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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리포트] "농민 출신 이유로" 복지 차별… '도·농 후커우' 폐지 목소리

베이징 농민공들 '농촌 후커우' 낙인<br>교육·의료등 각종 혜택서 소외되자 <br>'도시후커우' 중개 불법 브로커 극성<br>"사회통합 위해 제도 개혁 나서야"

중국의 건설 노동자들이 지난해 12월 상하이(上海)의 한 건설공사 현장에서 점심 식사를 하고 있다. 중국 농민공들은 대도시의 각종 건설사업에 투입되어 값싼 노동력을 제공하는 원천이지만, 이들은 '농촌 후커우(戶口)' 라는 딱지 때문에 의료, 교육, 복지 혜택을 받지 못해 심각한 사회 갈등 요인이 되고 있다. 상하이=블룸버그통신


# 1. 베이징에 거주한지 8년째인 허난성 출신의 농민공 장샤오린(가명)씨. 그는 지난해 베이징 소재 초등학교에 자신의 아들을 입학시키면서 기부금으로 1만8,000위안(302만원)을 내야했다. 베이징에 후코우(户口ㆍ호적)가 있는 베이징 사람이면 초등학교는 물로 중학교까지 무상 교육을 받을 수 있지만 장씨는 농민 후코우이기 때문에 기부금은 물론 매학기 등록금까지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장씨에게 기부금 1만8,000위안은 한달 수입 2,000위안(33만6,000원)을 한 푼도 안쓰고 꼬박 9개월을 모아야 하는 큰 돈이다. # 2. 베이징에 온지 9년째인 후난성 출신의 농민공 리우천(29ㆍ가명)씨는 한달여 전에 임신 4개월인 부인과 통곡을 했다. 곧 태어날 아이를 베이징은 물론이고 자신의 고향에서도 호적에 올릴 수 없는 무호적자, 이른바 헤이하이즈(黑孩子)로 만들 운명에 처했기 때문이다. 자신이 일하며 거주하고 있는 베이징 당국은 베이징 후코우가 없다는 이유로 출생관련 증명서를 발급해주지 않았고, 고향인 후난성은 거주지 당국의 출생 관련 증명서가 없다는 이유로 후코우 등재를 거부했다. 중국이 고속 경제성장으로 도시화가 가속화하면서 도시와 농촌 출신을 차별하는 중국 특유의 '이원(二元) 호적제도' 폐지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억3,000만여명으로 추산되는 농민공은 베이징, 상하이 등 대도시에 저임 노동력을 공급하며 중국의 놀라운 경제성장을 일궈내는 일등공신 역할을 하고 있지만 '농촌 후코우'라는 낙인(?)에 찍혀 교육, 의료, 양로 등 기본적인 사회복지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로 내몰리고 있다. ◇현대판 신분세습제 '농촌 후코우'='농민공(農民工)'이라는 표현이 말해 주듯이 이들은 도시에 많게는 수십년씩 거주하는 도시민이면서도'농민' 출신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도시 후코우들과 달리 각종 정부혜택에서 소외되고 있는게 현실이다. 특히 아버지가 농촌 후코우이면 자식도 농촌 후코우를 물려받는 현대판 신분 대물림으로 이어지면서 향후 중국의 도시화와 이에 따른 경제성장 과정에서 사회통합을 저해할 가장 큰 암적 요인중 하나로 지적되고 있다. 농민공들은 자신들에 대한 차별대우도 억울하지만 자식들도 농촌 후코우라는 족쇄에 묶여 성장 과정부터 불이익을 받는 것에 대해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하이난성 출신으로 베이징에서 10년 넘게 거주하고 있는 천쓰씨는 딸이 5살때 베이징으로 함께 이사와 이 곳에서 초등학교, 중학교를 다녔지만 베이징 후코우가 아니라는 이유로 대학 수능시험 자격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천씨는 연봉 12만위안의 중산층으로 베이징에서 10년 넘게 일하며 베이징 당국에 20만위안 이상의 세금을 냈는데도 불구, 결정적 순간에 외지인으로 취급받는 것에 분노를 느낀다고 절규했다. 농민공에 대한 차별은 교육뿐 아니라 의료, 양로 등 전반적인 복지시스템에서도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다. 후베이성 출신으로 중국 남부 연안 대도시 쉔젠에서 9년간 일한 우궈량씨는 임신한 부인이 조산 기미가 있어 두달여간 병원에 입원했는데 병원비가 무려 20만위안이나 나왔다. 쉔젠 후코우가 있으면 의료보험 혜택을 받지만만 외지인은 병원비를 전액 본인이 물어야 했기 때문이다. ◇'도시 후코우' 중개하는 불법 브로커 극성= 이처럼 농촌 후코우에 대한 차별 대우가 극심해지다 보니 도시 후코우를 얻어주겠다는 불법 브로커들이 극성을 부리고 있다. 규정상 돈을 주고 후코우를 사는 것은 불법이지만 워낙 도시 후코우 취득이 어렵다 보니 불법 장사가 판을 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법에 따르면 과학기술 인재 등 국가에 중요한 사람이거나 해당 도시에 대한 투자 등을 통해 경제 발전에 기여한 사람에게는 도시 후코우가 주어지는 특혜가 있다. 물론 이는 극소수에 해당하는 것일뿐 대다수 이주 노동자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하지만 이 같은 제도를 편법적으로 이용해 도시 후코우를 만들어 주겠다는 불법 브로커들이 음성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해 2월에는 베이징에서 3년간 92건의 베이징 호적을 불법 중개하며 109만여위안을 챙긴 4인조 브로커단이 적발되기도 했다. 도시 후코우가 없어 아예 대도시 진입을 포기한 경우도 생기고 있다. 허난성 출신으로 우한대학을 나오고 오는 7월 베이징에서 중국과학기술대학원 졸업을 앞두고 있는 장판씨는 중국 최대 인터넷 포탈업체인 바이두가 17만위안의 고액 연봉을 제시했지만 거절했다. 바이두가 베이징 호적 취득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는 이유에서 였다. 베이징시 정부는 서민의 내집 마련을 위해 값싼 임대아파트와 저가 소형아파트를 공급하고 있는데 이들에 대한 취득 조건도 베이징 후코우가 있어야 한다. ◇정부, 뾰족한 대책없어 고민만=후진타오 정권은 역대 어느 정권보다도 민생 복지확대와 부의 재분배를 통한 사회통합을 강조하고 있다. 연초마다 지방에 내려 보내는 첫 정책 교지가 농촌, 농민, 농업 등 이른바 3농에 대한 투자와 처우개선일 정도로 심혈을 쏟고 있다. 하지만 농촌에서 도시로 유입되는 이주 노동자들, 이른바 농민공에 대한 사회복지에는 이렇다 할 투자를 하지 못하고 있다. 도시와 농촌 출신을 구분하는 이원 호적제는 중국 전반의 사회복지 제도 개혁과 직결돼 있어 메스를 가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원 호적제를 폐지하기 위해서는막대한 신규 예산이 필요한 것은 물론 기존 사회복지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깊다. 중국은 국가 단위의 복지시스템이 미비하고 지방정부 및 대도시 단위로 의료, 교육 등의 복지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지방정부는 복지 시스템을 짤 때부터 해당 지역에 호구가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예산을 책정해 왔다. 이주 노동자에 대한 사회복지는 아예 처음부터 안중에도 없었다 보니 이들 농민공이 기본 복지혜택의 사각지대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개혁ㆍ개방 가속화로 농촌 출신의 도시 유입이 가속화하면서 이들의 불만이 갈수록 누적되고 있고 중국 정부내에서도 어떻게든 얽히고 얽힌 농민공에 대한 차별제도를 개선하지 않고서는 사회통합을 이룰수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5일부터 열리는 제 11기 전국인민대표대회 3차 회의에서도 농민공 후코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논의가 집중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중국의 경제 주간지 경제관찰보는 대도시에서의 농민공 차별에 대한 들끓는 여론을 반영해 최근'분노의 호적'이란 특집기사를 싣고 농민공 후코우 제도 폐지가 국가 통합과 사회안정을 위해 시급한 과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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