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토빈세의 개념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쓰는 사람마다 다르고 최근 유럽연합(EU)에서 추진하는 금융거래세와도 혼동되기 때문이다. 주창자인 제임스 토빈의 이름을 따서 지은 토빈세는 국경을 넘나드는 단기자본 이동에 대해 국제적으로 세금을 부과, 그 움직임을 제한하자는 내용이다. 세계적으로 토빈세를 시행하는 나라는 오는 2014년 월드컵과 2016년 올림픽 개최를 앞둔 브라질이 유일하다.
지난 9일 EU 재무장관회의에서 11개 회원국이 도입에 합의한 금융거래세는 토빈세에서 파생된 것으로 볼 수 있지만 개념과 목적이 다르다. 토빈세는 자본의 국경 간 이동에 대해 과세하지만 금융거래세는 국내거래도 과세대상에 포함시킨다. 국내외 거래를 불문하고 주식ㆍ채권ㆍ파생상품 등 금융거래 전체에 과세해 단기 투기성 거래 자체를 원천적으로 위축시키자는 취지다. 하지만 또 하나의 주된 목적은 유럽의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세수확보다.
우리나라 경우 EU 금융거래세 같은 것을 이미 국내 부문에 한해 부분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증권거래세는 시행 중이며 파생상품거래세는 3년 뒤 도입될 예정이다. 채권거래세에 대해서는 아직 계획이 없는 상태다.
우리나라는 투기성 단기자금의 유출입을 규제할 필요성이 커져가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실제로 토빈세를 도입하는 것은 그리 쉽지 않다. 토빈세를 도입하면 국제금융시장의 ‘왕따’가 돼 자금이 빠져나가고 들어오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증시에서는 벌써부터 토빈세가 도입되면 주가가 반토막 날 것이라는 얘기까지 나돌고 있다. 더욱이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자본이동자유화 규약’에 가입한 국가다. 규약에 OECD 회원국은 가입 당시보다 자본규제를 강화할 수 없다는 조항이 있다. 토빈세는 이에 위배된다.
우리나라같이 작은 시장이 국제금융시장에서 단독 플레이를 하는 것은 여러모로 위험하다. 어떤 시스템이든 국제적 흐름과 공조 분위기를 타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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