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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대책 겉도는 이유

시골에서 전통 가옥에 살던 사람이 우연히 친구 아파트에 갔다가 실내에 깨끗한 화장실이 있는 것을 보고 자기도 편리한 아파트에서 살아야 겠다고 마음을 먹고 열심히 돈을 모아 자그마한 아파트 한 채를 구입했다. 그런데 어느날 큰 아파트에 사는 다른 친구집에 들렀다가 화장실이 2개나 있는 것을 보고는 자기도 큰 아파트에 살아야겠다고 결심을 하고 또 열심히 돈을 벌어 화장실이 2개 달린 아파트를 구입했다. 그러나 큰 아파트를 장만했을 때 그 사람의 나이는 이미 60세를 훌쩍 넘겨 평생 고생해 장만해 구입한 아파트에서 얼마 살지 못하고 죽었다. 십 수 년전 아파트 붐이 불기 시작했을 때 유행하던 우스개 소리지만 평생 아파트를 위해 죽는 한국인에 대한 자조가 배여있다. 그러나 이 같은 자조가 꼭 예날 얘기만도 아니다. 대통령이 위헌 판정이 난 토지공개념까지 거론할 정도로 부동산투기가 기승을 부리고 하루가 다르게 아파트 가격이 치솟는 현실을 보고 있자면 평생을 바쳐 아파트 한채라도 장만한다면 다행으로 여겨야 될 것 같다. 부동산투기 바람의 진원지가 되고 있는 서울 강남권은 백약이 무효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금을 시가대로 매긴다는 투기지역으로 지정되고 막강한 국세청의 세무조사와 단속이 쉴새없이 이뤼져도 아파트가격은 치솟기만 한다. 외환위기이후 최악의 불황이라고 아우성이지만 강남일대 아파트시장은 상식적인 원가개념 같은 것은 없어지고 부르는 게 가격이 되는 머니게임의 장이 된지 오래다. 이런 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원인에 대한 분석도 각양각색이다. 교육환경이 좋기 때문이라는 주장에서부터 조직적인 투기세력의 농간, 투기이익을 고스란히 보장해주는 세제, 주택공급 부족, 저금리와 과다한 가계대출. 부의 지나치게 편중등 다양한 요인들이 부동산가격 폭등의 원인으로 지적된다. 크게 보면 이런 요인이 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부동산가격이 뛸때마다 그동안 수없이 사후약방문격으로 헛발질을 해온 정부는 이번에 또 세제와 금융, 그리고 공급에 이르기까지 종합대책을 내놓았다. 대통령이 직접 강력한 투지공개념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나선 것을 감안하면 이번 종합대책의 내용은 기대에 못미치는 것으로 평가된다. 따라서 효과도 미지수다. 부동산가격 폭등의 근본 원인이랄 수 있는 투기이익의 환수장치가 미흡하기 때문이다. 강남권 아파트가격이 폭등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다른 지역보다 가격이 더많이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감이고 그러한 기대감은 한번도 빗나간 적이 없다. 은행돈을 빌려서라도 강남지역 아파트를 사려고 안달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투자 또는 투기수익률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세금을 비롯해 거래비용을 획기적으로 높혀 투기에 대한 기대수익률을 합리적인 수준으로 낮추지 않는 아파트에 대한 병적인 수요를 막을 수가 없다. 일부 시장론자들은 강력한 투기대책과 관련해 사유재산권 침해 또는 투기도 합리적인 경제행위라는 주장을 펴기도 한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은 부동산투기가 판치고 투기를 통한 불로소득자가 떵떵거리고 사는 세상이 되면 시장경제체제 자체가 도전받게 되는 위험성을 못보는 단견이다. 높은 집값과 부동산가격은 경쟁력을 좀먹는 고비용구조의 근본적인 원인이기도 하다. 아파트 한채를 위해 평생을 바치는 사람들이 많은 사회라면 아파가격 폭등 소식만 안들어도 훨씬 덜 가난하게 느끼거나 더 부자라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국민들이 강남일대에 아파트 한채를 갖기 위해 안달하지 않고 평생을 바치지 않도록 하는 것은 의미있는 일이다. 더구나 부동산거품이 꺼질 때 발생하는 재앙을 미리 예방하는 효과도 있다. <논설위원(경영博) srpar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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