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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9월 21일] 정부부처 세종시 이전 늦추자

정운찬 총리 후보자가 행정중심복합도시, 즉 세종시에 대해 언급한 후 이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라 뜨거운 논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세종시를 원안대로 진행시킬 것인지가 지금까지 논쟁의 초점이었다. 여기에서 원안대로라는 것은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에 관한 특별법'에 정한대로 중앙부처를 이전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전 대상 중앙부처는 종전의 12부4처2청이었던 것이 이명박(MB)정부 들어 정부조직법이 개편됨에 따라 9부2처2청이 됐다. 이전 대상 인원은 1만명을 약간 넘는 수준이다. 서둘러옮기면효율성문제 중앙부처 이전을 지상과제로 여기다 보니 논쟁도 주로 행정 효율성에 국한되고 있다. 중앙부처 이전이 지역 균형발전에 대해 상당한 정치적 상징성을 갖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정치적 상징성의 가치가 예상되는 행정 비효율을 능가할 것인지는 의문이다. 서울에 청와대ㆍ국회ㆍ일부 중앙부처가 있고 세종시에 일부 중앙부처가 있는 경우 낭비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베를린에 연방의회와 일부 행정부처가 있고 본에 일부 행정부처가 있는 독일의 경우 행정부처가 이용하는 도시 간 왕복 셔틀 비행기가 연간 5,500편을 넘는다는 사실은 국가 중요 기관들이 지리적으로 떨어져 있을 때 발생하는 행정 비효율이 어떤지를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행정 비효율도 중요한 문제이고 중앙부처 이전도 중요한 문제이기는 하지만 이들은 전체 문제의 일부분일 뿐이다. 문제의 진짜 핵심은 세종시가 나라에 도움이 되는가 하는 것이다. 경제적인 이득은 효율성과 형평의 두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는데 원안대로의 세종시 건설로는 어느 측면에서의 이득도 기대하기 어렵다. 효율성 측면에서의 논의는 자명하다. 생산성이 높은 수도권에서 노동과 자본을 빼내 생산성이 낮은 곳으로 옮기면 국민소득이 하락한다. 세종시 건설에 찬성하는 사람들은 그 정도의 효율성 하락은 소위 국가 균형발전이라는 형평의 증진에 의해 충분히 보상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가 바라는 것이 모두가 못사는 퇴행적 형평이 아니라면 세종시 건설로 형평성이 제고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세종시 건설로 모두의 형편이 나아지는 가운데 형평이 증진되는 발전적 형평을 이룩하려면 세종시의 소득이 다른 지역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증가해야 하는 등 비약적 발전이 담보돼야 한다. 중앙부처를 지방에 내려보낸다고 그 지역의 소득이 비약적으로 증가할 것인가. 이에 대한 대답은 이론적으로나, 실증적으로나, 그리고 다른 나라들의 경험에 비춰보더라도 '아니요'이다. 어느 지역이 발전하려면 탄탄한 소득기반을 갖추는 게 먼저다. 이를 위해서는 각종 창조적 생산활동이 집적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이 필수적이다. 중앙부처를 내려보내는 것은 어떻게 보면 창조적 생산활동의 집적기반을 조성하는 문제와는 별로 상관없는 일이다. 우리가 근본적으로 고민해야 할 것은 세종시의 장기적인 지속발전을 담보할 수 있는 원동력이 무엇인지를 알아내는 일이다. 중앙부처를 몇 개 내려보낼 것인지가 정치적으로 중요한 문제일지는 몰라도 본질적으로는 별로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소득창출기반먼저갖춰야 그런데 문제는 의사결정의 대부분이 정치적 고려가 우선인 정치인들의 손에 맡겨져 있다는 것이다. 소위 '원안대로'에서 벗어날 때 받게 될 역풍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럼 어찌할 것인가. 시간 조정에 대한 양해를 구하는 것이 현실적인 해법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소위 '원안대로' 중앙부처를 옮기는 것을 무슨 수를 쓰든 담보하되 그 시기는 세종시의 소득창출 기반을 먼저 갖춘 후에 하며 소득창출 기반을 어떻게 갖출 것인지는 거의 백지에서 다시 고려하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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