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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대외 경제협력 편가르기

미국이 이라크 전쟁에 반대한 국가에는 통상 보복을 전개하고, 전쟁 지지국에 대해 서는 우호 조약을 체결하는 등 편가르기에 나서고 있다. 미국은 이라크 전쟁을 비난한 프랑스와 독일에 대해 보복을 다짐하고 전쟁을 지지한 싱가포르, 아랍 동맹국 등에 대해서는 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미국이 이른바 `우리 편이냐, 반대편이냐(are you for us or against us?)`를 잣대로 국제 무역질서와 경제질서를 재편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과 유럽은 전쟁이 끝나자 통상 전쟁에 돌입한 상태다.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은 프랑스에 대해 경제 보복을 가할 것이라고 공식적으로 경고했고, 데니스 해스터트 하원의장(공화)을 비롯, 미 하원 의원들은 프랑스 제품에 대해 수입제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농업이 주산업인 주정부들은 유럽 15개 국가들이 생명공학 농산물에 대한 수입 규제 조치에 항의할 것을 미 무역대표부(USTR)에 요구했다. 이에 반해 전쟁을 지지한 싱가포르와는 지난 6일 아시아 국가로는 처음으로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했다. 백악관 협상 체결식에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을 비롯, 파월 국무장관, 콘돌리자 라이스 안보담당 비서관, 도널드 에반스 상무장관, 로버트 죌릭 USTR 대표 등 각료들이 이례적으로 대거 참석, 전쟁 지지국에 대한 경제 협력을 다짐했다. 부시 대통령은 고촉동 싱가포르 총리에게 이라크 복구 사업에 동참할 것을 제의했다. 가장 먼저 미국과 FTA 쌍무 협상에 합의한 칠레는 UN 비상임이사국으로 전쟁을 반대했다는 이유로 서명식이 수개월 후로 연기됐다. 명목상 이유는 합의문이 영어와 스페인어로 전달되는 과정에서 오해가 있다는 것이지만, 외교 관측통들은 칠레가 미국의 정서를 읽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부시 대통령은 7일 호세 마리아 아스나 스페인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진 자리에서 바스크 분리주의자를 테러리스트로 규정해달라는 스페인의 요구를 선뜻 들어주었다. 게다가 부시 대통령은 넌지시 "스페인에 무언가 좋은 일이 있을 것"이라고도 말했다. 부시 행정부는 아울러 아랍권 가운데 미국에 우호적인 이집트, 모로코와는 우호적인 무역 협정을 체결할 예정이다. 아울러 전쟁 기간에 원유 생산을 늘려 국제유가를 안정시킨 사우디 아라비아를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하지만 유럽 국가들은 미국의 경제 보복에 정면 대결 양상을 보이고 있다. 유럽 연합(EU) 집행위원회는 미국 의회가 오는 9월까지 마이크로소프트ㆍ보잉 등 자국 기업의 해외 판매에 과세특례를 주는 조항을 폐기하지 않을 경우 40억 달러의 벌금을 물리겠다고 최후 통첩했다. 아울러 EU는 미국의 제너럴 일렉트릭(GE)이 핀란드의 의료기기회사 인스트루멘타리움을 21억 달러에 인수하려는 협상이 독점 금지규정에 어긋난다며 철회하도록 압력을 넣고 있다. 한편 미국은 자국 제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달러 약세 정책을 지속하는 바람에 유럽의 경쟁 업체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 달러는 유로에 대해 지난해초 이래 무려 24% 절하됐는데, 이에 따라 미 제너럴모터스(GM)의 1ㆍ4분기 수익은 크게 개선된 반면, 유럽의 볼보 자동차는 같은 기간 수익이 66% 하락했다. 80년대 말 일본 자동차 업계를 누르기 위해 미국이 달러 약세 정책 채택, 자국 회사의 경쟁력을 회복한 방식이 지금 유럽 기업에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뉴욕=김인영 특파원 in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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