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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경제소사/4월3일] 트립


태평양 횡단 편도 운임이 1,000만원. 1935년 얘기다. 소요시간은 일주일. 수상비행기로 섬에서 섬으로 건너뛰었으니 그럴 만했다. 장사가 됐을까. 그랬다. 적자였다면 항공사 팬암(Pan Am)의 시대가 열리지 않았을 테니. 태평양 항로뿐 아니라 1930년대까지 국제 민항은 불모지대. 항공우편 정도에 그치던 민항에 이 사람이 여객운송이라는 기능을 달았다. 후안 트립(Juan Terry Trippe). 예일대를 졸업하고 해군 비행대에서 복무한 뒤 첫 직업인 증권 브로커에 재미를 못 붙여 항공운수업으로 눈을 돌려 대성한 인물이다. 유산과 대학 동문들의 자금을 모아 팬암을 설립한 그는 남미와 중국 노선을 거쳐 1938년에는 대서양 노선도 선보였다. 2차대전 직후인 1945년 트립은 유럽 노선에 ‘차등좌석’을 깔았다. 요즘 저가항공사같이 일반석 운임을 절반 아래로 내리자 주요 공항은 팬암의 운항을 금지시켰지만 다른 항공사들은 뒤따르지 않을 수 없었다. 부유층의 전유물이던 해외 항공여행이 대중화한 것은 이때부터다. 트립은 여객기 대형화도 이끌었다. 1969년 시험비행 이래 아직도 세계의 하늘을 주름잡는 B747 점보제트기도 초대형기가 필요하다는 트립의 제언으로 태어났다. 1981년 4월3일 80세로 타계한 그는 음악가로도 이름을 남겼다. 인기 재즈그룹인 토미도시밴드의 일원으로 활동하고 1953년에는 영화 ‘지상에서 영원까지’의 주제가로 아카데미 음악상도 받았다. 최근 개봉작 ‘애비에이터’의 모델 하워드 휴즈가 항공업과 영화사업에서 활약했던 것과 비슷하다. 예술에 취한 탓은 아니겠지만 트립의 팬암이나 휴즈가 키운 TWA는 존재하지 않는다. 명성과 전통도 위기를 비껴가지 못한다. 무한경쟁에는 예외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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