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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아침에] 주한미군 핵심 여단 해체가 던져주는 메시지

美 2사단 마지막 기갑전투여단 해체

본토 병력 대체로 안보공백 없다지만 9개월마다 교체, 지형 이해도 떨어져

美 예산 삭감 · 한국도 재정 여건 빠듯… 병력 감축에도 초기 자금 수요 막대

장기계획 마련 사회적 합의 구할 때


붙박이 미군이 떠났다. 인디언 헤드 마크. 미 제2보병사단의 부대 마크도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지난 2일 미 2사단의 제1전투여단이 해체됐기 때문이다. 빈자리는 미국 텍사스주에 주둔하던 병력(제1기병 사단 예하 2전투여단)이 메웠지만 시사점은 적지 않다. 예고된 사안이라고 해도 상징성이 크다. 한국과는 50년 만의 결별에 속한다.

1전투여단의 해체로 1965년 7월부터 한국에 주둔한 미 2사단 직속의 보병전력은 이제 없다. 미군의 한국 주둔이 시작된 1945년을 기점으로 삼으면 두 번째 붙박이 보병 '0' 상태다. 물론 군사고문단 500명만 남기고 병력이 모두 철수해 첫 번째 '0'이었던 1949년과 비교하면 상황은 크게 다르다. 당시는 한반도를 미국의 동북아 방어선에서 제외한 이른바 '애치슨 라인(Acheson line declaration)'이 공표되기 직전이었으나 오늘날 한미 양국의 안보 동맹은 공고하다.

그럼에도 미국은 왜 상비 주둔병력을 없애버렸을까. 돈 때문이다.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3조달러에 이르는 재정을 퍼부은 미국은 시퀘스터(예산 자동삭감)에 따라 국방예산을 줄여야 하는 처지다. 그렇지 않아도 1990년대부터 군 병력 감축계획에 따라 병력이 부족해진 터. 육군 전체를 통틀어 상비사단이 10개에 불과한 미국은 주요 여단급 지상군 해체 작업을 한창 진행하고 있다.

한국에 50년간 주둔했던 전투여단이 해체됐어도 안보 공백은 없다. 적어도 겉으로는 그렇다. 미 본토에서 날라 온 대체 병력이 임무를 떠맡았다. 오히려 전력이 증강되는 측면도 없지 않다. 여단 수를 줄이되 살아남은 여단에 1개 전차대대를 추가 배속시킨다는 소식도 들린다. 주한미군의 보병전력이 계획대로 9개월마다 순환 배치될 경우 시간이 흘러 한국 주둔 경험을 쌓은 부대가 많아지고 유사시 미군 증원병력 중 한국 지형에 익숙한 부대도 늘어날 수 있다.

당면한 문제는 붙박이 부대와 순환 배치되는 부대의 지형 등 지역 특색에 대한 숙련도와 전투력이 차이날 수 있다는 점이다. 현역만 4,600명이 넘는 여단 병력이 수시로 들락거리는 데 소요되는 비용을 감안할 때 미국이 우리에게 요구할 방위비 분담금이 더 올라갈 소지도 있다.



보다 주목해야 할 대목은 따로 있다. 미 2사단 보병전력의 해체에서 한국 군의 내일이 보인다는 점이다. 미국이 전통 있고 강력한 화력을 지닌 전투여단을 해체한 두 가지 속사정인 재원과 인력 확보난에 한국 군은 머지않아 직면할 것으로 전망된다. 모병의 질과 양이 갈수록 떨어지는 미군과 비교해 한국 군은 개별 병사의 질이 우수해도 가용 자원은 눈에 띄게 감소하고 있다. 대규모 병력 유지와 국방예산 확보가 점점 어려워지는 상황이라면 답은 부대 해체 및 축소밖에 없다.

국방부 역시 '미래 사단'을 준비하는 등 군 구조 개편을 진행하고 있으나 문제의 핵심은 역시 돈에 있다. 부대를 해체·축소하면 당장 예산을 절감할 수 있는 미군과 달리 한국 군은 병력을 줄이는 데도 돈이 들어간다. 줄어드는 병력을 대체할 장비와 기계를 구매하는 데는 막대한 초기 자금수요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저성장 늪에서 허우적거리는 한국 경제가 군이 요구하는 수준의 예산을 짜낼 수 있을까.

투키디데스는 2,400년 전 '펠로폰네소스 전쟁사'에 이런 말을 남겼다. '전쟁의 승패를 결정하는 것은 축적된 자본의 힘이다.' 재정이 악화하는 마당에 미래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안보에 돈이 더 필요하다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붙박이로 지내다 떠나가는 미군을 직시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모두의 중지를 모으고 준비할 때다.

/권홍우 논설위원 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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