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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문화된 베란다 규제 개정을
입력2003-08-24 00:00:00
수정
2003.08.24 00:00:00
아파트 베란다의 불법 개조에 대한 건설교통부의 단속방침으로 건설업계와 국민들이 큰 혼란에 빠지고 있다. 어떤 아파트는 베란다 개조가 단속되면서 준공검사를 받지 못하고 있고 원 상태로 돌리는 데는 수백억원 이상 쏟아 부어야 할 판이다.
신축 아파트 뿐만이 아니다. 기존 아파트의 베란다 개조에 대해서도 단속을 하겠다고 해 베란다를 개조한 주민들은 불안해 하고 있다.
건교부의 이 같은 단속방침은 현실을 도외시한 것으로 국민들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다. 아파트 내부를 리모델링을 할 때 베란다 개조는 기본사항이다. 이미 관행화된 지 오래된 베란다 개조를 방관하다가 뒤늦게 불법으로 규정하면서 단속하는 것은 행정편의주의적인 발상이란 지적이다. 베란다 개조가 문제가 있었다면 진작에 단속방침을 정하고 국민들에게 홍보를 강화했어야 했다.
더군다나 기존 아파트에 대한 단속은 행정의 손길이 닿지 않아 사실상 단속은 불가능하다는 시실을 당국이 더 잘 알고 있다. 신축 아파트의 경우도 준공검사만 끝나면 베란다를 확장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는 점에서 이 같은 단속은 무의미 하다.
물론 베란다 개조는 불법이다. 하지만 현실에 맞지 않는 것은 법으로서의 생명력이 없고 이 같은 법을 어기는 것은 범법행위라고 단죄할 수 없는 것이다. 또 당국에 신고만 하면 개조를 할 수 있다는 규정까지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베란다 개조를 단속하는 것은 너무 허술한 법 적용이다. 허가사항도 아닌 법 규정을 단순히 신고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단속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특히 서민들이 거주하는 소형 평형 아파트의 경우 베란다는 건설업체가 말하는 단순한 서비스 공간이 아닌 중요한 거주 공간인 셈이다. 건교부의 베란다 불법 개조 단속은 감사원의 지적에 따른 것이다. 감사원은 이에 앞서 베란다 개조가 불법으로 규정하는 법 자체가 현실을 도외시한 것으로 지적하며 오히려 법 개정을 권고했어야 했다.
감사원이 국민혈세의 낭비를 막고 국민들의 삶의 질은 높이는 파수꾼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더더욱 그렇다. 베란다 개조가 관행화된 상황에서 주민들을 범법자로 만들 수는 없지 않은가. 하지만 이왕 벌어진 일이면 이제는 건교부가 나서야 한다. 사문화된 법을 적용할 게 아니라 법을 개정하는 데 적극 앞장서야 한다. 생명력이 없는 법을 강요할 경우 사회적인 갈등만 야기할 뿐이다. 만약 행정편의적인 발상으로 단속에만 나선 다면 주민들의 저항을 받을 것이 분명하다.
불법으로 개조된 베란다를 원상 복귀하는 데 전국적으로 수천억원을 낭비할 게 아니라 이를 합법화 하는 게 경제적이고 국민편의를 높이는 선택인 것이다. 아파트의 안정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베란다 개조를 합법화 할 것인지, 사문화된 법을 강요할 것인지 지켜볼 뿐이다.
<이정배(건설부동산부 차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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