흐름으로 번지는 데 대해 강한 우려감을 표한다. 무엇보다 물가상승이 고착화할 것이라는 믿음이 확산되면 임금인상 욕구들이 여기저기서 터져나온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계가 빤히 보이는 개발시대식 물가통제는 소나기만 피하려는 식의 모습"이라며 "정부와 중앙은행의 물가안정에 대한 신뢰회복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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