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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최고 섹시가이 브래드 피트와 안젤리나 졸리. 이들이 부부로 결합했다. 킬러로 변신해 서로를 죽이려 한다. 화끈한 총격전은 기본이고, 지겨울 때쯤 되면 어김없이 폭탄이 집 한 채 쯤은 우습게 날려 버린다. 이쯤 되면 여름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가 갖춰야 할 건 모두 완비된 셈이다. 화끈하지만 무겁지 않은 오락영화는 그렇게 탄생한다. 17일 개봉하는 영화 ‘미스터&미세스 스미스’의 매력은 역시 최고 스타 파워다. “소문 난 잔치 먹을 게 없다”는 말은 이 영화엔 어울리지 않는다. 긴 머리 휘날리며 한껏 폼 잡고(가을의 전설) 고대 영웅 아킬레스의 고뇌를 끌어안던(트로이) 진지한 브래드 피트와 세상 밖 게임 주인공이였던 ‘툼 레이더’ 안젤리나 졸리는 화려함 뒤의 권태로운 부부 연기를 멋지게 드러낸다. 두 배우가 깔끔한 정장 차림으로 나란히 카메라 앞에 앉으며 영화는 시작한다. 결혼 5년차인지 6년차인지도 헷갈리는 권태기 부부. 서로에겐 숨겼지만 그들은 조직이 자랑하는 1급 킬러다. 물론 두 사람에겐 건축업자이고 컴퓨터 전문가다. 첫 눈에 반해 미친 듯이 사랑에 빠진 이들. 외모도, 재력도 완벽한 이들은, 거짓말도 완벽했다. 그러나 언제까지 들키지 않을 수는 없는 일. 둘은 살인 현장에서 우연히 만나면서 6년간의 비밀이 들통난다. 더 황당한 일이 벌어진다. 조직은 둘에게 각각 48시간 안에 상대를 죽이라는 명령이 떨어진다. 한껏 권태로움에 서로에게 질려있던 부부는 거칠 게 없다. 거짓말 따위를 집어치운 부부는 서로에게 총을 겨눈다. 서로에게 쌓인 정이 얽히고 설키며 한껏 비장미를 드러낼 법도 하지만 여름용 코믹 오락영화에 그런 걸 기대하지 말자. 씩 미소를 띠며 벌이는 화끈한 총격전과 육박전이 어우러진다. 지겨운 남편, 아내 완전히 작심했다. 브래드 피트는 안젤리나 졸리를 사정없이 걷어 차기까지 한다. 물론 당하기만 하는 아내는 세상에 없다. 늘 한 수 앞서는 ‘스미스 부인’께서는 어리숙한 남편을 비웃으며 전직 ‘툼 레이더’ 다운 완벽한 액션을 자랑한다. 지겨울 틈 없는 볼 거리에 영화는 맛깔 난 대사를 얹었다. “마누라가 날 죽이려고 해”(브래드 피트) “세상 모든 마누라가 다 그래”(동료). 이 세상의 남편들, 공감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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