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급변사태 가능성은 희박 잇단 선거에 정책혼선 올수도
유로존 부실銀 국유화 예상 최악 땐 붕괴도 배제 못해
美 주택시장 개선조짐 없어 3·4차 양적완화도 가능
국채 비싸고 주식도 바닥 하이일드본드 눈여겨봐야
"유로존 위기는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둬야 할 것입니다. 유동성 확보를 위한 엄청난 규모의 자산매각, 부실은행 국유화의 수순이 예상되고 나아가 유로존 붕괴도 배제할 수 없는 시나리오입니다."
월가에서 30년 이상 투자업무를 해온 스티븐 리어 JP모건애셋매니지먼트 전무(53ㆍ사진)는 올해도 유럽 위기가 세계경제에 큰 주름살을 지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미국 최대은행으로 등극한 JP모건은 애셋매니지먼트 분야에서도 전세계 투자자로부터 받은 1조달러 이상의 자금을 운용하며 리어 전무가 맡은 글로벌채권팀은 이 가운데 1,500억달러를 굴리고 있다.
올해 세계경제에 대해 미국은 2% 안팎의 저성장, 유럽은 마이너스 성장을 하는 부진한 국면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이 한국경제에 미칠 영향과 관련해 "북한 리스크가 현실화된다면 엄청난 파급을 미친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있다"며 "그러나 그 일이 벌어질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점을 글로벌 투자자들은 잘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북한변수보다 올해 실시되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불안정이 증폭돼 경제정책의 혼선이 초래되거나 기업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는 점을 더 우려한다고 덧붙였다. 리어 전무와의 인터뷰는 뉴욕 JP모건 본사에서 진행됐다.
-유로존의 채무위기는 어떻게 진행될까요.
▦2년 전 유럽 중앙은행 관계자, 정치가들에게 위기를 얘기했을 때 그들은 그리스 등 재정적으로 문제가 있는 국가의 경제적 비중이 작고 유럽이 해결할 수단이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미국인들은 이해를 못한다'고 볼멘소리를 했습니다. 2년 만에 어떻게 바뀌었습니까. 지금 상황은 더욱 좋지 않습니다. 투자자 입장에서 유로존의 붕괴 가능성을 염두에 둘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을까요. 짐 오닐 골드만삭스애셋운용 회장은 20년 만에 유럽에 가장 투자하기 좋은 때라고 언급했습니다.
▦자금난에 시달리는 은행들은 문을 닫는 대신 국유화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리고 자산매각이 더욱 늘어날 것입니다. 유로존의 불확실성이 너무 큰 상태입니다. 각국 중앙은행, 기관 등 대규모 투자가들에 원금보장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공격적인 베팅을 한다면 프랑스 르노자동차 주식을 살 수도 있지만 안정성을 고려하면 투자 대상이 아닙니다. 미국ㆍ아시아 등 다른 확실한 시장이 있는데 굳이 유럽에 투자할 필요는 없다는 판단입니다.
-세계경제가 언제쯤 안정을 찾을 수 있을까요.
▦10년 전으로 거슬러올라가보지요. 세계 인구 가운데 선진국의 5억명은 생산하는 것 이상으로 과잉소비를 한 반면 이머징국가의 10억명은 열심히 저축했습니다. 그 결과 세계경제의 불균형(imbalance)이 심화됐고 한계에 다다라 터진 것입니다. 다시 균형(rebalance)을 찾는 데도 많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습니다. 앞으로 5~10년의 조정이 더 필요할 것입니다.
-위기에 대응한 세계 각국 중앙은행들의 역할은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과거 금본위시대에는 주기적인 불황이 불균형을 조절했습니다. 지금 중앙은행들은 이러한 리세션의 강도를 약하게 해 자국 국민들이 받는 충격을 줄이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손등 위에 붙은 반창고를 떼어낼 때 한꺼번에 떼어내느냐 아니면 서서히 해 아픔을 줄이느냐의 차이라고나 할까요. 중앙은행의 통화팽창(money printing)은 근본적인 치유책이 될 수 없습니다.
-내년 미국경제는 어떻게 전망합니까.
▦JP모건은 올해 미국이 의미 있는 실업률 하락을 보일 만큼의 경제성장을 이루지 못할 것으로 전망합니다. 지난해와 비슷한 2% 수준의 성장을 예상하고 있습니다. 물론 -1~2%가 예상되는 유럽보다는 낫지만 미국 역시 심각한 문제가 있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미국의 정치적인 대립은 유럽의 금융 시스템만큼이나 경제에 심각한 악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올해 3차 양적완화(QE3)를 할 것으로 예상하십니까. 만약 한다면 어떤 방식이 될까요.
▦QE3뿐 아니라 QE4도 가능합니다. 미국경제의 가장 큰 골칫거리인 주택시장의 개선 조짐이 없기 때문입니다. 주택 가격이 떨어지면서 소비ㆍ금융ㆍ고용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상반기 경기가 둔화하면 FRB는 하반기에 주택시장 안정을 명분으로 모기지채권을 사들이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주택시장은 2010년대 중반까지 안정을 찾지 못할 것입니다. FRB의 양적완화는 금융 시스템의 변동성을 줄인다는 측면도 있습니다.
-올해 세계경제 전망이 썩 밝지 않습니다. 주목하는 투자 대상은 무엇입니까.
▦하이일드본드(투기등급채권)를 눈여겨봐야 할 때입니다.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기업들의 재무여건이 크게 좋아졌습니다. 유동성도 충분히 확보했습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수년간 기업들의 지불능력에 큰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국채수익률은 바닥에 머물러 있고 주식도 불투명합니다. 디폴트 비율이 현재 1%에서 2%로 올라가더라도 하이일드본드는 투자매력이 있습니다.
-상품시장을 전망해주시지요. 최근 금값이 많이 떨어지면서 논란이 됐는데요.
▦최근 금값이 떨어진 것은 헤지펀드 등의 투자자들이 유동성 확보를 위해 금을 처분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금의 적정가격은 없습니다. 인플레이션 등 불확실성에 대한 보험료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많은 투자자들은 정부가 인위적으로 조절할 수 없는 자산을 원합니다. 금값은 올해도 큰 변동성을 보일 것입니다.
-원유ㆍ금속 등 다른 상품은 어떻게 전망합니까.
▦올해 개별 상품의 가격은 해당 파트의 전문가들에게 물어보는 게 나을 것입니다. 다만 한가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제가 은퇴를 대비한다면 채권보다 상품에 투자할 것이라는 점입니다. 현재 70억명인 세계 인구가 100억명으로 늘어나면 에너지ㆍ식량ㆍ금속 등 각종 자원을 더 쓸 수밖에 없을 테니까요.
-글로벌 투자자의 시각에서 한국은 매력적인 투자 대상입니까.
▦삼성ㆍ현대차ㆍLGㆍ포스코 등 한국 기업들이 훌륭하고 이들이 세계시장에서 점유율을 지속적으로 높여가고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코스피의 주가수익비율이 10배로 다른 시장에 비해 낮다는 점도 매력적입니다. 그러나 10년 이상 장기투자자의 입장에서 볼 때 변동성이 크다는 점은 여전히 숙제입니다. 한국의 경제적 펀더멘털은 매우 좋다고 봅니다. 한국의 가장 큰 교역 대상국인 중국이 부양책을 펼 것으로 예상되고 강력한 경쟁자인 일본에 비해서는 환율의 이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마지막 질문입니다. 한국 정부는 최근 금융산업 발전을 위해 헤지펀드를 허용했습니다. JP모건이 진출할 의사는 있습니까.
-▦JP모건이 앞장서 투자하기에는 한국의 헤지펀드 규제가 너무 엄격합니다. 시장규모도 작습니다. 유감스럽지만 JP모건이 한국 헤지펀드시장에 외국계로서 선도적으로 들어가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다만 다른 회사들이 모델을 만들고 성공적으로 해나간다면 언젠가 JP모건이 이를 배우고 개선해나갈 수는 있을 것입니다.
30년 월街활동 베테랑 매니저 글로벌금융시장에 해박한 지식 스티븐 리어 전무는 지난 1980년 이후 30여년 동안 월가에서 활동해온 베테랑 매니저다. JP모건애셋의 미국 최고투자책임자로 그의 고객은 각국 중앙은행과 연기금 등 세계 자본시장의 큰손이다. 미국시장이 그의 주요 투자 대상이지만 글로벌 시장에 대해서도 해박한 지식을 가졌다. 뉴욕 출신인 그는 캐나다 명문대인 웨스턴온타리오대를 졸업한 뒤 캘리포니아버클리대에서 MBA 학위를 받았다. 월가에 첫발을 내디딘 것은 1980년 금융 분야에 특화된 머서컨설팅을 통해서다. 이후 피델리티의 모기지 애널리스트, CS퍼스트보스턴애셋매니지먼트의 포트폴리오 매니저 등으로 경력을 쌓았다. 1998년부터 10년 동안 슈로더애셋매니지먼트(운용규모 2,839억달러)에 근무하면서 미국 채권ㆍ통화투자 헤드로 일하다 JP모건에는 2008년 합류했다. 리어 전무는 글로벌 투자자로서 자신이 가장 강조하는 투자원칙은 '분산투자'라며 "올해는 특히 원금을 지키면서 확실한 수익을 실현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약력 ▦1958년 뉴욕 ▦1978년 캐나다 웨스턴온타리오대 졸업 ▦1980년 캘리포니아버클리대 MBA ▦머서컨설팅 ▦CS퍼스트보스턴애셋매니지먼트 ▦슈로더애셋매니지먼트 미국 채권ㆍ통화투자 헤드 ▦2008년 JP모건 합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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