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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민 속으로…
입력2003-01-22 00:00:00
수정
2003.01.22 00:00:00
“인민 속으로 들어가 곤궁에 처한 군중의 입장에 서라. 그리고 민간의 고통에 관심을 가져라”
연설을 들은 참석자들은 2분 동안 뜨거운 기립박수를 보냈고 그 내용은 전세계 언론에 보도됐다.
오는 3월 퇴임하는 주룽지(朱鎔基) 중국 총리가 최근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고별성 연설`을 통해 경제 간부들에게 당부한 말이다. 지난 10년 동안 중국 경제의 차르(황제)로 불렸던 그였기에 그의 이 같은 당부는 참석자들에게 감동으로 다가갔다. 주 총리는 중국 경제의 10년 고성장을 주도해 인민들이 먹고 살만하고 소비도 가능한 `샤오강(小康) 중국`을 건설한 주역이다.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총리 내정에 이어 장관 인선작업이 한창이다. 특히 인터넷 추천이라는 전례 없는 추천작업이 벌어지고 있다. 개혁을 표방한 신정부인 만큼 각계 각층의 의견을 수렴해 보다 참신한 인물을 선정하기 위한 방안일 것이다.
하지만 인선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참신성도, 개혁성향도 아니다. 국민들의 고통을 나눌 자세를 갖추고 있는 지를 먼저 따져야 한다.
주변을 둘러보면 여기저기서 적신호가 켜지고 있다. 굳이 경제지표나 수출동향, 자금흐름 등 거시지표를 따져 볼 필요도 없다. 일반 상점에 가면 쉽게 들을 수 있는 말이 “IMF 때보다 더 어렵다”는 것이다. 지난해도 힘들었지만 올해 국민이 느끼는 경제적 어려움은 더 클 것이라는 게 한 경제연구소의 분석이다.
65억원 짜리 로또복권에 당첨돼 대박을 터뜨린 사람이 “이제는 사교육비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겠다”고 밝힌 당첨소감의 의미가 무엇인 지를 곱씹어봐야 한다.
새 정부 출범과 함께 3040이 부상하면서 그들을 지켜보는 5060의 허탈감과 좌절감이 앞으로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주고, 어떤 세대간 갈등구도를 만들어갈 지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주식시장에 왜 장기투자 문화가 정착되지 않고 단타와 작전이 성행하는 지도 직시해야 한다. 주식을 오래 묻어두면 열이면 열 거의 다 손해 보는 게 우리 주식시장의 현주소다. 장기투자를 하려면 주가가 꾸준히 오르거나 기업들이 배당을 많이 해야 하는데 우리 주식시장은 이 두 가지 모두에 위배된다. 종합주가지수는 10여년 동안 그 자리를 맴돌고 있고 기업들은 여전히 배당에 인색하다.
현실을 직시하면 무엇을 해야 하는 지도 안다. 그 답은 주 총리의 당부처럼 국민 속으로 들어가 `함께` 어려움을 느끼는 것이다. 새 정부에 필요한 공직자는 바로 이런 사람들이다.
누가 장관이 되든 떠날 때 박수를 보낼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용택(증권부 차장) ytle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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