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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새로운 도전의 시대](1부-2) 멕시코 마틸라도라와 소칼로

미국의 FTA 파트너 그후<BR>수출공업단지 '마킬라도라'- 내수중심 산업구조 수출 중심으로 탈바꿈 고용규모 年두자릿수 증가등 경제 원동력<BR>시위대·노숙자의 광장‘소칼로’- 농산물시장 美에 무방비 노출 농업 초토화 "경제 좋아졌다지만 농민에겐 딴나라 얘기"

마킬라도라는 멕시코의 미래다. 미국과의 국경에 근접해 있는 마킬라도라 공업지구 내 시우다드 후아레스의 한 임가공 공장에서 멕시코 여성근로자들이 작업에 열중하고 있다.

소칼로 광장은 멕시코의 정신이다. 지난해 8월 멕시코 대선 당시 미국과의 FTA 재협상을 내건 좌파 안드레스 로페스 오브라도르 후보의 유세에 지지 시민 120만명이 멕시코시티의 소칼로 광장에 모여 있다.

‘마킬라도라’와 ‘소칼로’ 마킬라도라는 멕시코 정부가 개방경제를 선택한 후 집중 육성하고 있는 수출공업단지이다. 폐쇄적인 시장경제정책으로 중남미의 변방에 머물렀던 멕시코가 지난 94년 미국ㆍ캐나다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ㆍ나프타)를 체결한 후 중남미 제1의 경제대국으로 우뚝 설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생산현장이다. 이곳과 대척점에 서 있는 곳이 소칼로 광장이다. 멕시코시티의 이 광장은 외세에 대한 저항정신을 상징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요즘에는 나프타 재협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낮에는 시위대가, 밤에는 정상적인 삶을 포기한 노숙자들이 이곳을 차지한다. 이 두 곳의 명암이 멕시코의 현재이다. 또 멕시코 국민들이 마킬라도라와 소칼로 중 어느 곳에 더 관심을 가지느냐에 따라 멕시코의 미래가 달라질 전망이다. ◇멕시코의 희망 마킬라도라 지난 3월30일 오전11시. 멕시코시티에서 비행기로 3시간 거리인 멕시코 북부 접경도시 티후아나에 있는 섬유업체를 찾았다. 마킬라도라에 입주한 외국계 기업으로 현지 노동력을 이용해 의류를 생산하고 멕시코 내수는 물론 미국과 중남미 시장에도 수출한다. 롤러에 원단을 감는 소리가 요란하고, 한켠에서는 하늘색 작업복에 붉은색 작업모를 쓴 여직원들이 염색작업을 하느라 정신이 없다. 밀려드는 일감에 자정이 넘어도 생산 라인을 돌리는 일이 흔하다. 일부 직원들은 미국 국경지대에서 차로 출퇴근을 한다. 이곳에 가전제품 생산공장을 둔 삼성과 LG 주재원들도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출퇴근한다. “밀려드는 수출 주문에 힘은 들지만 보람은 있어요. 10년 전만 하더라도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에요. 나프타 체결로 해외 기업들이 몰려들면서 공장들도 많이 들어서고 일자리도 생겨서 너무 좋아요.” 남부 오하카 출신이라는 미리암 곤살레스 양이 싱글벙글하며 말했다. 원자재를 수입해 완제품을 수출하는 북부공업지대인 마킬라도라가 멕시코 경제를 이끌고 있다. 나프타 체결로 관세장벽이 허물어지고 교역확대가 이뤄지면서 멕시코를 전초기지로 중남미는 물론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을 겨냥한 해외 기업들의 직접투자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19세기 중반 미국의 침략을 당해 현재 미국 남부 지역 대부분을 양도할 수밖에 없었던 멕시코 사람들은 과거 미국인을 비아냥거리는 말투로 ‘그린 고(Green Go)’라고 불렀지만 지금은 이들을 환영하는 뜻으로 ‘그린 고’라고 한다. 나프타 체결로 미국 기업들의 진출이 잇따르고 있는데다 멕시코 수출의 85%, 수입의 55%를 미국이 차지할 정도로 미국을 빼놓고는 멕시코 경제를 얘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즉 나프타 체결로 나타난 마킬라도라 경제가 멕시코의 경제성장을 주도하고 있는 것이다. 수출기업지원정책을 통해 외국인 투자를 유도한다는 취지로 형성된 마킬라도라를 통해 멕시코 경제는 ‘내수중심’ 산업에서 ‘수출’ 산업으로 탈바꿈하는 데 성공했다. 마킬라도라 입주업체 수는 95년 2,130개였지만 97년 2,717개, 99년 3,297개, 2001년 3,630개로 매년 증가해왔다. 비록 2002년부터 마킬라도라에 대한 일부 특혜를 폐지해 업체 수가 줄어들기는 했지만 나프타 이후 멕시코 경제를 떠받치는 원동력임에는 틀림없다. 멕시코 대외무역협회(Comce)의 페르난도 루이스 후아르테 회장은 “나프타 이후 시장경제를 받아들여 멕시코 경제는 비약적인 발전을 할 수 있었다”며 “특히 수출을 지향하는 마킬라도라 경제 시스템이 멕시코 경제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후아르테 회장의 설명은 멕시코 자동차산업을 들여다보면 금방 이해할 수 있다. 멕시코 방문객들은 멕시코시티 공항을 나오자마자 도로를 질주하는 세계의 모든 자동차 브랜드를 보고 놀란다. GM을 비롯해 포드ㆍ폴크스바겐ㆍBMWㆍ닛산ㆍ혼다 등 마치 ‘자동차 박물관’에 온 듯한 느낌이다.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이 마킬라도라 지대에 직접 투자해 진출한 것으로 이곳에서 생산된 자동차는 멕시코 내수는 물론 미국과 독일ㆍ일본 등으로 역수출된다. 멕시코의 연간 자동차 생산량은 한국과 세계 순위를 다툴 정도이다. 고용도 뚜렷이 개선되고 있다. 95년 마킬라도라 고용규모는 64만8,000명이었지만 97년 90만명, 98년 100만명, 2004년 111만명, 2005년 116만명으로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95년부터 2000년까지 5년 동안은 매년 두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하며 이 기간 동안 99%의 증가율을 나타냈다. 나프타를 통한 개방정책은 멕시코 제조업의 노동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졌다. 과거 수입대체정책 아래에서는 과다한 공공지출, 정부보조, 국내 산업 보호정책 등으로 노동생산성이 낮았지만 나프타를 통해 경쟁 시스템을 도입한 후 노동생산성이 빠른 속도로 향상됐다. 93년을 기준(100)으로 할 때 94년 107.6, 97년 125.6, 2000년 130.6, 2003년 152.3, 2005년 164.6 등 매년 꾸준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헤라도 에스퀴벨 멕시코대 교수는 “일부에서 나프타의 부정적인 면을 부각시키고 있지만 분명히 멕시코는 나프타 체결로 제2의 성장을 달성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며 “멕시코는 개방경제로 탈바꿈하면서 지식기반 경제로 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개방으로 금융시장 경쟁력과 투명성이 높아진 것도 이점이다. 95년 ‘페소화 위기’ 당시 멕시코 금융기관 500개사가 부실채권으로 문을 닫거나 도산하는 등 금융시장이 붕괴되다시피 했다. 하지만 이후 HSBC 등 세계적인 투자은행들이 속속 진출하고 멕시코 금융기관들도 경영 투명성을 높여나감에 따라 금융시장도 안정화 단계에 들어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림자 ◇멕시코의 저항정신 소칼로 광장 멕시코시티의 '배꼽' 소칼로 광장 앞에는 중세 스페인 침략자들이 고대 유물을 허물고 세운 대통령 궁전이 있다. 이 궁전 벽면에는 멕시코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벽화가 군데군데 그려져 있는데 자세히 보면 거의 모든 농산물 그림이 '옥수수'다. 옥수수를 정성들여 매만지는 아낙네가 있는가 하면 수확을 앞두고 마을 사람들이 덩실덩실 춤을 추는 장면도 있다. 옥수수는 멕시코 사람들에게 어머니 같은 존재이자 삶의 원천이다. 소칼로 광장은 언제나 노래와 춤이 넘치는 '축제의 거리'였다. 전통악기, 화려한 꽃무늬 모자, 액세서리 등으로 장식한 수레를 끌고 나온 노점상이 관광객과 행인들을 유혹하고 광장 한복판에서는 노랫소리가 그치지 않았다. 지난해 6월 독일 월드컵에서 멕시코가 16강에 올랐을 때는 수만 명의 인파가 한꺼번에 몰려나와 승리의 기쁨을 만끽한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지난 3월28일(현지시간) 기자가 찾아간 소칼로 광장에서는 더 이상 예전의 활기를 찾아볼 수 없었다. 아침 해가 떠오른 지 한참됐는데도 여기저기 누더기를 덮고 자는 사람들, 빈 깡통을 앞에 놓고 구걸하는 걸인들, 먹다 버린 쓰레기 등이 광장을 차지하고 있다. 오후가 되자 이번에는 한 무리의 시위대가 등장했다. 광장 앞에 걸린 '식량 주권 사수하라'는 현수막을 뒤로 하고 시위대는 '북미자유협정(NATFAㆍ나프타) 재협상'을 소리 높여 외쳤다. 멕시코는 지금 야당과 농민을 중심으로 나프타 재협상 주장이 거세게 일고 있다. 멕시코 농산물 시장이 미국의 '공룡' 곡물기업들에 무방비로 노출되면서 농업이 거의 초토화되다시피 했기 때문이다. 실제 나프타 이후 13년 동안 농업 분야에서 일자리가 30% 이상 줄었으며 농민들은 거리의 부랑자로 내몰렸다. 특히 최근에는 멕시코인들의 주곡인 옥수수와 콩 가격이 급등하면서 주식인 토르티야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실제 올해 초 옥수수와 콩의 가격은 지난해보다 무려 50% 가까이 올라 옥수수로 만드는 토르티야 가격도 ㎏당 5페소에서 10페소로 두 배나 치솟았다. 특히 최근에는 옥수수 품귀현상까지 겹치면서 토르티야 가격이 무려 한 주 동안에만도 40~100%나 껑충 뛰었다. 농민들의 한탄처럼 가히 '살인적'인 수준이다. 소칼로 광장 주변의 좌판에서 과일을 판매하는 페르난도 씨는 "하루에 50페소(약 5,000원)를 버는데 4인 가족이 생활하기에 빠듯하다"면서 "경제가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농민들에게는 남의 나라 이야기일 뿐"이라고 토로했다. 옥수수와 콩 가격이 폭등한 이유는 친환경 청정 에너지 수요가 확산돼 옥수수 수요가 늘어나자 멕시코 농산물 시장을 장악한 미국 곡물기업들이 가격을 담합, 상승세에 부채질을 했기 때문이다. 옥수수 가격이 오르자 너도나도 다른 곡물의 재배지를 갈아엎고 옥수수를 심어 콩 가격도 덩달아 뛰었다. 게다가 오는 2008년 농업 분야 관세가 완전 철폐될 예정이기 때문에 농민들의 반발은 더욱 거세지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지난달에는 토르티야 가격인상에 항의해 수만 명이 참가한 대규모 농민시위가 일어나기도 했다. 이날 소칼로 광장 부근에서 벌어진 항의시위도 대부분이 가격안정대책을 요구하는 것들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농민들의 불만은 야당인 민주혁명당(PRD)과 제도혁명당(PRI)이 주도하는 나프타 재협상론에 힘을 불어넣어주고 있다. 하지만 멕시코 정부나 미국의 입장은 단호하다. 재협상은 없으며 나프타는는 예정대로 강행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오히려 양국간 자유무역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며 한술 더 뜨는 상황이다. 펠리페 칼데론 멕시코 대통령은 3월18일 조지 W 부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흔들림 없는 양국간 유대 강화'를 강조하며 '자유무역' 기조에 변화가 없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날 칼데론 대통령은 "협약을 보다 확대하기 위해 실무그룹을 설치하는 데 합의했다"며 "여기에는 옥수수와 콩처럼 민감한 농산물도 포함될 것"이라고 말해 멕시코인들의 비난을 자초했다. 현지에서 만난 한 멕시코국립대학(UNAM) 교수는 "옥수수는 민감 품목이기 때문에 시간을 충분히 확보해야 하고, 따라서 재협상을 통해 개방시기를 최소 2013년까지 연장해야 할 것"이라며 "농산물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적극적인 육성방안도 함께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멕시코의 미래는 소칼로 광장의 노숙자를 줄이려는 노력 여하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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