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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10월 15일] 열린 '판도라의 상자' 어찌할 것인가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고들 한다. 최근 한 언론사에 의해 전국 2,200여개 고등학교의 수능점수 성적이 드러난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지난 1994년 수능이 도입된 이후에 고교별 성적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에 학생과 학부모들은 물론 일반인들의 관심은 가히 폭발적이다. 그러나 공개된 내용을 보면서 드는 생각은 '공공연하게 다 알고 있던 사실'이 확인됐을 뿐 그다지 특이한 점은 없다는 것이다. 단지 그동안 특수목적고등학교와 자립형사립고등학교들의 정확한 수능 점수를 몰랐을 뿐이고 저들 학교 간의 순위만 몰랐을 뿐이지 저 고교들이 상위를 차지할 것이란 정도는 큰 관심이 없었다 하더라도 쉽게 알 수 있는 정보였다. 실제 공개된 내용을 보면 언어ㆍ수리ㆍ외국어 영역의 평균점을 합산해 서울의 대원외고가 가장 높다는 것, 그리고 민족사관고ㆍ한국외대부속외고ㆍ한영외고ㆍ명덕외고 등 특목고 특히 외고들의 성적이 눈에 띄었다. 그러면서 떠오르는 의문은 왜 교육 당국은 그동안 갖가지 이유를 들어 꽁꽁 숨겨놓았던 '비밀 아닌 비밀'을 이처럼 어처구니 없이 공개당했을까라는 것이다. 이에 대한 해답으로 '한 줄 세우기라는 비난 때문에 교육과학기술부 자신들이 할 수 없었던 수능성적 공개를 정치권ㆍ언론과 이해관계를 맞춰 한 것'이라는 추론에 이르면서 헛웃음이 나온다. 사실 이번 수능성적 공개 파문을 보면 '연구목적으로만 쓰겠다'고 약속하고 자료를 받아 통째로 언론사에 넘겨버린 조전혁 한나라당 의원이나 이를 받아 교과부가 코드로 표시한 학교명을 복원하는 정도의 '연구' 결과를 대서특필한 언론사, 그리고 이런 사태가 벌어질 줄 예견했으면서도 자료를 넘긴 교과부 모두 한 가지의 목적이 있었음을 감지할 수 있다. 결국 '고교 평준화'를 해체하자는 주장인데 이들은 이런 목적은 뒤로 감추고 '평준화로 학교 간 격차가 이렇게 벌어졌다'는 식의 해석만 내놓고 있다. 경위가 어쨌든 '판도라의 상자'는 이미 열렸고 그 순간 누가 열었는지, 왜 열었는지는 둘째 문제가 됐다. 급한 것은 상자에서 튀어나온 각종 '악'들을 제어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교육 당국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꼭 공개해야 할 정보라면 떳떳하게 내놓고, 국감에서도 제기된 '외고의 자율형사립고 전환' 방안을 포함해 심화된 학교 서열화를 치유하는 희망의 교육정책을 펼치기를 바란다면 무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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