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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중국 스마트폰 경계령
입력2011-05-26 17:08:33
수정
2011.05.26 17:08:33
지난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 최대 이동통신박람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의 주인공은 누구였을까. 이 전시회에 글로벌 스마트폰 업계를 주도하는 애플이 참가하지 않았기 때문에 당연히 삼성전자가 가장 큰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현장에서 전시회를 취재한 기자의 전언에 따르면 삼성전자 못지않게 관람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부스가 있었다. 바로 중국 휴대폰 제조업체 'ZTE'다. 관람객들은 삼성전자 부스 바로 옆자리에 위치한 ZTE 부스를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고 한다. ZTE 부스에는 나름대로 경쟁력을 갖춘 스마트폰ㆍ태블릿PC뿐 아니라 클라우드 컴퓨터 등 미래의 정보기술(IT)산업을 이끌어나갈 신기술이 전시돼 있었다고 한다.
ZTE 등 비약적 성장
ZTE의 성장세는 놀라울 정도다. 2009년 2,670만대의 휴대폰을 판매하는 데 그친 ZTE는 지난해 5,180만대를 팔았다. 올해 1ㆍ4분기에도 1,500만대가 넘는 판매량을 기록했다. 노키아ㆍ림 등 글로벌 업체가 1ㆍ4분기에 뒷걸음을 치는 동안 ZTE는 무서운 기세로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ZTE가 글로벌 휴대폰 시장의 정상 위치에 오르기 위해 얼마나 공을 들이고 있는가는 연구개발 투자를 보면 알 수 있다. 최근 일본경제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ZTE가 파나소닉을 제치고 올 1ㆍ4분기 해외 특허 출원 건수 1위를 차지했다. 전문가들은 올 해외 특허는 당연히 ZTE가 1등을 차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ZTE는 해마다 매출의 10% 이상을 연구개발 투자에 쏟아 부었다. 그 결과물이 이제 가시화되고 있는 것이다.
ZTE뿐 아니다. 중국시장을 발판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는 대만의 HTC와 중국의 화웨이도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HTC는 스마트폰 시장만 놓고 봤을 때 글로벌 4위 업체다. 아시아에서 삼성전자에 이어 2위를 기록하고 있기도 하다. 지난달에는 전체 휴대전화 시장 1위인 노키아의 시가총액을 추월하기도 했다.
이같이 중국 업체들이 글로벌 휴대폰 시장에서 '앙팡 테리블(무서운 아이들)'로 변신하고 있다. 그동안 중국 업체들은 휴대폰 분야에서도 다른 IT제품과 비슷하게 우리 제품을 모방하면서 발전해왔다. 하지만 이제 중국 제품은 '짝퉁' 수준을 넘어섰다. 물론 소프트웨어·하드웨어 등 기술적 측면이나 디자인으로 볼 때 아직 우리에 못 미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철강ㆍ조선ㆍ자동차 등 주요 제조업들은 선진국에서부터 태동ㆍ발전하기 시작해 점점 후발국으로 이전해가는 경향을 보인다. 과거 철강ㆍ조선 강국은 단연 미국이었다. 이후 일본으로, 그리고 한국으로 들어왔다. 이제 중국으로 그 주도권이 넘어가는 상황이다. 자동차도 최근 들어 미국ㆍ일본 브랜드는 점차 쇠락하기 시작했고 한국 차가 부상하고 있다. 특히 휴대폰처럼 빠르게 진화하는 산업은 후발국이 따라오는 속도가 훨씬 더 빠를 수밖에 없다. 중국이 무서운 이유다.
중저가 시장서 격돌 예상
스마트폰이 점차 대중화되면서 중저가 제품이 봇물처럼 쏟아지는 상황에서 중국은 우리의 최대 적수다. 사실 노키아나 애플을 앞서가는 것보다 중국의 추격을 뿌리치는 것이 더 절박할 수도 있는 시점이다. 한 시장조사업체에 따르면 100달러대의 스마트폰이 전체 스마트폰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지난해 13.5%에서 오는 2014년에는 30%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중국 업체들은 중국과 인도ㆍ파키스탄 등 인구강국을 겨냥한 100달러선의 스마트폰을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이렇게 되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도 치킨게임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크다.
IT산업은 결국 모바일과 콘텐츠에서 승부가 날 수밖에 없다. 빠른 속도로 변하는 글로벌 경영환경에서 잠시라도 한눈을 팔면 미국ㆍ유럽에 밀리고 중국에 치이는 샌드위치 신세로 전락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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