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고종 때 영의정을 지낸 이유원(李裕元ㆍ1814~1888)이 외교 목적으로 당시 청나라의 실권자 리훙장(李鴻章ㆍ1823~1901)에게 보낸 친필편지(사진) 묶음이 러시아에서 발견됐다. 국립중앙박물관(관장 최광식)은 한국국제교류재단(이사장 임성준)과 함께 러시아 모스크바 국립동양예술박물관의 소장품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그 동안 중국 유물로 분류됐던 이유원의 편지 9통을 발견했다고 28일 밝혔다. 이 편지 모음은 1875년 이유원이 원자(이후 순종이 된 명성황후의 아들)의 세자책봉을 요청하기 위해 중국에 사신으로 갔을 때 리훙장에게 전달한 첫 편지로부터 시작된다. 1880년까지 발송한 것들로 조선에 대한 관심을 당부하고, 조선의 병기 제조와 군사 훈련을 도와달라는 내용이 주를 이루며 편지와 함께 보낸 선물 목록도 포함됐다. 이들 편지는 이유원과 리훙장의 문집에 등장한 적이 있지만 실물은 처음 발견됐다. 이유원과 리훙장이 주고받은 편지는 총 17통으로 19세기말 한중관계사 연구와 비밀 외교채널의 존재를 밝히는 데 중요한 자료라고 박물관은 설명했다. 이유원은 백사 이항복의 후손으로 조선 말기 정치가였다. '가고오략' '귤산문고' 등의 저서를 남겼으며 이번에 발견된 편지가 현재 확인된 그의 유일한 필적으로 추측된다. 이들 편지를 소장한 국립동양예술박물관은 1918년에 개관한 구소련 내 유일한 동양미술품 전문 박물관으로 500여 점에 이르는 한국 관련 유물을 소장하고 있다. 1990년 개설한 한국실은 한국국제교류재단의 지원으로 개ㆍ보수 중이며 한ㆍ러 수교 20주년인 2010년 9월말 재개관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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