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기관과 관련된 비리와 불법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올해만 해도 고객이 맡긴 돈을 빼내 개인 용도로 쓰는가 하면 위조수표 발급을 공모하고 부정대출을 해준 대가로 수십억원대의 뇌물을 받은 직원들이 줄줄이 적발됐다. 특정 정치인 계좌를 불법 조회해 물의를 일으키더니 한 시중은행이 해외지점에서는 부당대출로 수수료를 받고 이를 통해 20억원이 넘는 비자금을 국내로 들여보냈다는 사실이 들통나 나라망신까지 시켰다. 여기저기서 비리와 의혹이 터지는 것을 보면 은행의 올 3ㆍ4분기 부실채권 비율이 1.80%로 지난 2011년 1ㆍ4분기 이후 최고로 높아진 이유도 알 것 같다.
금융기관은 고객이 맡긴 돈을 책임지고 관리하는 곳이기에 누구보다 깨끗하고 잡음이 없어야 하는 존재다. 외환위기를 통해 국민의 돈을 제멋대로 쓴 금융기관이 어떻게 무너졌고 대가가 얼마나 엄혹한지도 경험했다.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는 게 금융윤리의 중요성이다.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이 7일 임직원들에게 "금융법 질서에 도전하는 행위는 관용 없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하겠다"고 말한 것도 이 때문이다.
금감원은 철저한 검사로 금융그룹의 일탈을 차단할 의무가 있다. '4대 천황'으로 대표되는 전 정권의 그림자만 없애는 데 그칠 일이 아니다. 불법과 비리에서 벗어나 투명하고 원칙이 제대로 선 은행으로 환골탈태할 수 있는 밑거름을 제공해야 한다. 금융기관은 국민의 신뢰를 얻어야 존립 발전할 수 있다. 비정상의 정상화는 정부와 공기업에만 필요한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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