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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 불안감 확산… 취업맘 확대 걸림돌로

"아이 어떻게 믿고 맡기나… 차라리 집에서 키우겠다"

CCTV 설치여부 확인 급증

아동학대 1년새 2.5배 늘어 "처벌·교사자격 기준 강화를"

인천시 연수구 송도 어린이집에서 4세 아이를 폭행한 보육교사 양모씨가 15일 연수경찰서로 재소환되고 있다. /인천=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3일 경제부처 업무보고에서 '취업맘' 중심의 보육제도를 강조했다. 고용률 70%라는 국정과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일·가정 양립을 통한 여성들의 사회활동 참여 제고가 필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천 송도 어린이집 유아 폭행 사건을 계기로 취업맘들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유치원에 들어가기 전까지 차라리 집에서 키우겠다는 분위기가 급속히 퍼질 정도여서 여성고용 확대의 걸림돌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무상보육 예산이나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늘리는 식의 단편적 지원확대보다는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있도록 구조적인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어린이집에 다니는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15일 내 아이가 제2의 피해자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전전긍긍하며 하루를 보냈다. 일을 하지 않는 엄마들은 불안한 마음에 아이를 보내지 않았고 심지어 아예 등록을 취소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직접 어린이집을 찾아가 폐쇄회로(CC)TV가 설치돼 있는지 확인하는 학부모도 많았다. 경쟁이 치열해 자리가 나기를 기다리던 대기행렬도 단번에 풀려버렸다.

경기도의 한 어린이집에 대기자로 등록돼 있던 여성은 "등록이 가능하다고 연락이 왔는데 불안한 마음에 아이를 보내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충청 지역의 한 엄마도 "내년에 아이가 네 살이 되면 어린이집에 다니게 하고 일을 시작하려고 했는데 그냥 집에서 더 데리고 있어야겠다"고 밝혔다.

송도 어린이집이 문을 닫게 되자 이웃 엄마들이 아이들을 봐주겠다고 자청하며 '보육 품앗이'에 나서는 훈훈한 모습도 나왔다. 이 지역의 한 엄마는 인터넷카페에 "직장맘인데 아기 낳고 3월까지 쉬고 있어요. 24개월 이상 3명까지 돌볼 수 있습니다. 침통한 마음 함께합니다"라고 글을 남겼다.

아동학대가 끊이지 않고 발생하면서 구조적인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다. 우리나라 어린이집에서 발생하는 아동학대 건수는 드러나 통계청에 집계된 것만도 매년 100건을 훌쩍 넘는다. 지난해 12월에는 인천시 구월동의 한 어린이집에서 40대 보육교사가 낮잠을 안 잔다는 이유로 아이를 들어 내동댕이쳤고 앞서 11월 인천 서구의 한 어린이집에서는 교사가 네 살 아동의 손목을 노끈으로 묶는 사건이 발생했다.



특히 이번에 송도 어린이집에서 김치를 먹지 않는다고 폭행을 한 교사는 3개월 전 다른 아이를 폭행한 전력이 있고 이전 충청도 지역 어린이집에 근무할 때는 세 살 아동을 창고에 세 시간이나 가뒀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송도 어린이집은 최근 정부의 평가인증에서 만점에 가까운 95.36점을 받았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 폭행·학대를 당하게 되면 트라우마는 평생 갈 수밖에 없다. 5~6세까지는 본인의 의사표현이 제대로 안 돼 사각지대나 다름없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아동학대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처벌요건이 강화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적발될 경우 자격 재취득 기회를 아예 박탈하고 신상공개를 하는 식의 해법이 요구된다. 더불어 현재 20% 수준에 불과한 CCTV 설치를 의무화하고 최소 1년 이상 동영상을 보존해야 한다는 의견이 강하게 나온다. 사건 데이터를 공유하고 보육교사 자격요건을 대폭 까다롭게 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익명의 한 전문가는 "어린이집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은 자기 자식은 절대 안 보낸다고 한다"며 "어린이집 교사 한 명당 배정된 아이가 7~8명은 기본일 정도로 너무 많고 원장도 돈벌이로만 생각하는 인식이 문제"라고 강조했다.

한편 환경부는 어린이 활동공간 7,527곳에 대한 환경안전 관리상태를 점검한 결과 어린이집과 놀이터·유치원 등 어린이들의 활동공간 10곳 중 1곳꼴로 납 등 중금속이 기준을 초과해 검출됐다고 밝혔다. 모래 등 토양이 깔린 놀이터 20곳 중 1곳에서는 기생충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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