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서 대형 수출주들의 실적전망도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국내외 경기환경은 우호적이지 않지만 '환율 효과'에 따른 가격경쟁력 강화와 수익성 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는 것이다. 특히 증시흐름의 변곡점이 될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이후 곧바로 3·4분기 프리 어닝시즌이 시작되는 만큼 그동안 낙폭이 컸던 저평가 수출주들의 실적매력이 부각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9일 금융조사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시가총액 기준 유가증권시장 대형주 88곳의 3·4분기 합산 영업이익 추정치는 29조9,817억원으로 지난달 중순(8월17일) 대비 2.06% 늘었다. 해당 기업들의 영업이익 추정치는 원·달러 환율이 오르기 시작한 지난달 중순 이후 빠르게 회복돼 30조원대를 넘보고 있다.
이준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수상승에 걸림돌로 작용하던 영업이익 추정치가 실적시즌 진입을 앞두고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특히 중소형주는 실적 둔화세가 여전하지만 코스피 대형주는 이익전망이 빠르게 개선되고 있어 주목할 만하다"고 말했다.
시장전문가들은 환율 영향이 대형 수출주들의 실적개선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분석한다. 강현기 동부증권 연구원은 "달러 강세로 수출주들의 제품 가격 경쟁력이 커졌기 때문에 앞으로 유입되는 해외자금은 한국의 수출회복을 겨냥할 확률이 높다"며 "자동차·IT가전·디스플레이·반도체 등 수출주에 대한 선제적 매수가 수익률 향상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코스피 대형주 88곳 중 최근 한 달간 3·4분기 영업이익 추정치가 상승 또는 보합을 기록한 45곳을 분석한 결과 기아차(000270)·포스코·삼성에스디에스(018260) 등 대형 수출주의 개선세가 눈에 띄었다. 삼성전기의 3·4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873억원으로 8월 중순(8월17일) 대비 4.78% 증가했다. 같은 기간 포스코도 2,439억원으로 2.42% 늘었으며 LG전자(066570)와 삼성에스디에스도 각각 1.52%, 1.19% 증가했다. 대표적인 수출주인 자동차 관련주도 소폭 개선됐다. 기아차는 1%, 현대글로비스 0.75%, 현대차(005380) 0.47% 늘었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원·엔 환율의 안정은 자동차와 IT 등 일본과 수출 경합도가 높은 업종들의 가격 경쟁력 확보를 의미한다"며 "지난달 국내 자동차의 미국 시장 내 점유율 상승도 환율 효과가 크게 기여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원도 "환율과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볼 때 대형주와 수출주가 유리한 상황"이라며 "두 조건의 교집합은 IT와 자동차 업종으로 저평가 수출 대형주의 저점매수에 초점을 맞출 때"라고 강조했다.
다만 환율 수혜주가 실제로 주가상승을 보이기까지는 다소 시차가 있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원화 약세일 때는 환율 수혜에 따른 기업들의 실적이 주목받기보다 글로벌 자금의 한국시장 이탈에 따른 수급 악화가 증시에 더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실제 이날도 장 초반에는 외국인이 수백억원대 순매수세를 기록했지만 오후 들어 주식을 대거 팔아치우며 순매도세를 이어갔다.
한 대형 증권사 연구원은 "원화 약세로 실적이 개선되는 시기는 3·4분기지만 불안한 수급 시장이 안정화 하려면 4·4분기가 돼야 할 것"이라며 "기업들의 실적에는 환율효과가 본격화하고 있지만 주가상승으로 이어지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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