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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칭 한국 메이저급 대회의 허구성


[서울경제 골프매거진] 투어 역사가 50년에 이르고, 한국 선수들이 세계 정상권에 오르면서 국내 투어무대의 분위기도 달라지고 있다. 투어를 운영하는 남녀협회 역시 세계 4대 투어를 표방하며 국제적인 투어로 발돋움하기 위한 시스템을 구축해가고 있다. 이 같은 과정에서 메이저 대회의 필요성도 자연스럽게 제기되어왔다. 메이저 대회 운영에서 발빠른 행보를 보인 곳은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다. 2007년 한국여자오픈과 KLPGA선수권대회, KB국민은행 스타투어 최종전을 메이저로 지정한 데 이어, 2009년에는 하이트컵챔피언십을 메이저로 승격시키며 총 4개의 메이저 체제를 구축했다. 반면 한국프로골프협회(KPGA)는 소극적인 모습이다. 메이저 대회를 지정하지 않는 것은 물론 메이저와 관련한 논의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세계적인 투어로 자리 잡은 미국 남녀프로골프투어는 각각 4개의 메이저 대회를 운영하며 이들 대회는 일반 대회와 현격하게 구별된다. 메이저 대회는 모든 선수들이 우승을 꿈꾸는 대회이며, 그렇기에 참가선수의 수준이 높고, 우승은 진정한 최고를 가리는 척도가 된다. 또한 대회 코스는 까다롭기로 악명 높고, 대회의 역사와 전통 역시 일반 대회와 비교할 수 없다. 메이저 우승자에 대한 대우도 타 대회와 차별화된다. USGA에서 주관하는 미국의 내셔널 타이틀 대회인 US오픈의 코스세팅을 담당해온 USGA의 코스담당자 티머시 모라한은 ‘메이저 대회’를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우승에 초점을 맞추고 최선을 다하는 역사와 전통의 유서 깊은 대회”로 정의한다. 올해까지 21차례 US오픈에 관여해온 그는 그러한 이유로 역사와 전통, 골프코스를 메이저 대회의 가장 중요한 항목으로 꼽았다. 그는 상금규모를 차후 문제로 단정했는데 “우승자에게 메이저 우승 자체가 상금액수보다 우선시되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역사: 투어발전에 기여한 대회여야 한다 미국 PGA와 LPGA 투어의 메이저 대회는 각각 오래된 역사를 자랑한다. 대회의 역사와 전통은 투어역사에 대한 기여도를 의미하는 것으로, 짧은 역사를 가진 대회나 신설대회가 전통이 쌓인 대회와 같은 기여도를 인정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PGA 투어의 메이저 대회인 브리티시오픈은 골프 역사상 가장 오래된 단체인 스코틀랜드의 로열 에인션트가 조직한 대회로 그 역사가 186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남녀 투어를 통틀어 가장 최근인 2001년 메이저로 승격된 브리티시여자오픈은 실제로는 1976년 창설된 전통 있는 대회다. LPGA 측은 오랜 역사를 통해 그 전통과 권위를 인정받은 대회를 메이저로 편입시키는 것이다. 국내의 경우는 사뭇 다르다. KLPGA 측은 2007년 공헌도와 역사성, 상금 규모만을 기준으로 한국여자오픈과 KLPGA선수권, KB국민은행 스타투어 최종전을 메이저로 지정했다. 지난 7월에는 하이트컵챔피언십을 메이저로 승격시켰으며, 이때 △총상금 5억원 이상 △4라운드 경기방식 △대회 생중계 △해외파 선수 출전 등을 메이저의 조건으로 명문화했다. 그러나 협회가 내세우는 ‘메이저 승격 조건’ 은 그다지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 대회의 역사와 전통에 대한 조건은 전무해 갓 창설한 대회라도 메이저 대회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KB국민은행 스타투어 최종전은 역사가 4년밖에 되지 않은 신설 대회다. 코스: 최고의 선수를 가리는 코스 시설 갖춰야 미국의 내셔널타이틀 대회인 US오픈은 매년 대회가 열리기 2주 전에 5년 후 대회 코스를 발표한다. 5년이나 앞서 코스를 결정하는 것은 USGA가 대회를 위한 코스 세팅에 들이는 시간과 노력을 의미한다. 메이저 대회의 조건 중 코스의 비중을 세 번째로 꼽은 모라한은 “US오픈 개최 코스는 난이도가 높으면서도 참가 선수의 기술과 전략, 심리적인 강인함과 끈기를 공정하게 테스트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US오픈 코스는 최대한 공정한 코스 세팅을 위해 러프를 기르고, 페어웨이를 좁히며, 그린스피드를 높이는 외에도 코스의 길이를 늘이는 작업까지 불사한다. 국내에서 메이저급 대회로 차별화된 코스운영을 선보이는 대회는 매년 같은 코스에서 열리는 KPGA의 한국오픈과 매경오픈, KLPGA의 하이트컵챔피언십 정도다. US오픈 코스는 그밖에 다양한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갤러리 편의시설을 위한 전기와 수도 설비, 주차장 등은 물론 방송시설을 위한 공간 확보, 선수들의 샷 점검을 위한 드라이빙레인지 등도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특히 드라이빙레인지는 천연잔디로 실제 코스와 같은 환경을 갖추어야 한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드라이빙레인지 없이도 메이저 대회가 열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KPGA 투어의 메이저급 대회로 통하는 신한동해오픈이 열린 레이크사이드, KLPGA 투어 KLPGA선수권이 치러진 자유CC에는 드라이빙레인지가 없었다. 삼성베네스트오픈이 열린 가평베네스트는 드라이빙레인지가 없어 대회가 열리지 않는 버치코스 1번홀을 드라이빙레인지로 개방했지만, 레이크사이드에서는 그런 조치도 취해지지 않았다. 미국 LPGA 투어 경기인 코오롱하나은행챔피언십을 2년째 열어온 스카이72는 대회 유치와 함께 드라이빙레인지를 마련했다. 개최를 확정짓기 전 코스 점검을 나온 LPGA 측에서 18번홀 옆 공터에 드라이빙레인지 설치를 주문했다는 후문이다. 일반 대회에도 경기 코스의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하는 미국의 투어 운영 시스템의 일례다. 4라운드: 기량 검증을 위해 4라운드로 치러져야 한다 KLPGA는 메이저 승격조건으로 4라운드 경기를 내세웠지만 4라운드로 치러지는 메이저 대회는 하이트컵챔피언십과 KB국민은행 스타투어 최종전뿐이다. 한국여자오픈과 KLPGA선수권의 경우 올해도 3라운드로 치러져 빈축을 샀다. 특히 한국여자오픈은 30년째 3라운드로 치러지고 있어 내셔널 타이틀이 무색한 입장이다. KPGA의 시즌 마지막 메이저급 대회로 열린 신한동해오픈 역시 악천후를 이유로 3라운드로 치러졌다. 그러나 미국의 메이저 대회는 악천후에도 4라운드 경기를 고수한다. US오픈과 US여자오픈 현장을 지켜본 모라한은 “4라운드가 진정한 우승자를 결정지을 수 있는 최상의 방법”이라고 밝히며, “이보다 적으면 기술과 신체적 지구력을 검증하는데 필요한 적절한 테스트를 제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신한동해오픈에 참가한 최경주는 3라운드 진행에 대해 ‘PGA 투어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완벽한 코스 세팅과 4라운드 진행에는 골프장의 협조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과제도 있다. 대한골프협회(KGA) 김동욱 전무이사는 “대회장의 코스 세팅은 선수들의 기량을 정당하게 평가하기 위한 장치”라고 밝히면서도 “아직 국내 현실은 코스를 투어에 맞게 운영하기에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했다. 무능한 협회의 행정력과 스폰서의 고자세 KPGA 측은 하반기 들어 2개의 메이저급 대회를 치렀다. 9월10일에 개막한 한국오픈과 10월15일에 개막한 신한동해오픈이다. 그러나 원래 일정은 지금과 같지 않았다. 한국오픈 스폰서인 코오롱 측이 KGA와 원래 일정을 10월15일로 확정했다가 KPGA 투어 신한동해오픈과 겹쳐 9월10일로 당긴 것이다. 9월10일에는 외환은행의 KEB인비테이셔널이 예정되어 있어 일정은 하반기 시즌이 시작되기 한 달 전까지 표류했다. 결국 외환은행의 일정 연기로 상황은 일단락됐지만 공식적인 내셔널 타이틀 대회가 허술한 투어 운영 시스템을 여실히 드러냈다. 한국오픈을 수년 째 스폰서해온 코오롱의 이같은 행태는 대회 스폰서의 자세에 대해서도 재고가 필요함을 보여준다. 사실 KLPGA의 성급한 메이저화나 KPGA의 미온적인 태도는 모두 스폰서의 입김을 의식한 결과로 풀이된다. 기업체의 눈치보기에 급급해 메이저의 가치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는 셈이다. 미국의 경우에도 기업체가 스폰서로 참여하는 것은 같지만 대회운영은 스폰서와의 관계에서 독립성을 갖는다. US오픈에 관여해온 모라한은 “기업체의 주역할은 메이저 대회의 운영을 보조하는 것으로 미국의 메이저 대회는 모두 기업과의 관계가 대회 자체보다 앞서지 못한다”라고 밝혔다. 국내 메이저 시스템의 한계는 투어 역사를 통해 권위를 인정받아온 대회가 골프계의 공감대를 형성하며 메이저 대회로 편입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또한 해당 대회들은 ‘메이저 대회’라는 타이틀만 내걸었을 뿐 그에 걸맞는 코스와 수준 높은 경기, 그게 걸맞는 운영 시스템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물론 200년에 가까운 역사를 가진 골프선진국 미국의 PGA 투어와 50년 역사의 국내 투어를 동일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메이저 대회가 골프장 회원은 물론 지역주민, 나아가 세계인들의 축제로 비춰지는 PGA 투어와 달리 국내 투어는 아직은 일반 골퍼들의 관심권 안에 머무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한국 골프의 성장에 발맞춰 이제는 투어를 이끌어가는 시스템도 업그레이드될 필요가 있다. 골프 불모지에서 탄생한 국내 투어 역사가 50년의 전통을 이어왔다면 앞으로는 선진 투어와의 간격을 좁혀가는 작업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스폰서와 골프장의 협조가 필요하지만 그 주축은 각 협회가 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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