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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자 방치·암묵적 차별 속 실업률 늘자 "일자리 뺏긴다" 수백년 잠재됐던 불만 폭발
● 독일
이민자 증가세에 위기감… 독어 교육땐 인센티브 등 자연스런 사회통합 노려
지난 6일 프랑스 대통령선거에서 고배를 마신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헝가리 이민자인 이민자인 아버지와 그리스 이민자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이민자 출신이다. 출신배경을 감안하면 그가 대선 캠페인에서 줄곧 반(反)이민정책을 내세웠던 점이 얼핏 이해가 되지 않지만, 사르코지 대통령의 이 같은 모순은 이민자에 대한 프랑스의 '이중잣대'를 드러내는 단적인 사례에 불과하다.
오랜 이민의 역사와 10년 전부터 본격화한 이민정책에도 불구, 지난달 찾은 프랑스에서 지켜본 이민자들은 방치와 차별의 대상에 머물러 있었다. 독일의 경우 이민자에 대한 언어 교육을 내세워 보다 적극적으로 사회 통합을 시도하고 있지만, 갈 길은 멀어 보였다.
유럽은 새로운 삶의 터전을 찾아 낯선 땅으로 이주하는 이민의 역사가 가장 오래된 곳이다. 하지만 200여년에 걸쳐 이민자들을 받아온 유럽에서 이민자 문제가 수면위로 떠오르며 논의가 시작된 것은 불과 10년 전이다. 그나마 최근 유럽 경기침체가 가시화하고 실업률이 치솟자 이민자들이 일자리를 빼앗아간다며 반(反) 이민자 정서가 팽배해지고 있다.
이 같은 유럽의 이민자 문제는 탈북자와 조선족, 결혼이주여성 등의 유입으로 다문화사회로 향하고 있는 한국에서도 관심 있게 지켜볼 부분이다. 프랑스 파리와 독일 베를린을 찾아 이들 국가의 다문화 현황 및 문제점, 해결방안 등에 대해 살펴봤다.
◇이민자에 '이중잣대' 들이대는 프랑스의 모순= 지난달 파리에서 만난 크리스토퍼 베르토시 프랑스국제관계연구소(IFRI) 이민센터 소장은 "프랑스는 2세기에 걸친 이민의 역사를 지녔지만 이민사회를 은폐하면서 이민문화에 대한 역사를 쓰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민자들의 출신국가나 문화적 정체성의 차이를 인정하기를 거부하고 이들이 프랑스 국가에 동화(同化)되도록 강요했다는 것이다. 이민자들은 정계 진출이나 사회단체 설립 등의 방식으로 스스로의 문제를 해결하도록 방치하고 있다.
이 때문에 프랑스 국민들은 헝가리와 그리스 출신 이민자의 아들인 사르코지 대통령을 이민자가 아닌 프랑스인으로 여기고 있다. 겉으로는 이민자의 존재를 아예 부정하고 모두가 프랑스인이라고 주장하지만, 속으로는 이민자에 대한 차별이 팽배하고 있는 모순을 지닌 것이다.
수 세기에 걸쳐 안으로 곪아 온 프랑스의 이민자 문제는 결국 지난 2005년 70여 개국의 이민자들이 모여 거주하는 파리 외곽 '클리쉬-수-부아'에서 폭동이 발생하면서 터졌다. 경찰의 불심 검문을 피해 변압지 주변에 숨어들어간 이민 3세대 소년 2명이 감전사하자 일대 청년들을 비롯해 전국의 이민자들이 그 동안의 차별에 분노하며 화염병과 돌을 들고 거리로 나온 것이다.
이 폭동을 계기로 이민자들의 실상을 알리고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움직임이 수면 위로 올라 왔다. 이민자들 주도로 설립된 비정부기구(NGO)인 자유평등박애모두연대(ACLEFEU)가 대표적이다. 폭동의 진원지인 '클리쉬-수-부아'의 집 한 채를 개조한 ACLEFEU의 사무실에서 만난 모하메드 메흐마쉬(Mohamed Mechmach) 회장은 "이민자 문화의 다양성을 기반으로 프랑스의 국력을 높일 수 있는데도 프랑스가 이민에 대해 침묵하고 있는 것은 유감"이라고 말했다. 메흐마쉬 회장은 "여전히 이민자들은 불법 마약상으로 몰려 경찰 단속을 받으며 경제 위기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6일 실시된 프랑스 대선 2차투표를 앞두고도 사르코지 대통령을 비롯한 후보들은 앞다퉈 불법 이민자 유입을 막겠다며 우편향적 모습을 보였다.
ACLEFEU는 이민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민 2ㆍ3세대들이 적극적으로 투표권을 행사하는 한편, 이민자들이 직접 정계에 진출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고 보고 있다. 메흐마쉬 회장은 오는 6월 열리는 총선에 후보로 나설 방침이다.
◇독일은 적극적인 '통합' 정책 나서= 이민 문제에 대한 독일의 고민과 대응책은 보다 현실적이다. 독일 역시 최근까지 스스로를 이민국가라고 인식하지 못한 채 사회적ㆍ문화적 통합에 대해 논의를 미뤄왔다. 하지만 순수 아리안족의 출산율이 급감하고 이민자들이 지속적으로 유입되면서 60년 후에는 순수 독일국민이 사라질 것이란 위기감이 대두되자 정부가 대책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휴미츠쉬 독일인도주의재단(HVD) 언론담당관은 "독일 정부의 새로운 이민 정책은 각자의 문화를 인정하고 함께 살아가는 것을 지향하며, 이를 위해 이민자들에 대한 독일어 교육을 강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독일 사회에 편입되기를 거부하는 터키 등 이슬람인들이 제도권 교육을 받도록 해 자연스럽게 사회 통합이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독일 정부는 '인테그레이션(통합) 계약'이라는 제도를 도입해 이민자 가족들이 일정 기간 내에 통합을 위한 목표(독일어 수업 이수 등)를 달성할 경우 사회보장기금이나 실업자 수당 등을 지원해 주고 영주권이나 비자를 받을 수 있는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특히 인구의 40%가 160여개국 출신의 이민자들로 구성된 수도 베를린시 노이쾰른(Neukoelln)구의 경우, '이주민 통합'을 구정 주요 과제로 선정하고 이주민과 독일인 주민, 정치인, 학교, 담당 관청 등이 밀접하게 협력하고 있다. 이에 따라 노이쾰른구에서는 이민자들이 독일어 교육 등 사회 통합 프로그램을 의무적으로 이수토록 하고, 학교마다 통역 요원들을 파견해 독일어에 서투른 학생들을 지원하고 있다. 12개 이민자 관련 단체들과 구청장간 정례회의도 매달 열린다.
아르놀트 멩엘호흐 노이쾰른구청 이주담당관은 교육을 통한 사회 통합을 자신했다. 그는 "한국에서의 교육 수준이 매우 높았던 파독 간호사와 광부들은 독일 사회에 성공적으로 통합한 대표적인 사례"라면서 "이 때문에 이민자들의 통합이 불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됐으며 따라서 희망이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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