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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혼 남성들 '명품가방 계' 바람

신부에게 결혼 선물 하자


다음달 결혼식을 앞두고 있는 장승우(32ㆍ가명)씨는 최근 친구들과 이른바 '가방 계'를 만들었다. 5명이 돈을 모아 1명이 결혼할 때마다 신부에게 수입 명품가방을 선물하자는 게 모임의 취지다. 장씨는 "한 달 월급을 웃도는 300만~400만원대 명품가방 값을 혼자 부담하기는 쉽지 않다는 생각에서 모임을 시작하게 됐다"며 "5명이 비용을 나눠 지불하다 보니 부담이 5분의1로 줄어 한결 마음이 편하다"고 말했다.

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결혼식을 앞두고 신랑이 신부에게 수입 명품가방을 선물하는 트렌드가 보편화되면서 결혼 적령기 남성들 사이에 가방 계가 확산되고 있다. 본래 가방 계는 여성들이 '샤넬' '에르메스' 등 고가의 수입 가방을 구입하기 위해 만든 일종의 품앗이 모임으로 유행했으나 최근 들어서는 결혼선물로 명품가방을 사주겠다고 약속하는 남성들이 늘면서 남성들의 가방 계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1년 전부터 가방 계를 운영 중이라는 한 30대 남성은 "가격 부담이 큰 명품가방을 왜 굳이 사냐고 물으면 딱히 설명하기 어렵지만 신부 입장에서는 일생에 한 번뿐인 결혼 때가 아니면 언제 고가 가방을 살 수 있겠냐는 보상심리가 큰 것 같다"며 "품앗이 성격인 만큼은 목돈이 한 번에 나가지 않아 부담이 크지 않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가방 계를 통해 신랑 친구와 아내들까지 서로 알게 되기도 해 가방 계에서 부부동반 모임으로까지 정례화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는 후문이다.

남녀를 불문하고 명품가방을 사기 위한 가방 계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수혜는 수입 명품업체에 돌아가고 있다. 실제로 A백화점이 올 들어 지난 10월까지 주요 수입 명품업체 매출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극심한 불황 속에서도 에르메스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8% 늘었으며 샤넬(8.8%), 루이비통(21.2%) 등도 올해 최고 두자릿수 매출 신장률을 기록했다.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국내에서 명품가방 등을 선호하는 현상이 수그러들지 않는데다 이들 명품업체가 불황 속에서도 가격을 인상하면서 실적 증가라는 수혜를 독차지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수입 명품업체들은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환율 하락과 한ㆍ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등 가격인하 요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가격을 인상해 배짱 영업을 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샤넬은 이달 들어 지갑과 가방 등 40여개 제품가격을 2~9% 올렸다. 앞서 루이비통은 올해 3월 일부 라인의 소매가격을 최대 6%가량 인상했고 구찌도 같은 달 핸드백과 가죽소품 가격을 3~4% 올린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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