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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저한 준비 "백수야 가라"

■ 한화그룹 '백수 氣살리기 프로젝트' 체험<br>혹한속 극기훈련 거치며 잃었던 자신감 회복<br>면접·이력서 작성등 실전연습 "일자리 보인다"

‘백수 기 살리기’ 프로젝트에 참가한 백수들이 지난 13일 밤 포천 명성산 정상에서 백수탈출의 염원을 담아 소리를 지르고 있다.

철저한 준비 "백수야 가라" ■ 한화그룹 '백수 氣살리기 프로젝트' 체험혹한속 극기훈련 거치며 잃었던 자신감 회복면접·이력서 작성등 실전연습 "일자리 보인다" ‘백수 기 살리기’ 프로젝트에 참가한 백수들이 지난 13일 밤 포천 명성산 정상에서 백수탈출의 염원을 담아 소리를 지르고 있다. ‘백수야 가라~.’ 지난 13일 밤 경기도 포천의 명성산. 정상에 모인 젊은이들의 목소리가 밤공기를 가른다. 말이 외치는 것이지 절규와 다르지 않다. 이들은 한화그룹이 12~14일 2박3일 일정으로 산정호수에서 연 ‘백수 기(氣) 살리기 프로젝트’에 참가한 26명의 백수들이다. 대부분 다음달 졸업을 앞두고 있지만 취직은 고사하고 면접 한번 보지 못한 지방대 출신 백수다. 이날 명성산의 밤 기온은 영하 18도. 체감온도로 영하 25도는 될 듯싶었다. 몸 속 구석구석을 파고드는 칼바람이 살점을 도려내는 듯하다. 난생 처음 온 몸이 얼어붙는 추위와 맞닥뜨린 그들은 악에 받쳐 ‘백수야 가라’는 구호를 내뱉는다. 추운 날씨 때문이 아니라 집 안팎에서 ‘눈칫밥’으로 지내는 서러운 백수생활이 떠오르면서 눈물이 흐른다. 구호에 이은 캠프파이어에서도 숙연한 분위기는 계속됐다. 백수를 의미하는 하얀 장갑을 모닥불에 태우는 의식을 진행할 때는 쌓였던 감정이 복받치는지 여기저기서 어깨를 들썩인다. 백수 프로젝트에 참가한 조성미(부산대 경영학과)씨는 “전국에 계신 입사 담당자 여러분, 우리도 일하고 싶습니다. 우리도 능력이 있습니다. 서류만 보지 말고 한번이라도 직접 (사람을) 봐주십시오. 엄마ㆍ아빠 사랑해요”라며 울먹였다. 백수 프로젝트의 마지막 밤은 이렇게 지나갔다. 이튿날 퇴소를 앞둔 백수들의 눈빛이 달라졌다. 극기훈련을 무사히 마쳤다는 자신감에다 이틀간에 걸친 각종 취업대비 훈련이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백수탈출 프로젝트의 첫 과제였던 ‘도전 99초’에서는 도전정신을 배웠다. 고무공, 공기 펌프, 하프 파이프 등을 이용한 유치해 보이는 게임이지만 개인주의에 빠져 나태해졌던 정신을 다시 살려내기에 충분했다. 성공이력서 쓰기 시간에 난생 처음 이력서 쓰는 법을 배웠다. 서류면접에서만도 50번 넘게 떨어졌다는 한 참가자는 “그동안 내가 왜 떨어졌는지 이제야 감이 잡힌다”며 환하게 웃는다. 모의면접 시간에는 진짜 입사면접 때같이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한화 계열사에서 채용면접을 담당하는 간부들의 평범한 질문에도 제대로 대답하는 백수들이 없다. “넥타이로 할 수 있는 일 10가지만 말해보라”는 질문에 한 참가자는 “노래방에서 머리를 묶어 논다”고 말해 좌중의 폭소를 자아냈다. 또 경영학과 출신에 증권사 파트타이머 경력이 있는 양진희(평택대 경영학부)씨는 주가수익비율(PER)을 자기자본비율이라고 말하는 실수를 한 뒤 녹화 테이프를 보며 지적을 받자 “같은 말만 계속 헛돌고 머리 속은 백지상태”라며 얼굴을 붉혔다. 면접에 참가한 이대우 ㈜한화 인사팀 차장은 “아무 연관성도 없는 건축과 이벤트를 1ㆍ2지망으로 쓰고 부총리의 이름도 모르는 등 이력서 작성부터 면접까지 전혀 준비가 돼 있지 않다”며 “철저한 준비만이 백수에서 탈출하는 길”이라고 조언했다. 미국 출장에서 돌아오자마자 달려왔다는 1기 백수캠프 선배 김기환(잘만테크 근무)씨는 “자신감을 가지고 자기가 할 일을 명확히 정해야 한다”며 “대기업을 고집하기보다는 중소기업 등으로 눈높이를 낮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2003년부터 열린 한화의 백수 기 살리기 프로젝트는 이번이 4회째다. 백수 프로그램 수료자들은 자신감을 배운다. 그래서인지 프로그램 참가 3개월 내 70% 이상의 취업률을 보이고 있다. 프로그램을 기획ㆍ운영하고 있는 주철범 한화그룹 차장은 “백수는 이유가 있다”며 “취업정보ㆍ이력서ㆍ면접ㆍ상식 등 철저한 준비만이 백수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이라고 말했다. /산정호수(포천)=김현수기자 hskim@seed.co.kr 입력시간 : 2005-01-14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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