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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숨은 진주 책' 베스트12] 대구가 1000여년 동안 세계 역사를 바꿨다?

■ 대구

마크 쿨란스키 지음, RHK 펴냄지음


인류의 문명을 바꾼게 총,균,쇠가 아니라 이 생선 한 마리라면 믿으시겠습니까? (교보문고 오주연 예술MD)

절판됐던 마크 쿨란스키의 명저 '대구'가 16년 만에 복간됐다. 바이킹의 대이동이 있었던 8세기에서 1,000여년 동안 '세계의 역사와 지도를 바꾼 물고기' 대구의 일대기를 풀어낸 책이다. 특히 '세계의 역사와 지도는 대구 어장을 따라 변화해왔다'는 그의 주장은 지난 1997년 미국 출간 당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이 책에 주로 언급되는 대구는 '대서양 대구'. 워낙 개체 수가 많은데다 몸집이 커 살이 많고 맛은 담백해 유럽인의 주요 식량원 중 하나로 각광 받아왔다. 노르웨이에서 출발한 바이킹이 콜럼버스보다 먼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한 것도 오래 보관할 수 있는 절인 대구 덕분에 장거리 항해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당시 바이킹 이동 경로는 대구 서식범위와 일치한다.



대구 덕을 본 것은 바이킹만이 아니었다. 본토 유럽인인 바스크인, 종교적 박해를 피해 아메리카에 도착한 영국 청교도에게도 엄청난 이익을 안겨줬다. 또 아이슬란드는 대구조업을 통해 불과 한 세대 만에 식민지에서 현대국가로 거듭나는 밑천을 모았고 이후 대구 어업권을 두고 영국과 3차례의 '대구 전쟁' 끝에 200마일 영해 승인을 얻어낼 정도로 성장했다.

하지만 19세기 어업의 현대화 속에 증기동력 트롤선, 전개판 트롤망을 넘어 저인망 어선에 즉시 냉동보관까지 가능한 선박들이 등장하면서 개체 수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캐나다는 1992년 그랜드뱅크스에서의 대구 조업을 금지하고 미국은 조지스뱅크 일부에서 마찬가지 조치를 내린다. 어두운 전망은 대구만이 아니다. 우리가 현재 소비하는 물고기 60%는 사실상 멸종상태다. 출간 당시 '상업적 멸종' 선고를 받은 대구는 물론, 다른 어종에 대한 경고를 담고 있다. 1만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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