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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계 거장의 '인간에 관한 묵상'

러 연출가 레프도진 '가우데아무스' 공연"러시아 연극계의 신화"로 불리는 세계 연극계의 거장, 레프 도진이 처음으로 내한 공연을 갖는다. 6~10일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 무대에 오르는 러시아 말리극장의 '가우데아무스'(Gaudeamus). 1983년 상트 페테르부르그 말리극장의 예술감독으로 취임한 도진은 정통극의 서사를 계승하면서도 혁신적인 연극 언어를 선보이며 세계 연극계에서 가장 주목 받는 연출가로 떠올랐다. '크다'는 의미의 볼쇼이 드라마극장을 제치고 '작다'는 의미를 지닌 이 극단을 일약 러시아 최고 극단으로 성장시켰음은 물론이다. 내한하는 작품 '가우데 아무스'는 서울 공연이 통산 401회째. 그간 프랑스 영국 일본 등 전 세계에서 400회 공연되는 동안 '우리 군생활과 똑같다'는 공감대는 물론 각종 찬사를 불러일으키며 매진 행렬을 이어왔다. 전체 19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이 작품은 옛 소련 시절 소수 민족이나 전과자, 약물중독자 등 다른 부대에서 복무하기에 적당치 않은 젊은이들을 몰아넣고 노동을 시켰던 '건설부대'를 소재로 하고 있다. 하얀 눈으로 뒤덮인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연극은 이 건설부대 안에서 일어나는 잔혹행위와 폭력, 부패, 잔혹성 등을 통해 인간성 파괴의 비극을 폭로하지만 결국 낙관주의와 자유, 희망 등의 테마를 전달하고자 한다. 도진은 "군대는 가장 비인간적인 인간군상의 모델"이라며 "여타 사회에서 희석돼 나타날 수 있는 문제들도 원초적으로 드러날 수 밖에 없는 공간이기에 이 공간을 선택해 인간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작품이 만들어진 과정도 독특하다. 세르게이 칼레딘의 소설을 기초 텍스트로 했지만 출발은 단원 각 개인이 겪은 과거에 대한 인상이었다. 말리 극장 내 배우들이 표현한 군대를 매개로 한 과거의 기록을 취합한 뒤에야 소설을 나눠 읽고 각자의 삶과 산문 속 가을 조화시키는 여정을 거쳤다. 여기까지 걸린 과정이 무려 1년. 즉흥극 형식의 여러 에피소드는 이 작업에서 하나의 작품으로 거듭났다. 도진 자신이 '우유에서 치즈를 뽑아내는'과정이라고 회상했을 정도다. 도진은 "한번밖에 살 수 없는 인생과 공연 후 사라지는 연극의 일회적 속성은 서로 닮았다"며 "모든 것을 쏟아부어야 하는 소모적 작업으로 선과 사랑, 즐거움 등 인생의 진정한 가치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어 뜻깊었다"고 감회를 피력했다. 또 "첨단 기술의 발달로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에서 인생의 문제를 이야기하는 것은 잊지 말아야 할 고귀한 작업"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문제는 '군대' 라는 한정된 공간이 아니라 우리가 인간에 관해 이야기 하고 싶어하는, 혹은 회피하고 싶어하는 그 무엇인 것이다. 한편 이번 내한 공연에서는 연극인 등을 위한 좌담회(공연 첫날)와 연극 전공 학생들을 위한 레프 도진의 강의, 매 공연 1시간 반전에 시작하는 신체발성훈련 참관기회 등이 제공될 예정이다. 평일 오후 8시, 토요일 오후 3시 30분ㆍ7시 30분, 일요일 오후 6시. 김희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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