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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부를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해 콩 농가가 어려움에 처했다는 주장이 사실과 전혀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
콩 농가와 농림축산식품부 등은 지속적으로 "두부 적합업종 지정으로 대기업이 국산 콩 수매를 줄여 콩 농가가 힘들어졌다"고 역설해왔다. 그러나 대·중소기업을 막론하고 국내 모든 두부 제조기업의 국산콩 소비량은 적합업종 지정 전에 비해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대기업의 수매 감소분은 전체 국산콩 생산량의 1%도 안돼 큰 영향이 없는 실정이다.
15일 적합업종 실사를 진행 중인 중소기업연구원에 따르면 두부 제조 대·중소기업 등의 국산콩 소비량은 연간 2만톤 규모로, 적합업종 지정 전인 2011년과 비교해 줄어들지 않았다. 두부 제조기업의 국산콩 소비량은 2011년 2만806톤에 비해 2012년 2만2,591톤, 지난해에는 2만1,417톤으로 오히려 소폭 증가했다. 두부 기업들이 국산콩 사용을 줄이기는 커녕 되레 늘린 것이다. 소비량은 당해년도 수매량에 비축량 중 사용된 양을 더한 수치다.
중소기업은 2011년 7,033톤을 소비한데 이어, 2012년 7,500톤, 2013년 7,880톤을 썼다. 풀무원, CJ 등 대기업의 국산콩 수매량은 2011년 1만3,259톤, 2012년 1만2,682톤, 2013년 1만1,600(예상치)톤 규모로 전년 대비 수매 감소분은 매년 1,000톤 정도다. 확장자제를 권고받은 대기업이 수매를 줄일 수는 있지만, 중소기업의 두부 생산이 서서히 늘면서 감소분을 채워가고 있는 셈이다.
아울러 대기업이 수매를 적게 한 것도 적합업종 때문이 아니라 비싼 국산콩 가격이 직접적인 원인으로 분석됐다. 지난해까지도 국산콩은 수입콩에 비해 두배 가량 비싸 비축량이 풍부했던 대기업이 비싼 돈을 주고 서둘러 국산콩을 사들일 이유가 없었던 것. 국산콩(백태·중품) 도매가격은 2011년 6,460원(Kg당) 고점을 찍은 후 2012년 5,275원(Kg당)까지 떨어졌다가 지난해 다시 5,750원(Kg당)까지 올랐다.
이에 비해 수입콩은 2011년 3,202원, 2012년 3,524원, 지난해 3,847원으로 국산콩의 절반 가격에 머물렀다. 올들어 국산콩 가격은 3,800원대까지 떨어져 수입콩과 가격 차가 500원 정도로 줄었지만, 두부 제품은 여전히 1,000원 넘게 차이 나 소비자들은 값싼 수입콩 두부를 선호하고 있는 실정이다.
CJ 관계자는 "국산콩 수매를 줄인 것은 적합업종 때문이 아니라 가격이 수입 콩 대비 두 배나 비싸 국산 콩 두부 제품에 대한 시장 수요가 줄어든 게 원인"이라며 "두부 시장이 정체 내지 하향세로 적합업종이 아니더라도 사업을 확장하거나 새로 들어올 대기업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적합업종 폐지 주장대로라면 대기업의 두부 판매량과 점유율이 갈수록 줄어야 하지만 2012년에는 오히려 풀무원, CJ 등의 판매량과 점유율이 대폭 늘어났다. 2011년 1,747억원어치를 팔아 48.1% 점유율을 올렸던 풀무원은 두부 적합업종 지정 이후인 2012년 1,856억원어치를 판매, 49%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CJ도 2011년 961억원어치를 팔아 점유율이 25.6%였지만 적합업종 지정 후인 2012년에는 매출과 점유율이 각각 1,024억원과 27%로 증가했다.
반면 중소기업들은 2011년 판매 670억원, 점유율 18,5%에서 2012년 각각 655억원과 17.4%로 되레 줄어 적합업종 지정 효과를 무색케 했다. 지난해 판매액과 점유율은 풀무원 1,793억원과 48.8%, CJ 779억원과 21.2%로 전년 대비 하락했지만, 이는 적합업종과 무관한 정부의 과도한 끼워팔기 등 판촉 자제 지침에 따라 대기업 스스로 생산량을 줄인 것으로 풀이된다.
황성하 연식품협동조합연합회 전무는 "콩 수매가 안 되는 이유는 소비자가 국산 콩 두부를 안 사먹어 안 팔리는 것과 작년 풍작으로 콩 값이 떨어지자 비축량이 많은 대기업이 콩 값이 더 내리길 기다렸기 때문"이라며 "정부가 콩 소비 기업들하고 판매 대책을 강구하고 어떻게 하면 소비를 촉진시킬지 협의해야지 엉뚱한 적합업종을 가지고 이럴 때가 아니다"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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