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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한국경제 부정적시각 팽배
입력2000-11-01 00:00:00
수정
2000.11.01 00:00:00
월가, 한국경제 부정적시각 팽배
개혁 부진·시장규율 부재 "제2 IMF 온다"
월가 코리아데스크들의 언사가 갈수록 험악해지고 있다.
“다시 한번 IMF(국제통화기금)위기를 맞아야만 정신을 차릴 것같다.” “한국은 막다른 벽에 부딪혀야만 변할 수 있는 나라다.” 지금까지 한국이 보여준 모습은 스스로 변화할 능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음을 입증한 것이라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말만 앞세울뿐 실행은 없는 NATO(No Action, Talk Only)현상이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으며 그 결과는 제2의 IMF로 나타날 것이고 그 이후에나 한국 경제개혁을 기대해보겠다는 부정적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들이 한결같이 지적하는 부분은 재벌개혁, 특히 기업지배구조개선의 부진과 시장 규율(discipline)의 부재다.
특히 최근 정현준(鄭炫埈)사건으로 인해 금융감독원이 휘청거리면서 월가는 가장 관심있게 지켜보는 재벌개혁이 물건너간 것아니냐는 우려를 하고 있다.
한 뮤추얼펀드의 코리아데스크는 금감원 스캔들은 이머징마켓에서 흔히 있는 일이고 한국의 부패문제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그 자체로는 별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지만, 이로 인해 재벌개혁을 추진해야 할 금감원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대두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지배구조 개선과 관련, 코리아데스크들은 정부가 재벌 로비에 휘말려 제 방향을 잃고 있다고 지적했다. 주주권익 보호라는 당연한 목표가 한국 현실의 특수성, 부작용 우려 등의 재벌 논리에 밀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코리아데스크들은 특히 최근 삼성전자와 SK텔레콤의 계열사간 거래가 월가에 배신감을 안겨줬다고 비판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간판기업들이 버젓이 주주의 이익을 해치는 행위를 함에 따라 월가 투자자들이 한국에 대한 투자 자체에 흥미를 잃기 시작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구조조정에 대해서는 시장규율이 지켜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수년전 한보, 기아에 대해 뻔한 결론을 앞에 두고서도 허송세월을 하고, 대우에 대해 시장의 힘에 밀려 막판에야 어쩔 수 없이 처리하는 식의 행태가 재연되고 있다는 것이다.
유동성문제를 겪고 있는 일부 건설업체 등의 경우 퇴출외에는 다른 결론이 없는데도 이를 미적거리는 구태(舊態)를 반복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들은 건설업체의 퇴출로 인해 겪게 될 시장 혼란에 대해 시장의 혼란은 극히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것이라고 장담했다. 이로 인해 오히려 시장의 힘이 정상적으로 가동되고 있다는 신뢰가 쌓이면서 주가는 더 오를 것이라는게 이들의 전망이다.
또 감독당국이 자본시장에 대해 애매하고 포괄적인 규제를 하고 있어 각종 탈법이 공공연히 자행되고 있고 최근들어서는 일부 외국인 투자자들까지 이같은 탈법에 가세할 정도라며 감독당국의 명확한 규제와 위반시 엄정한 처벌이 절실한 형편이라고 투자은행의 한 코리아데스크는 지적했다.
이들은 이같이 주문하면서도 현 상황에서는 별 도리가 없을 것같다는 부정적 전망을 내놓았다.
예를 들어 대부분 외국인 투자자들이 현재 한국의 주가에 대해 너무 많이 떨어졌다고 보면서도 추가로 더 떨어질 것이라고 보기 때문에 관망세를 나타내고 있다는 것이다.
기업지배구조 개선 등 재벌개혁이 제대로 이뤄질 것같지 않고, 기업구조조정도 시장의 원칙에 맞게 진행될 가능성이 적은 것으로 보이는 만큼 한국 경제상황이 더 악화돼 주가가 떨어질 가능성이 높은데 지금 서둘러 한국 증시에 들어갈 이유가 없다는게 이들의 주장이라는 얘기다.
코리아데스크들은 그러나 한국이 경제개혁을 서두를 경우 가장 중요한 이머징 마켓으로 떠오를 수 있다고 제시했다.
최근 전세계 이머징 마켓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에 구조조정작업을 조금만 착실하게 진행해도 외국인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게 돼 투자비중이 조금만 늘어나도 한국에 들어올 외자규모는 막대할 것이라는 충고다. 대부분 월가 펀드의 한국 투자비중은 1%내외에 불과한 상황이다.
이들은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는 기업지배구조 개선이라고 입을 모았다. 사외이사 권한 강화를 통한 대주주 및 경영진의 전횡 견제, 소액주주 권익 보호 등이 외국인 투자자를 유인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라는 지적이다.
월가 코리아데스크들은 지난 26일 뉴욕을 방문한 이정재(李晶載) 재정경제부 차관을 만난 자리에서도 비슷한 주문을 했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도 월가의 싸늘한 시각을 잘 알고 있는 것이다.
/뉴욕=이세정특파원 boblee@sed.co.kr입력시간 2000/11/01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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