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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15일 정부조직개편안이 통과되지 못하면 새 정부의 조각을 할 수 없다며 야당의 협조를 요청했다.
하지만 조각이 이미 늦어져 박 당선인은 오는 25일 취임 직후로 예정된 11개 부처에 대한 장관 임명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 이로 인해 17부 3처의 차관급 인사는 물론 차관급인 17개 외청의 수장 등 후속 인사 역시 줄줄이 표류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 당선인은 이날 서울 삼청동 인수위원회에서 열린 여성문화분과 국정과제 토론회에서 "정부조직개편안이 하루 빨리 통과하지 못하면 새 정부는 조각과 인선 작업도 할 수 없게 된다"며 "이번에 새 정부가 제대로 출범할 수 있도록 야당에서 한 번 도와줄 것을 부탁 드린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조직법 처리가 난항을 겪는 데 대해 "국민들에게 가장 큰 피해를 주는 결과가 될 것"이라며 "더욱이 북한의 도발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 새 정부가 제때 출범하지 못한다면 국민 안위도 제대로 보살피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당선인은 이날 외교∙국방∙법무∙교육 등 지난 13일 발표한 6개 부처 장관 내정자에 대한 인사청문 요청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그러나 새 정부 조각은 이미 지각을 한 상태여서 6명의 장관 내정자들도 새 정부 출범 전까지 청문회를 마치고 박근혜 정부 첫 국무위원으로 이름을 올릴지는 미지수다.
국무위원 인사청문 절차는 국회 국방위원회 등 해당 상임위에서 진행되는데 인사청문회법에 따라 공직 후보자에게 청문회 시작 24시간 전까지 질의 요지서를 보내야 한다. 이를 위해 인사청문위원들이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 등에 내정자 관련 자료 제출을 요구하고 이를 취합해 검토하려면 이틀 이상은 필요하다. 국회 사무처 관계자는 "아무리 서둘러도 청문회 준비에 최소 3일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 8일 정홍원 총리 후보자가 지명된 후 가장 빨리 잡은 인사청문회 날짜가 20일인 이유다. 이날 인사청문 요청안이 접수된 장관 내정자 6명의 청문회는 주말을 빼면 박 당선인의 대통령 취임식 직전인 22일 개최되는 것조차 빠듯한 셈이다. 더욱이 이들 내정자가 부동산 투기와 세금 포탈, 병역기피 등 각종 의혹이 제기돼 전원 청문회를 통과할지 낙관하기 어렵다.
특히 장관 인선조차 발표되지 않은 기획재정부 등 11개 부(部)는 물론 인사청문회를 해야 하는 감사원장과 국가정보원장ㆍ금융위원장ㆍ공정거래위원장 등 장관급 이상 인사들은 당장 이날 인선을 해도 청문회 일정상 박 당선인이 취임 직후 임명할 수 없게 됐다. 새 국세청장이나 경찰청장 인선시 이들이 언제 취임할지는 예측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 부처의 수장들이 언제 자리를 잡을지 오리무중에 빠지자 차관급 이하 후속 인사도 줄줄이 늦어지게 됐다. 경제부처의 한 고위관계자는 "장관이 임명장을 받은 후 차관을 선임하는 게 순리여서 당분간 현 정부의 장차관 상당수가 같이 일할 것 같다"고 말했다. 장차관 인사가 늦어지면 현재 각 부처 간부들에 대한 인사가 동결된 상태여서 새 정부의 파행 운영이 연쇄적으로 이어질 우려 또한 커졌다.
첫 내각 인선이 연일 미뤄지자 야당에 이어 여당도 준비 부족을 비판하고 나섰다. 이명수 새누리당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박 당선인이) 준비된 대통령으로서의 모습과 거리가 있는 것 아니냐는 아쉬움을 갖고 있다"며 "정권의 인수인계 과정이 너무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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