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015760)은 국내 증권업계가 뽑은 올해 유망 코스피 종목 6곳에 공기업으로는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메리츠종금증권(008560)·신한금융투자·KB투자증권·IBK투자증권 등 4곳이 한국전력을 꼽았다. 시장전문가들은 한국전력이 발전믹스 개선(원전 비중 확대, LNG 비중 축소)과 액화천연가스(LNG) 수입가격 하락에 힘입어 올해에도 큰 폭의 실적 개선을 거둘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11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한국전력의 올해 예상 순이익은 8조5,678억원으로 전년동기보다 무려 218.19%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매출액은 2.5% 증가한 58조7,932억원, 영업이익은 134.38% 늘어난 6조8,743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이런 이익 성장은 한전이 지난해 큰 폭의 실적 개선을 거둔 상황에서 발생하는 것이어서 더욱 관심을 끈다. 지난해 한전의 순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4,387.83% 늘었으며 영업이익과 매출액은 각각 295.67%, 6.14% 증가했다.
이익증가 모멘텀의 핵심은 발전믹스 개선과 유가하락 효과다. KB투자증권에 따르면 한전은 올해 생산전력에서 저원가전력인 기저발전(원자력·석탄)전력의 비중이 높아짐에 따라 비용이 연간 1조6,000억원 절감될 것으로 예상된다. 두바이유 가격과 연동되는 발전용 LNG 단가에 국제 유가 하락이 모두 반영되면 연간 4조원(국제유가 40% 감소 기준)의 비용 감소 효과가 발생한다. 또 유가가 하락하면 민자발전(IPP)으로부터 사들이는 전력 단가도 내려갈 가능성이 높다.
강성진 KB투자증권 연구원은 "전력구매단가가 10% 하락하면 추가로 연간 1조1,000억원의 비용이 줄어든다"고 말했다. 게다가 올해부터 현대차그룹으로부터 서울 삼성동 본사부지 매각차익 8조5,000억원이 반영되면 순이익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잉여현금흐름이 좋아지고, 부채비율이 낮아지면서 배당에 대한 기대감도 더욱 커진다.
하지만 이런 호재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지난해 3·4분기 실적 발표 이후 계속 조정받고 있다. 3분기 실적이 발표된 지난해 11월 11일 종가기준 4만6,900원이었던 주가는 지난 9일 4만1,750원으로 오히려 10% 넘게 하락했다.
총괄원가 보상원칙에 따라 한전이 적정 투자 보수만큼의 이익만 취하도록 돼 있어 유가 하락에 따른 수혜를 모두 누리지 못할 것이란 점과 박근혜 대통령의 전기요금 인하 시사 발언 등이 주가를 누른 원인으로 분석된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15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국제 유가 하락이 전기·가스 등 공공요금에 즉각 반영되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그러자 시장에서는 이 같은 발언을 두고 전기요금 인하가 임박했다는 우려 섞인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이 같은 우려는 과장된 것으로 평가된다. 전기요금이 인하되더라도 유가와 LNG 가격 하락분으로 상쇄할 수 있고 통상적으로 실질 요금조정에 6개월 정도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전기요금 인하 논의는 내년 하반기에나 가능하다.
강성진 연구원은 "유가급락으로 한국전력의 예상 이익이 과도하게 증가하는 상황이 발생해 정부입장에선 어떤 방식이든 이익 조절이 필요했을 것"이라면서 "에너지 가격 하락과 낮은 물가상승률 감안시 정부가 한국전력의 이익을 과도하게 억누를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이학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도 "낮아진 연료비 반영이 4~6 개월 지연 반영되는 것까지 감안하면 지난해 11~12월에 낮아진 유가는 올해 2·4 분기에나 반영될 가능성이 높아 단기로 전력요금 인하가 있을 가능성은 낮다"면서 "과거 2006~2007년 자기자본수익률(ROE) 5%대를 유지하던 시기의 주가 저점수준인 PBR 0.5배(4만원 전후)인 시점에서 매수 전략이 유효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증권사 19곳의 한국전력의 적정주가 컨센서스는 5만9,211원으로 현 주가보다 최대 41.82% 상승할 여력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신한금융투자가 6만6,000원으로 가장 높은 주가를 제시했고 아이엠투자증권은 가장 낮은 5만원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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