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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관령 옛길

숲은 고요하다. 가을의 잎사귀를 모두 떨구고 난 나무들이 바람을 맞고 있다. 이슬비를 만난 낙엽들이 촉촉하다. 앙상한 나무 줄기만 촘촘히 박힌 숲 속은 태고적 적막감에 깊숙히 잠겨있다. 슬쩍 다가온 안개구름에 갑자기 길을 잃는다. 하지만 숲엔 소리가 있다. 바람소리, 물소리, 그리고 나뭇가지가 부딪히는 소리… 지척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도 있다. 다람쥐인지 청설모인지 작은 산짐승들이 떨어진 나뭇잎을 들추며 무언가를 열심히 찾고 있다. 이름을 알 수 없는 작은 새들도 초겨울 수풀 속을 부지런히 날아 다닌다. 멧돼지가 파헤쳐 놓은 나무 밑 구덩이도 눈에 띈다. 지금쯤 어디선가 또 다른 나뭇등걸을 파헤치고 있을 지 모를 일이다. 다른 소리도 있다. 웅웅거리듯 귀에 꽉찬 느낌을 주는 소리… 더 이상 귀로는 들을 수 없다. 살며시 눈을 감고 고개를 든다. 숲이 내는 소리일까. 동화 속에 나오는 숲 속의 정령들도 필경 이런 소리를 냈을까. 숲은 살아 있다. 소담스런 눈발이 쌓이는 그 때가 되면 숲은 다시 새로운 교향악으로 제 목소리를 바꿀 것이다. 자연의 숨소리를 느끼며 대관령 아흔아홉 구비를 내려오다 보면 대관령 옛길을 만난다. 이 길은 구(舊)도로 대관령 휴게소에서 강릉쪽으로 500m정도 떨어진 반정이란 곳에 새워진 표지석에서부터 성산면의 대관령 박물관에 이르는 약 5km의 산길을 이른다. 서너명이 걸을 수 있을 만한 폭에 꼭대기 부분을 제외하면 경사도 그리 심하지 않아 여유로운 산행이 가능하다. 걷는 시간도 2~3시간 정도면 충분하다. 무엇보다 움푹 패인 오솔길을 따라 걷는 호젓한 분위기가 좋다. 길을 가다 보면 아담한 크기의 삼포암 폭포와 아기자기한 계곡 물소리도 들린다. 인근에 숙박이 가능한 자연휴양림도 있다. 고속도로나 국도가 뚫리기 이전까지 영동과 서울을 잇는 유일한 통로였던 이 길은 이 지역 사람들의 삶과 애환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옛날엔 서울까지 보름이 걸렸고 대관령을 넘는데만 1~2일이 걸렸다고 한다. 군데군데 신사임당과 이율곡에 얽힌 일화와 전설을 만날 수 있고 지금은 흔적만 있는 주막터에선 훈훈한 정담이 새어 나올 듯하다. <여행메모> ◇찾아가는 길=영동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구도로 쪽으로 빠져 나오거나 강릉시내에서 구도로를 거꾸로 타고 올라 온다. 겨울엔 몸속 깊이 빠지는 눈길을 온몸으로 헤쳐 나와야 하므로 방한이나 사고에 특히 유의한다. 자연정화보호구역으로 지정돼 12월 5일까진 입산금지기간이므로 등산시 해당 영림서(033-641-6990)에 반드시 신고한다. ◇숙박=경포대 인근에 대규모 숙박단지가 조성돼 있고, 최근 오픈한 MGM호텔(033-644-2559)이 깨끗한 시설과 체계적인 고객관리로 여행객들에게 인기다. 강릉의`부띠끄 호텔`을 자부하는 MGM호텔은 규모는 크진 않지만 주말ㆍ주중요금을 명확하게 공시해 바가지 요금을 없앤 객실관리가 특징이다. 지하층에는 피로회복과 피부정화에 좋은 해수사우나가 24시간 가동중이다. ◇먹거리=요즘 강릉엔 숙취에 좋은 민물고기 꾹저구를 비롯, 도로묵, 양미리 등이 많이 잡힌다. 구이나 탕으로 해서 먹고, 가격도 비싸지 않아 3~4명이 2~3만원이면 충분하다. 북에서 유래한 좁쌀밥에 가자미 등을 섞어 삭힌 식해와 홍길동전의 저자 허균의 아버지 허엽이 처음 만들었다는 초당두부 등도 유명하다. 문의 임영관(033-642-0955), 초당순두부(033-651-9087), 서지초가뜰(033-646-4430) ◇볼만한 곳=빼 놓아선 안될 곳이 참소리 박물관(033-652-2500)이다. 국내 유일의 축음기 박물관으로 미국에도 없다는 에디슨의 최초 발명품부터 현재의 오디오 세트가 총망라돼 있다. 정동진권에 진입하여 헌화로를 지나 금진항에 도착하면 정동해운(033-534-0990)에서 운항하는 유람선 골드코스트호를 탈 수 있다. 인근에 최근 개장한 하슬라 아트월드(033-648-4091)도 독특한 컨셉의 조각품들로 눈길을 끈다. <강릉(글ㆍ사진)=강동호기자 easter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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