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들어 국내 개인 투자자들의 해외 주식 순매수 규모가 벌써 5조 원을 돌파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환율 급등 주요 원인이 이들의 공격적 투자에 기인했다고 분석하면서도 추가적인 환율 상승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내다봤다.
16일 한국예탁결제원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이달 1~14일 국내 개인 투자자는 해외 주식을 총 36억 3000만 달러(약 5조 3000억원) 순매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진다면 월별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한 지난달(68억 1300만 달러) 해외 주식 순매수액을 이달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 1~14일 국내 개인 투자자 해외 주식 순매수 규모는 17억 7200만 달러 수준으로, 이달 같은 기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해외주식 투자는 서학개미(미국 증시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들이 주도했다. 국내 투자자들은 미국 주식을 36억 3천400만달러어치 순매수했다. 기술주를 중심으로 한 나스닥지수 등 미국 주요 주가지수가 이달 들어 하락세로 돌아선 가운데 대거 ‘물타기’에 나선 결과로 보인다.
반면 유로 지역 주식 1억 8000만달러, 홍콩 주식 1억 7000만 달러, 중국 주식 1억 5000만 달러 등 다른 지역의 순매수액은 상대적으로 미미했다. 일본 주식은 오히려 3억 5000만 달러 순매도를 기록했다.
개인 투자자들의 투자 성향은 매우 공격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이달 들어 14일까지 서학개미들이 가장 많이 사들인 해외 주식은 메타로 순매수액은 무려 5억 6000만 달러(약 8000억 원)에 달한다. 지난달 29일만 해도 750달러대였던 메타 주식이 이달 600달러 선을 위협받을 정도로 단기 폭락하자 대규모 매수로 대응한 모양새다. 엔비디아(5억 4300만 달러)에 이어 메타 주가 흐름에 2배로 연동되는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METU)에도 2억 7100만 달러 순매수가 몰렸다.
최근 국내 개인 투자자들의 해외 주식 순매수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국내 주식 순매도와 동시에 확대되는 흐름이어서 더욱 주목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달 들어 14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대규모 차익실현에 나서 누적 9조 1278억 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이창용 “국내 거주자의 해외 투자에 최근 환율 좌우”
즉, 개인들의 달러 매수 수요와 외국인의 원화 매도 수요가 원화 가치 하락 압력을 높인 것으로 볼 수 있다. 올 1~9월 국내 법인과 금융기관 등을 포함하는 전체 내국인의 해외 주식 순매수 규모는 누적 718억 4200만 달러에 달해 같은 기간 사상 최대를 기록한 경상수지 흑자(827억 7000만 달러) 효과를 상당 부분 상쇄한 것으로 분석되기도 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이달 12일 언론 인터뷰에서 “최근 환율 움직임은 대부분 국내 거주자의 해외 투자에 좌우됐다”고 진단했다.
외환당국 본격 개입…“환율 추가 상승은 제한적”
다만, 전문가들은 우리 외환당국이 환율 관리에 나서면서 당분간 환율 추가 상승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내다봤다.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14일 달러·원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 대비 10.7원 내린 1457원으로 마감했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환율 상승에 대해 구두 개입성 발언 영향이었다. 외환당국의 스무딩 오퍼레이션(미세조정)으로 추정되는 움직임도 동시에 관측됐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환율 변동성을 줄이기 위한 외환당국의 미세조정 개입 및 수출업체의 고점매도 물량 경계감은 환율 상승폭을 축소할 전망”이라며 “외환시장에서 이탈한 수출업체 및 중공업체의 복귀 여부도 주목해 볼 만한 사항”이라고 분석했다. 문다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미 달러 강세폭이나 주요국 통화 약세폭 대비 원화 약세 압력이 누적된만큼 상단에 근접할수록 레벨 부담과 함께 당국 개입에 대한 경계감은 점점 높아질 것”이라며 “1480원대에서는 국민연금의 전략적 환헤지나 당국의 미세조정도 나올 가능성이 있어 급격한 환율 추가 상승은 제한될 것”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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