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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 “불법자금 규모 한나라당의 10분의1 넘으면 대통령직 사퇴 용의”
입력2003-12-14 00:00:00
수정
2003.12.14 00:00:00
박동석 기자
노무현 대통령은 14일 불법 대선자금 논란과 관련해 “우리가 쓴 불법자금 규모가 한나라당의 10분의1을 넘으면 대통령직을 사퇴하고 정계에서 은퇴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4당 대표와 회동을 갖고 “주변문제가 가장 적나라하게 노출되고 있어 대통령으로서 부끄럽기 짝이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고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이어 노 대통령은 검찰수사가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4당 대표의 우려와 관련, “대통령이 지금 검찰에 명령할 처지가 아니며 그럴 법적 권한도 없다”며 “동서고금에 진실한 고해성사는 없었고 수사에 의해 규명될 수밖에 없는 만큼 수사에 적극 협력해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제도와 정당문화 개혁, 정치혁신에 나서는 결단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노 대통령은 다만 “(대통령이) 검찰에 우려를 표시함으로써 한계선을 지키게 하고 합리적 판단을 내리도록 하는 정도로밖에 할 수 없다”면서 “어쨌든 투명하게 털고 가면 경제에도 장기적으로 좋은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야당의 정치공세를 겨냥해 “더이상 아니면 말고 식의 공세는 안되며 공방을 벌이더라도 명확한 사실과 증거를 갖고 해야 한다”며 “모두 반성하는 자세로 새 시대의 흐름을 받아들이는 반성하는 정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대선자금 수사의 형평성 의혹이 제기된 데 대해 “대통령 측근 문제는 이미 특검법이 통과돼 있고 대선자금 문제도 머지않아 마무리되는 대로 시기가 중첩되지 않는 범위에서 국회가 제안하면 대통령 선거자금에 관한 특검을 받아 검증받는 게 좋겠다”고 덧붙였다. 재신임 문제와 관련, 노 대통령은 “국민투표를 통해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다”며 “그러나 양심의 부담과 책임정치의 취지를 고려, 대통령과 주변 수사가 마무리돼 진상이 밝혀진 후 국민의 뜻을 살펴 최종 결단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라크 추가파병 문제에 대해 노 대통령은 `3,000명 규모의 독자 지역 담당 혼성군`을 골자로 한 정부안을 거듭 설명하면서 “정부는 오늘로 결심했고 파병안을 다듬어 지체 없이 국회에 제출할 테니 잘 처리해달라”고 당부했으며 4당 대표들은 이해를 표시하면서 “당론을 모으는 절차를 밟겠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또 “내각과 청와대 개편 문제에 대해 말들이 많으나 할 때 하더라도 정치적 이유로 자주 바뀌어서는 안된다”며 “대통령의 힘이 약할 때 단명 장관을 양산했는데 결국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한편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는 “불법 자금을 한나라당이 더 썼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대통령도 쓴 게 아니냐”며 “대선자금 조사를 공정하게 하고 빨리 끝내 정치권이 모두 책임을 지자”고 촉구하면서 “특히 대통령은 국정에 전념하고 총선준비가 어수선하지 않도록 하며 정치권은 돈 안 드는 선거와 정치개혁에 앞장서자”고 제안했다.
<박동석기자 everest@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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